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TIME / 김해준과 나보람

무대 아래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유튜브에서 지금 가장 재밌는 작당을 벌이는 김해준과 나보람.

김해준이 입은 재킷과 톱,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린 레더 부츠는 후망×esc studio(Humant×esc studio). 나보람이 입은 퍼 재킷과 핑크 블라우스, 부츠컷 팬츠는 모두 시도즈. 화이트 구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와이언 패턴 셔츠는 올세인츠(Allsaints).

핑크 블라우스, 부츠컷 팬츠는 모두 시도즈. 화이트 구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해준 & 나보람

유튜브 채널 ‘김해준’과 ‘웃어보람’에서 각자의 부캐인 쿨제이와 세리언니로 2000년대의 감성을 재현한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둘의 숨겨진 학창시절을 그린 ‘그해 니네는’부터 성인이 된 후 마주친 나이트클럽 시리즈까지 다양하다. 

평소 모습도 콘텐츠에서와 같네요.
해준 정말 ‘찐남매’ 그 자체예요. 너무 오랫동안 알았고 현실에서도 오빠를 이겨서 잡아먹으려고 하는, 많이 까부는 동생이죠.
보람 이 오빠도 동생한테 안 봐주고 험하게 하는 오빠고요.(웃음) 일할 때도 평소처럼 되게 편하게 대해줘요.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면서.

공개 코미디 무대에 익숙한데 따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해준 코미디 빅리그에 서면 워낙 시간이 부족해서 현실적으로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요.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상황이었고, 좀 더 다양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 일단 뭐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준과 쿨제이는 부캐의 대명사예요. 부캐 콘텐츠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해준 시작은 피식대학 친구들의 기획이었어요. 최준 전에 쿨제이가 먼저 있었는데, 이런 캐릭터가 있으니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얘기가 나왔어요. 모두 같은 지망생 생활을 했고, 서로 도와달라고 편하게 부탁하는 사이거든요. 그렇게 ‘05학번 이즈백’ 시리즈를 하다가 제가 원래 갖고 있던 캐릭터인 최준을 그 친구들이 되게 재미있어 했고 그걸 발전시켜서 ‘B대면 데이트’ 시리즈를 만들게 됐어요.

현재 김해준 채널에서는 나보람과 함께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뤄요. 어떻게 같이 하게 되었나요?
보람 원래는 저도 저를 알리기 위해서 개인 채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SNS 활동도 잘 안 하거든요. 마침 해준 오빠가 자연스럽게 세리 언니 캐릭터를 한번 해보라고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일회성인 줄 알고 별 생각 없이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지금은 피식대학과 해준 오빠가 해왔던 기존의 세계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편이에요.
해준 보람이한테 유튜브를 하라고 막 잔소리도 한 적 있어요. 그런데 막상 하려면 쉽지 않다는 거 저도 잘 알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를 너무 알리고 싶은 거예요. 알려지면 분명히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같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2000년대 나이트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많은 회의를 하다가 몇 번을 뒤엎었는지 몰라요.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 제안하나요?
해준 이미 서로가 뭘 잘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런 느낌의 캐릭터라고 큰 틀만 말해도 충분해요. 연기는 워낙 잘하니까 세부적인 건 믿고 맡기는 거죠. 중요한 건 이제 상대방이 그걸 편하게 생각하느냐 부담을 느끼냐의 차이예요. 저도 보람이에게 계속 무조건 네가 편한 걸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해준 제 채널에서 만드는 시리즈이다 보니 보람이에게 부담을 안 주는 게 우선이에요. 현재 유튜브 사무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요. 소속된 피디님과 함께 회의의 큰 틀을 짜놓고 제작에 들어가요. 촬영 당일 보람이와 서로 맞춰보면서 현장에서 조금씩 편한 쪽으로 바꾸기도 해요. 촬영 때는 끊어서 하기보다 테이크를 쭉 길게 가져가요. 프리하게 놔두면서 해야 오히려 더 재밌는 게 나와요. 

짧으면 10분, 길면 20분. 짧은 영상이 대세인 유튜브에서는 꽤 긴 재생시간인데요.
해준 짧은 영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걸 알고, 저도 좀 더 다양한 리듬의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해요. 그런데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콘텐츠와는 형식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짧은 영상은 하나의 명확한 주제가 있어요. 그런데 2000년대 시리즈는 주제라기보다는 캐릭터성이 중요한 거니까요. 캐릭터가 작게 한숨 짓거나, 말없이 짓는 표정들을 함께 봐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람이가 말없이 눈 돌리는 표정들, 전 몇 번을 봐도 너무 재밌어요. 

