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RAIN / 나인우
폭우 예보가 보란 듯이 빗나간 축축한 일요일 밤, 나인우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이 이른 아침의 에너지로 입을 모아 말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맑고 예쁠 수가 있지?”
<1박 2일>이 방영되는 일요일 저녁에 딱 만났네요.
시간이 되면 본방 사수를 하는 편인데 오늘은 어렵겠네요. 끝나고 가는 길에 다시 보기로 봐야겠어요.
<클리닝 업>도 좋아하는데, 그것도 못 볼 것 같은데 어쩌죠?
요즘 기술이 좋아서 텔레비전이 아니어도 다양한 플랫폼으로 볼 수 있잖아요. 끝나고 보세요. 각자 편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1박 2일> 예고편을 보니까 혹서기 캠핑을 떠난 것 같더군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특유의 방식, 어때요?
아무래도 에너지 소모가 큰데 그래도 재미있어요. 새로운 곳에 가고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어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형들이랑 좋은 곳에서 즐겁게 지낸다고 생각하면 벌칙도, 굶는 것도 다 좋아요. 가끔은 고생하지만.
갑자기 묻고 싶네요. 인터뷰는 좀 익숙해졌어요?
아직도 익숙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처음보다 나아진 것 같아요. 맞아.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뭐 어땠길래 그래요?
갑자기 버퍼링에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어떤 인터뷰는 정신없이 바쁘게 진행하잖아요. 그럴 때 버퍼링에 걸려요. 에디터님 옆에 앉아 있는 성격 급한 소속사 팀장 누나가 그걸 답답해하죠. 못 견뎌요.(웃음) 저는 또 그 모습을 보고 괜히 조바심이 나니까 더 버벅거리고요. 오늘 같은 이런 인터뷰는 편안하고 좋아요.
얼굴이 까무잡잡해졌네요. 딱 좋아 보여요.
여름에 잘 타는 편이에요. 저도 지금 피부 톤이 싫은 건 아닌데 회사에서는 관리 좀 하면 좋겠다고 해요. 화면은 좀 뽀얗게 나오는 게 보기 좋다고들 하잖아요.
요즘 텔레비전을 틀면 나인우가 나오는 <1박 2일>과 <클리닝 업> <징크스의 연인>이 동시에 방영 중이죠. 어때요?
뭐가요? 기분요? 별다를 건 없어요. 할 일을 하는 거고, 모든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고 해서 특별히 기분이 좋거나 뿌듯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담담하군요. 기다리던 순간이지 않아요?
음,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네? 진짜 그래요?
일이 있으면 하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죠. 제가 좀 그래요. 물 흐르듯이 살아요.
보통은 ‘간절히 고대하던 순간이 와서 영광’이라고 말하죠. 인우 씨는 다르네요.
간절히 기다리면 진짜 그런 순간이 오나요?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왔고 그러다 보니 기회를 얻었고 기회가 오는 건 반갑고 좋은 일이니까 더 열심히 했어요.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요.
조바심이나 불안감 같은 건 없어요?
안 그래요. 그런 거 없어요. 그게 좋은 거 아닌가요?
좋아 보여요. 요즘엔 뭘 찍어요?
영화 <동감>을 찍고 있어요. <클리닝 업>의 막바지 촬영이 좀 남았고요. <징크스의 연인>은 다 찍었어요.
<동감>은 2000년에 개봉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거죠. 그 시절에 엄청나게 사랑받은 작품인데, 원작을 봤어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촬영 다 끝나면 그때 보려고요. 의식하게 되니까요. 은연중에 남아 있는 게 저는 더 어렵고 별로예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원작이 있는 작품에 참여할 때도 다 끝나고 나서 원작을 찾아봐요. 원래 그래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요?
‘쫄보’라서 그래요. 전 ‘쫄보’예요. 흔들릴까 봐 그게 싫은 거예요. 대본을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해석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답을 하기 전에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창밖을 한참 바라본 거 알아요? 금세 좀 심각한 얼굴이고요.
질문을 듣고 생각했어요. 저 되게 진지한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요.
일기예보에는 오늘 밤 장맛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깜깜무소식이네요. 비 오는 골목길에 서 있는 인우 씨를 찍고 싶거든요.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게 비가 내리면 좋겠다. 근데 비가 안 와도 만들면 되죠. 재미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거. 오늘 촬영에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도전하거나 낯선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을 즐겨요? 조심스럽지는 않고?
왜요? 그건 엄청 재밌고 신나는 일이죠. 조심스럽거나 두려울 건 없어요.
나인우는 어떤 배우예요? 질문이 뻔한가요?
