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 FIRE / 황대헌

쇼트트랙 선수 황대헌에게는 더 많은 꿈이 있다. 실패도 두렵지 않다. 실패를 하면 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걸 믿기에. 

블랙 재킷과 카고 팬츠는 인스턴트펑크(Instantfunk).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브라운 셔츠는 렉토(Recto). 블랙 팬츠는 세븐 피겨스(Seven Figures).

크게 웃으니까 또 다른 얼굴이 되네요.
최근에 화보를 좀 찍었는데 오늘은 또 달랐어요. 상큼하게 찍는 게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아까 상의 탈의하면서 찍은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신기했어요. 원래는 웃을 때 안 예쁘거든요.

시슬리의 향수 오 드 깡빠뉴도 뿌려가면서 찍었죠. 좋아하는 향이에요?
향기가 정말 좋아요. 산이나 올림픽공원 가면 풀 냄새 나잖아요. 그런 풀 냄새를 원래 좋아해요. 

황 선수에게 풀 냄새는 올림픽공원 냄새군요.
맞아요. 지금은 졸업했지만 한체대에 있을 때 운동 끝나면 마음 정리도 할 겸 올림픽공원 산책을 많이 했거든요. 산책로가 되게 잘되어 있어요.

오늘 좀 신기한 날씨죠? 봄인가 했는데 갑자기 눈이 왔어요. 날씨 변화에 예민한 편인가요?
많이 민감해요. 비 오는 날은 좀 많이 피곤하지 않나요? 날씨가 좋으면 컨디션도 좋은 것 같고요. 아무래도 몸 관리도 그렇고,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예민한 것 같아요. 

실내 스포츠라서 날씨는 영향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아니군요?
영향이 꽤 있어요. 비 올 때, 맑을 때, 추울 때 얼음이 항상 바뀌거든요. 바깥의 온도도 영향을 미쳐요.

오늘은 ‘외박’ 날이라고요. 평소라면 뭘 해요?
동생이랑 노는 것밖에 없어요. 게임하고, 피파하고, 쇼핑하고요.

오늘 스태프들이 황대헌 선수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들을 보면서 신기했어요. 다른 연예인들에게는 그러지 않거든요.
아, 진짜요? 짱이다. 저는 연예인 보면 맨날 사인받을 텐데요.(웃음) 요즘 관심을 많이 받을 때라 그런 것 같아요. 

멘탈 관리가 화제가 됐지만 그래도 흔들릴 때 있죠?
가장 흔들릴 때는 동생이 제 치킨을 먹었을 때예요. 원래 치킨은 식었을 때가 제일 맛있는 거 아세요? 저는 식은 치킨도 너무 좋아해서 1인 1닭을 해도 한두 조각 남기거든요.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 했는데, 일어나 보니 동생이 식은 치킨을 다 먹었을 때 가장 흔들리고요. 그런 거 말곤 별로 없어요. 게임할 때 제 랭킹이 내려갈 때 정도?(웃음)

선수로서의 랭킹만 중요한 게 아니군요.
네, 선수로서의 랭킹은 제가 노력하는 만큼 되는 건데 게임은 뭔가 노력해도 안 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흔들리나 봐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다 뭘 위한 걸까요?
좀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준비했던 것들을 실패했을 때, 사실 어떻게 실패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그 실패에서 어떻게 일어나느냐, 그 실패를 견디고 준비한 것들로 다시 후회 없는 경기를 보여주느냐…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모두가 각자 나만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요. 항상 곧게 걷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근데 뒤돌아봤을 땐 그 길이 일직선이 아니라 꼬불꼬불할 수도 있고 대각선으로 삐뚤빼뚤할 수도 있죠. 그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멘탈 관리 같아요.

그 길에 실패의 순간들도 분명 있는 거네요. 그런 순간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 길에 많겠죠. 저는 오히려 실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이 무너지고 실패해봐야 제가 다음에 생각해야 하는 상황들이 줄어들어요. 이미 경험한 것은 경험했기 때문에 그 상황들에 대해서는 제가 더 이상 생각 안 해도 되니까요. 실패를 많이 할수록 그게 많아져요. 그래서 실패를 하면 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생각 해요.

그런 실패의 순간이 있다고 하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우승을 한다는 건 성공의 순간이죠. 그럴 땐 또 충분히 즐겨요?
금메달을 따고 좋아하긴 했는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아직 종목이 많이 남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좋아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빙상팬이 아닌 보통 대중은 주로 올림픽처럼 큰 대회 밖에 모르죠. 쇼트트랙 선수로서 중요한 대회는 또 뭐가 있어요?
크고 작은 시합을 떠나서 시합이라는 건 결과물이죠. 저희가 연습한 것들은 대중들에게 안 보이고, 안 보이는 곳에서 연습한 게 결과로 나오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패라는 단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이라는 한 단어에 가까워진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데님 재킷과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니트 톱은 MMGL. 팬츠는 네이비 바이 비욘드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볼캡은 블러(Blur).