연기력뿐 아니라 연출도 ‘그때 그 감성’을 담고 있죠.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보람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도 포인트가 될 수 있잖아요. 제가 한번 베네피트 팩트를 들었는데 댓글에 그때 그걸 썼던 여자분들이 예전 생각이 난다면서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 같지만 키가 되는 작은 소품들이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해요.
해준 일단 회의할 때 기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 만한 포인트를 많이 생각하고,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눠요. 이런 사람 있지 않았어? 하면서 던지는 거죠. 그러면서 옛날 방송이나 인터넷 게시글 같은 걸 찾아보기도 하면서 보충해요. 

그때 그 시절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통했어요. 좋은 반응을 예상했나요?
해준 예상하진 않았지만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결국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저희가 그 시대의 특징을 더한 것뿐이지 캐릭터 자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재현한 거라 지금 어딘가의 클럽이나 술집에 가도 만날 법한 사람인 거죠.
보람 댓글 보니까 세리한테 당한 남자들 엄청 많더라고요. 막 안 좋은 기억이 다시 생각났다면서.(웃음)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해준 진짜 솔직히, 보람이 잘한다는 얘기요. 저는 보람이를 믿고 있었고 그게 정말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기쁘면서도 묘했어요.
보람 오빠가 팬이 많잖아요. 언젠가 제가 쿨제이를 데리고 DVD방을 가는 콘텐츠가 있었는데 그래서, 아 욕 좀 먹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당연히 안 이어질 걸 알았는지 댓글을 보니 다들 세리언니를 응원해주는 거예요. 의외의 반응이어서 재밌었어요. 

유튜브 생태계에 진출하며 겪었던 시행착오가 있나요?
해준 유튜브 같은 경우에는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으니 무대에서보다 과장되지 않게 해야 해요. 전 피식대학 친구들과 작업을 했다 보니 진입 장벽이 조금 낮았어요. 그들이 쌓아놨던 것들을 옆에서 보면서 배우고, 이런 것들이 다르구나 알게 됐으니까. 그런데 막상 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니까 어긋나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자면요?
해준 같은 최준을 하더라도 피식대학 쪽은 조회수가 높은데 오히려 제 채널은 유입이 덜 되는 거예요. 그때는 제가 콘텐츠의 기준을 잘 몰라서 같은 캐릭터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거예요. 지금은 그 이유를 알아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아, 이런 걸 하고 싶은 거구나라고 느껴져야 해요. 이제 저도 조금씩 감을 잡아가고 있어요. 

부캐 콘텐츠를 만들 때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해준 피식대학 친구들이 만들어놓은 기본적인 세계관이 있잖아요. 캐릭터와 몰입도를 위해 그 친구들이 신경 쓴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그냥 잠깐잠깐 웃기기 위해서 성대모사하듯이 자꾸 하게 되면 그 세계관의 몰입도가 깨지게 되고, 보시는 분들도 그걸 원하시지 않더라고요. 

나보다 유명한 부캐, 질투도 나나요?
보람 일단 저는 지금 막 세리 언니가 잘되고 있는 시기라 그런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세리 언니가 유명해져야 저도 알려지니까요. 질투보다는 오히려 부러운 점이 있어요. 거침없고 솔직하고 욕도 아무 데서나 잘하잖아요. 약간 단순한 성격이기도 하고. 그런 게 좋더라고요. 

다음 부캐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나요?
해준 최대한 그런 걸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결국 다 저한테 스트레스로 오는 거거든요.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하려고요. 의연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오래 하기 힘든 일이에요. 

앞으로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해준 저는 너무 많은 일을 벌이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콘텐츠로는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것도 너무 많고, 오히려 전에 했던 것들 중에서도 다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코미디 빅리그에서 잠깐 보여드린 캐릭터들 중에서도 좋은 게 정말 많아요. 지금 한다면 여러 가지 요소를 더해서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지 않나 매일 고민해요.
보람 전 2000년대보다 더 돌아가서 1980~90년대 시절을 보여주는 걸 해보고 싶어요. 그때 화장이나 패션, 노래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구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좋은 코미디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해준 시대를 공감하는 코미디가 좋은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형식적으로나 내용으로 코미디 장르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결국 지금 사람들에게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는 키워드는 공감이거든요. 시대적인 방향을 재미있게 어루만질 수 있는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보람 최근에 댓글에서 코로나19로 힘들었는데 언니 보면서 많이 웃었다는 걸 봤어요. 그런 걸 보니까 보람되고, 이런 걸 하고 싶구나 깨달았어요. 정말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코미디요.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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