LET THE WIND CARRY ME / 디에잇

푸른 숲과 파란 바다 곁에서, 자연의 힘을 믿고 변화하는 디에잇을 지탱하는 뿌리는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다.

프릴 블라우스, 테일러드 트라우저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터틀넥 니트 톱은 혜인서(Hyein Seo). 볼레로, 목에 두른 스웨터는 YCH. 블랙 테일러 트라우저는
랜덤 아이덴티티(Random Identities). 벨트는 보리스 비잔 사베리(Boris Bidjan Saberi).

데뷔 초에 만났을 때와 좀 달라 보여요.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안정적인 것보다는 도전하고 부딪히면서 새로운 걸 찾는 사람이거든요. 최근 들어 지난 몇 년간 내가 꿈꾸던 내 모습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달라졌다는 말이 듣기 좋네요. 저는 그런 변화가 즐겁고 행복해요.

그 전의 디에잇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겉모습이요. 비주얼이나 스타일,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누구에게나 멋있어 보이는 디에잇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마음이 많이 달라졌어요. 

어떤 변화가 생겼어요?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고 인정받는 건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늘 힘들었어요. 사소한 피드백에 마음이 흔들렸고요. 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내 모습이 뭔지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하고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제가 패션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전에는 뭘 입든 모두 보여주기 위함이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 뭔지 몰랐어요. 지금은 스스로의 만족이 더 중요해요. 비로소 저만의 스타일을 찾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게 잘 어울리는 옷과 어울리지 않는 옷을 구별할 수 있게 됐고요. 음악이나 삶의 태도에도 똑같이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아까 스타일리스트가 그랬어요. 디에잇과 즐거운 협업을 한 느낌이라고요.
시키는 대로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웃음) 즐겁게 일하고 싶어서 그래요.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돼요. 자기 분야에서 프로페셔널이고 아티스트잖아요. 사전에 준비된 시안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주고받는 에너지를 나누고 조율한다면 애초의 계획보다 더 좋은 걸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혹시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겠죠. 결과만 놓고 보면 계획대로 착착 진행했을 때 더 좋을 때도 있어요. 그거 알고 있어요.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해요.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어떤 경우에는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냥 해요. 

모자, 화이트 톱은 프라다(Prada).

슬리브리스 톱, 크로스백, 그린 컬러 포켓 쇼츠, 벨트, 블랙 워터 보틀은 모두 프라다.

실패할 줄 알면서도 하는 마음은 뭘까요?
저 원래 고집이 참 셌어요. 사실은 겁이 많았던 거죠. 아주 작은 의심이 들면 시도하지 않았어요. 요즘은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선택의 결과라는 게 나빠봐야 얼마나 나쁘고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어요? 지금 좋아 보이는 걸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면 나빠 보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돌아보니까 실패했을 때 뭘 더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것 같더라고요. 실패했다고 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이제 좋다, 나쁘다 하는 기준과 틀을 없애려고 노력해요. 마음속에 자기만의 틀이 있잖아요. 틀을 깨고 싶다고 했지만, 저도 결국엔 제 마음속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일 텐데 그래도 그 벽을 깨기 위해 의식적으로 시도하려고 해요. 

확실히 2016년에 만났을 때보다 분명한 사람이 된 것 같네요. 명상과 다도, 자연을 즐기고 좋아하는 습관이 영향을 끼쳤을까요?
그런 것 같아요. 맨 처음에 접한 건 명상이에요. 해보니까 멘탈도 단단해지고 마인드도 좋아지더라고요.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명상의 힘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그 다음 다도를 시작하게 됐어요. 저랑 너무 잘 맞더라고요. 따뜻한 차를 마실 때 맛도 맛이지만 차를 담아내는 그릇이나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향기까지 다 제 성향과 잘 맞았어요. 다도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를 좋아하는데요.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랑 완전히 달라요.(웃음) 

술자리에선 보통 삶의 고뇌를 토로하거나 의미 없는 농담을 하죠. 다도 할 때는 어때요?
뭔가 좀 더 진심 어리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도라는 행위 자체가 사람을 잔잔하고 솔직한 감정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한 모금 한 모금 시간이 흐를수록 저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서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지금의 마인드를 갖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명상과 다도라고 할 수 있어요.

자연은 어때요? 화려한 패션으로 가득할 거로 짐작한 인스타그램 피드가 온통 자연 풍경이더군요.
자연 너무 좋지 않아요?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자연 속으로 가야 해요. 서울에선 한강이라도 가고요. 한강도 예쁘거든요. 하늘, 산, 숲, 바다를 곁에 두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제주도엔 그게 다 있으니까 시간 날 때마다 제주에 가요. 자연으로부터 엄청난 힘을 받아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 4월호에서 확인할 있습니다.

    에디터
    최지웅
    포토그래퍼
    PAK BAE
    스타일리스트
    공성원
    헤어
    문현철
    메이크업
    김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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