저도 몰라요. 어떤 배우처럼 보여요? 그건 제가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다르겠죠. 배우라는 직업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예술가가 온전한 개인의 내면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거랑은 좀 달라요.
캐릭터가 있고 대본이 있고 연출과 카메라,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신경 써야 하니까 개인의 감정이 주가 되기는 어렵죠?
맞아요. 연기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니까요. 어떤 배우인지 물어보셨는데, 그때그때 작품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배우인지 내 마음대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럼 이건 어때요? 이른바 리얼 예능이라 불리는 <1박 2일> 속 나인우는 진짜 나인우와 얼마만큼 같거나 또 다른가요?
얼마만큼 같고 다르다기보다는 어떤 모습이 부각되는지에 관한 문제인 것 같아요.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즐기는 예능이잖아요.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게 중요한 목표예요. 아무래도 제 밝은 면이 좀 더 부각돼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꾸며내는 건 아니고 프로그램의 성격상 마주하는 상황이 대체로 즐겁고 유쾌하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밝은 것도 저고, 지금처럼 좀 차분하게 진지한 것도 저예요.
오늘 아침에 <1박 2일> 재방송을 봤는데,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면서 잘 자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말 그대로 리얼 그 자체잖아요.
훗. 그렇게 심한지는 저도 몰랐어요. 보니까 좀 웃기던데요. 이미지 관리? 그게 뭔지 몰라요. 그런 거 안 해요. 없어요. 멋있는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면 애초에 출연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럼 어떤 마음을 먹고 선택했어요?
회사에서 하라고 하던데요. 흐흐. 형들의 조합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요즘 예능도 드라마도 음식도 매운맛이 유행이잖아요. 매운 예능이 아니라 좋았어요. 좋은 형들이랑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했어요. 전부 진짜 착해요.
매운 건 싫어요?
싫은 건 아니고 그냥 성향이 안 맞는 거예요.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걸 좋아하는 거죠.
화면 속에서도 그렇고 지금 말하는 태도도 그렇고,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끔 하는 힘이 있네요. 믿어도 돼요?
잘 모르겠어요. (다시 또 바깥을 바라보다가) 저는 그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착하거나 혹은 나쁘다고 판단하는 그 기준요. 예를 들면 저는 기분이 엄청 좋은 날에는 길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페트병이나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거든요. 그럼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 너무 힘들고 기분이 별로인 날엔 안 그래요. 그럼 전 나쁜 사람이 되나요? 상대적이고 표면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한데, 내가 좋은 사람인가? 잘 모르겠어요.
화가 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화를 내요?
화나죠. 막상 화를 낸 건 살면서 몇 번 안 되는 것 같아요. 웬만하면 참아요.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화가 나는 상황을 피하는 게 더 나아요. 화나게 하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면 되고요. 굳이 안 좋은 감정을 표출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디와 마디 사이 간격이 유난히 긴 사람이 있죠. 오늘 내내 그런데 그게 참 좋네요.
생각을 해야 해요. 생각이 필요해요. 생각하고 말을 해야 정리할 때 덜 고생하잖아요. 솔직한 제 생각과 마음을 전하고도 싶고요. 그래서 자꾸 느려져요.
자기 얼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해요?
네? 제 얼굴요? 그냥 그래요.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요. 그나마 머리숱이 많은 건 좀 마음에 들어요.
이렇게 큰 키는요? 공식적으로 188.6cm라고 밝혔던데 더 커 보여요.
흠, 되게 힘들어요. 다 작아요. 생활 속 모든 게 다 낮게 있다는 말이에요. 이런 천장 조명이나 문이나 다 그래요. 은근히 힘들어요.
속내를 잘 감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드러내지 않고 잘 감출 줄 안다고 생각해요. 근데 티가 다 나나 봐요.
하하. 감췄다고 생각했는데 티가 나는 건 작전 실패 아닌가? 괜히 장난을 걸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캐릭터인 거 알아요?
저도 아까부터 계속 에디터님을 놀리고 싶었어요.(웃음) 리액션이 재미있어서.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여기 앞에 강남면옥 본점 가봤어요? 거기 진짜 맛있는데.
회냉면이 유명하죠. 갈비탕도 좋고.
저는 갈비찜 좋아해요. 한 번 먹고 완전 반해버렸어요.
오늘 저녁 케이터링은 갈비찜으로 하죠. 형식적인 질문 몇 개만 더하고요.
갑자기 왜요?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가세요. 뻔한 거 싫어하잖아요. 갈비찜 이야기에서 딱 끊으면 되게 재밌겠다. 그렇죠?
- 에디터
- 최지웅
- 포토그래퍼
- MOKE NA JUNG
-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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