늘 시즌인 거네요. 늘 훈련이고요.
그렇죠. 하지만 항상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이니까 좀 지치잖아요? 그래서 저만의 루틴을 만들었어요. 힘들 때는 그냥 이번 주는 좀 놓고 반 포기 상태로 내가 잘하든 못하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거예요. 이번 주 정도는 힐링하자는 거죠 뭐.

도넛을 먹는 일처럼? 아까 오자마자 도넛을 잔뜩 먹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하하하! 도넛을 좋아해서요. 특히 그 도넛을 진짜 좋아해요.

왠지 시즌 때는 그런 거 안 먹을 줄 알았죠.
저는 평소에도 진짜 많이 먹어요. 관리를 하긴 하지만 먹는 걸로 몸 관리를 하지는 않아요.

선수에게는 순위도 중요하고, 또 기록도 중요하죠. 생각보다 기록이 오래 유지되기도 하고요.
그렇죠. 아무래도 보여지는 거라 중요하긴 하지만 어떻게 그 과정에 도달했느냐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게 있어요. 정말 1등을 했던 경기여도 경기 내용이 부족해서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반대로 결과가 안 좋은데 경기 내용이 너무 좋을 때도 있거든요. 할 거 다 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랬을 때는 사실 순위나 기록은 별로여도 기분이 좋아요. 더 기분 좋은 건 내가 부족한 걸 찾은 거예요. 그게 되게 기분 좋고, 내가 더 노력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지금도 어떤 걸 노력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네, 어떤 걸 해야 할지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매일 훈련하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네요. 어디서 원동력, 추진력을 얻어요? 어떻게 지치지 않을 수 있죠?
매일 하는 일이지만 훈련장으로 들어설 때는 항상 오늘은 어떤 운동과 어떻게 이 운동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설렘이 있거든요. 안 그러세요? 이렇게 촬영하실 때요.

물론 있어요. 오늘도 설레면서 왔죠.(웃음)
제가 보기엔 그게 진짜 열정인 것 같아요. 즐거워 보이시거든요. 그래서 버티는 것 같아요. 그 열정 때문에요. 왜냐하면 머리는 하기 싫은데도 몸이 가는 거잖아요.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나와서 웃고 일하는 게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선수도, 에디터도 예체능 쪽이잖아요. 그래서 이 분야는 어쩌면 똑같은 것 같아요. 다들 무조건적인 설렘이나 열정이 있으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일단 하면 즐겁잖아요. 때때로 짜증이 나더라도요. 

그래도 운동과 훈련을 하면서도 즐겁다니 신기하긴 해요. 저는 운동이라면…
좀 그렇죠?(웃음) 다들 즐거운 포인트는 다른 거니까요.

운동은 타고난 체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그런 건 어때요? 극복해야만 했던 것도 있나요?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각자의 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색을 잘 살리면 그만의 색이 빛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색을 잘 닦고 빛나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정답은 없는 거잖아요. 만약에 얘 좀 아닌데 생각했는데 얘가 1등 하면 얘가 정답이 되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만의 색을 가져야죠.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두루 출전 하잖아요.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더 욕심 내는 종목이 있어요?
욕심이라기보다는 다 자신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들어가면 아, 이거 자신 있다. 또 들어가면 자신 있다. 이렇거든요. 사실 자신감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죠. 자신감으로 다 하는 거니까요.

오래전이지만 처음 스케이트를 탔을 때를 기억해요?
기억하고 있어요. 저는 5살 때부터 탔어요. 재미있을 거 같아서 태워달라고 했어요. 

어릴 때 스케이트를 배우면 손을 번갈아가며 코끝에 대는 것부터 배우잖아요. 왜 그것부터 알려주는 건가요?
그게 정자세예요, 어떻게 보면 선수였던 사람이 코치가 돼서 일반인들을 가르쳐야 되는데 눈높이에 맞춰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선수가 된 후 첫 번째 꾼 꿈은 뭐였어요?
국가대표였어요. 빨리 된 편이죠. 그래서 그 다음 꿈이 바로 올림픽이 됐어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지금은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어요?
물론 2026년 밀라노 코르테나 동계 올림픽을 생각하고는 있어요. 지금 큰 대회 하나가 넘어갔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왔던 길이나 어떤 노력으로 여기까지 닿았는지 생각해보고 다시 내가 어떻게 나의 길을 걸어갈 건지에 대해 좀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깊게는 아니지만 잠깐의 텀이 있다면 띄어쓰기를 하고 다시 시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산들바람과 싱그러운 숲의 향을 담은 향수 오 드 깡빠뉴(Eau De Campagne). 잦은 샤워에도 촉촉하게 피부를 지켜주고 상쾌하고 역동적인 향으로 마무리 되는 오 드 깡빠뉴 휘또젤 두 두쉬 에 벵(Eau de Campagne Phyto gel Doux Douch Et Bain), 산뜻한 흡수력과 함께 상쾌하고 은은한 숲의 향을 남기는 보디로션 오 드 깡빠뉴 플뤼드 이드라땅 뿌르 르 꼬르(Eau de Campagne Fluide Hydratant pour le Corps)는 모두 시슬리(Sisley).
아이보리 니트 톱은 MMGL.

