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 TALK 1

<얼루어>는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향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성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향수는 무엇인가요? 첫사랑의 향기는 어땠나요? 남자 향수와 관련된 <얼루어> 독자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취향을 공개한다.

Q 오직 향기 때문에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있다?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7%는 오직 향기 때문에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향으로 인해 이성에게 마음이 동할 수 있다니! 향, 후각의 힘은 대단하다. 게다가 향은 마법처럼 그 향에 얽힌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소환해주기도 한다. <얼루어> 독자들이 보내온 향 관련 에피소드와 그 추억을 나누고자 한다. 지극히 사적인 연애사를 엿보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흥미진진하다. 답변자의 성격을 말해주는 MBTI는 연애사를 훔쳐보는 즐거움을 더해줄 거다. 

Q 제일 처음 이성에게 선물한 향수는 무엇인가요?

1 ESFP 지금은 단종된 아르마니 뷰티의 ‘매니아 EDT’. 우디 스파이시 향조인데, 짓눌리는 무거움이라기보다 자꾸만 기대어 안기고 싶은 향이었다. 코박죽하고 싶은 섹시한 향이랄까? 결국 당시 만나던 남친도 그 향에 빠져 나와의 관계를 정리한 후에도 계속 사용했단 후문. 단종되어 슬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도 끊겼다. 한동안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 비슷한 향기가 나면 옛날 추억에 젖어 피식거리곤 했다.

2 ESFJ 첫 연인에게 선물한 향수는 딥티크의 ‘탐다오 EDP’. 남자 향수란 전형적인 아빠 스킨 냄새라고 생각했는데, 딥티크 매장에서 시향 후 절간 냄새라는 것에 꽂혀버렸다.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이 향이 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별로였나 보다. 착향한 것을 많이 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 향수 버렸으려나? 아니면 당근했으려나? 가끔 (그 말고) 그 향수 행방이 궁금하다.

3 INFP 아틀리에코롱의 ‘클레망틴 캘리포니아 EDP’. 패키지 각인 서비스가 있어 특히나 선물하고 싶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동일한 브랜드의 ‘트레프르 퍼르 EDP’를 구입했다. 연인과 함께 맞추어 뿌리거나 레이어드해서 사용하면 새롭고 풍성한 향기를 누릴 수 있었기에 다른 선택지는 안중에 없었다.

4 ENTJ 니치 향수는 꿈도 못 꾸던 학생 시절. 짝남에게 생일 선물로 베르사체의 ‘에로스 맨 EDT’를 선물했다. 어린 마음에 가장 남성다우면서도 삐까뻔쩍해 보이는 향수를 골랐던 거다. 그가 향수를 처음 뿌렸을 때, 그 향과 그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향과 얽힌 기억이라고 해야 하나? 가끔씩 드럭스토어에서 이 향수를 발견하면 꼭 한 번씩 맡아본다. 그와 관련된 추억이 확 떠오르면서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5 ISFP 담배냄새와 기름 쩐내 같은 특유의 체취가 싫어서, 그에게 클린의 ‘웜코튼 EDP’를 건넸다. 근데 의도와 달리(?)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와 이별한 이후로는 굳이 향수 선물할 필요 없이 스스로 잘 관리하고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을 찾게 되더라.

6 INFJ 남자친구에게서 내가 선물해준 향수의 향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페라리의 ‘라이트 에센스 EDT’를 골라 선물했다. 평소 향수를 뿌리지 않는 편이었기에 무난하게 사용하기 좋은 은은한 향을 찾았다. 누군가는 흔한 향이라며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살냄새와 섞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향이 탄생한다. 부드럽고 포근하고 섹시하다. 가까이 붙어 있을 때 풍기는 은밀한 향은 오직 나만 맡을 수 있다.  

7 ENTJ 헤어 디자이너인 남자친구는 몇 년째 늘 좋은 향이 나는 손님에게 어떤 향수를 쓰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손님은 친절하게도 사진까지 보여주며 제품이 뭔지 알려주었다고. 그런데 웬걸? 퇴근하니 어떤 향수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다음 방문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남친에게 향수병을 묘사해보라고 시켰다. 서치를 통해 결국 제품을 찾아낸 나는 그에게 서프라이즈로 향수를 선물했다. 보석처럼 발굴해낸 향수는 바로 파코라반의 ‘원밀리언 EDT’.

8 ENFP 길 가던 도중 어떤 남성에게서 나던 향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결국 용기를 내어 뒤따라가 어떤 향수를 사용하는지 물어봤다. 답은 샤넬의 ‘알뤼르 옴므 스포츠 EDT’. 바로 구매해 사귀던 이에게 선물했다. 아쉬운 건 향수만으로 당시 그 느낌을 100% 재현할 수 없었다는 것. 사람마다 입는 향에 따라 핏도 다르게 나타나더라. 그땐 향기와 체취가 만나 블렌딩된 향기라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

9 ENFJ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나와 같은 향이 나면 좋을 것 같아 바이레도의 ‘블랑쉬 EDP’를 선물했다. 향수를 원래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기에 내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하길래 망설이다 처음엔 같은 라인의 핸드크림을 선물했고, 잘 사용하길래 향수도 선물했다. 은은하게 같은 향이 나는 그 사람을 보고 내심 뿌듯했는데, 지금은 남이 된 사이라 추억의 향이다.

에디터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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