그린 니트 톱은 MMGL. 아이보리 팬츠는 네이비 바이 비욘드클로젯

산들바람과 싱그러운 숲의 향을 담은 오 드 깡빠뉴는 시슬리.
화이트 톱은 리바이스. 블랙 팬츠는 세븐 피겨스.

선수 생활이 생각보다 길 수도 있잖아요. 지난 올림픽에 함께 출전한 곽윤기 선수도 삼십대 후반이고요. 길게 보고 있나요?
일단은 모르겠어요. 닿는 대로, 닿을 만큼 불태울 생각이에요.

그 길에 힘이 되는 건 뭐예요? 사람들의 응원도 힘이 되나요?
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것도 되게 힘이 되죠. 올림픽 때도 실제로 응원 많이 해주셔서 힘이 많이 났어요. 중국에서 텃세가 진짜 장난이 아니었는데, 한마음으로 응원해주셨잖아요. 그래서 더 떳떳해지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훈련하는 것도 힘이 되고요. 설렘과 열정으로 계속하고 있죠.(웃음)

진짜 좋아하니까 설렘도 열정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네, 그렇죠. 저희는 항상 매일 두 번 스케이트를 타요. 아침저녁으로 타죠. 그런데도 항상 스토리가 바뀌어요. 아까는 실패했던 게 갑자기 되거든요. 그럴 때가 있어서 되게 좋아요.

요즘 예능이나 유튜브를 보면 동료애가 느껴지는데, 동료는 어떤 존재인가요?
선수촌이 아파트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1인 1실을 썼어요. 그런데 다들 심심했나 봐요. 맨날 거실에 한두 명씩 모여서 인생 얘기하고요. 사실 아직 어린데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웃길 수도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운동을 해야 우리가 발전할지 같은 여러 가지 얘기를 해요.

앞으로 쇼트트랙 선수가 아닌 사람 황대헌의 꿈과 행복은 뭐가 될까요?
저는 나중에 후배들한테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아, 이거 ‘꼰대’일까요?(웃음) 가르친다기보다는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쨌든 제가 먼저 걸어온 길이잖아요. 멘토가 되어주고 싶어요. 네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은 어떤 거다. 이런 것들을 말해주고, 그냥 예시가 되고 싶어요. 그 친구가 계속해서 절망하지 않게,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이요.

결국은 운동으로 돌아가네요. 영광도 있지만 절망하기도 쉬울 것 같아요. 일단 국가대표 되는 게 정말 어렵다면서요?
네. 너무 치열하죠. 예선전에 들어가면 제 왼쪽에 올림픽 2관왕이 있어요. 오른쪽에는 세계 선수권 3연패한 사람이 있거든요. 한국은 정말 강국이라 진짜 대진표가 잘못 나오면 세계 1등들이랑 같이 시작하는 거거든요. 그랑프리 종합 1등도 있고요. 

쇼트트랙 강국이라는 게 자부심이면서도 정말 치열하군요.
네, 맞아요. 진짜 피 터져요.(웃음) 작년에 세계 1등을 해도 이번 해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이번에 올림픽 1등을 해도, 선발전 갔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예요. 진짜 몰라요. 정말 한 끗 차이고, 그날의 운이랑 경기 운영에 달려 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곧 세계 선수권이죠? 진짜 얼마 안 남았네요. 그 경기는 어떤 의미가 있어요?
4월 8일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려요. 중요하죠. 이 경기에서의 랭킹에 따라 헬멧 번호가 바뀌어요. 한국에서 종합 랭킹 1~3위가 선발전에 나가요. 1, 2, 3등 중에 랭킹이 가장 높고 종합에 든다면 대표팀에 자동으로 선발될 수 있어요. 대표까지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경기예요. 

헬멧에 52번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게 랭킹을 의미한다면서요?
작년 랭킹이에요. 원래 많이 높았는데 작년에 코로나19 때문에 세계 선수권에 참가하지 않아서 랭킹이 많이 밀려났어요. 번호 찾으러 가야죠. 

목표하고 있는 랭킹은 있어요?
쇼트트랙은 정말 예측을 못해요. 그래도 한 등수라도 앞으로 당기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죠.

99년생이죠.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단 이게 꿈이라서요. 아직도 꿈꾸고 있고요.

매일 잠들기 전엔 어떤 생각을 해요?
내일 훈련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가 어떤 훈련을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요. 거의 운동 생각하다가 잠드는 것 같아요. 오늘처럼 선수촌을 나오면 운동 모드에서 빠져나와서 하는 힐링이 또 있고요.

온오프가 확실하네요?
맞아요. 그래서 지치지 않고 달려가는 것 같아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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