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TIME LOVER / 남지현과 강훈
남지현과 강훈이 <작은 아씨들>에서 마주친 사건과 감정들.
| 남 지 현 |
<작은 아씨들>로 생애 첫 커플 화보에 도전한다고요?
너무 기대됐어요. 안 해본 거니까요!
방영이 9월 초로 다가왔어요.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네요.
티저가 공개된 후 주변에서 ‘아, 이런 내용이었어?’ 하더라고요. 저한테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도 설명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단숨에 설명하기는 어려운 작품인가요?
여러 장르가 섞여 있고 세 자매가 주인공이고 각각 스토리라인이 있어요. 그게 다시 하나의 큰 덩어리로 합쳐져요. 한마디로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한 거예요. 결국은 ‘세 자매가 한 사건을 겪는 이야기다’라고밖에는.(웃음)
봄에 엄지원 씨를 인터뷰했는데, 작품을 두고 “나무랄 데 없는 대본이다”라고 했죠. 그렇게 말하는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있나요.
저도 선배님 의견에 공감해요. 작품을 결정할 때 시놉시스가 없었어요. 4부까지의 대본과 제가 어떤 역할인지, 감독님이 누구인지만 알고 있었어요. 대본 맨 앞에 ‘작가 정서경’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설마 내가 아는 정서경 작가님일까?’ 했죠.
바로 그 <헤어질 결심>의 정서경 작가죠.
<헤어질 결심>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 <작은 아씨들>도 대본을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흡인력도 대단하고, 다음 회차가 궁금해져서 빨리 다음 거, 다음 거 이러면서 읽었거든요.
4부라면 초반부만 보고 결정한 거군요?
그렇죠. 믿음을 갖고 해요. 때로 다르게 흘러가는 작품도 있지만, 그럼 그냥 하는 거죠. 그래도 내 작품이니까.
나이는 많지 않지만, 경력이 어마어마하잖아요. 2004년 <선덕여왕>에서 ‘덕만’의 아역 연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요.
아역부터 하다 보니 그렇네요. 그게 열 살 때였거든요.
돌아보면 어때요? 그때도 마음만은 어엿한 배우였나요?
사실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냥 사진처럼 하나하나 멈춰 있는 장면, 그때의 제 감정만 기억이 나요. 계속 학업과 병행했는데, 연기는 좋았지만 연기하러 가는 게 부담이 됐어요. 제가 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수업 중간에 조퇴하고 나오는 게 싫었거든요. 학교가 편안했고요.
배우라는 직업은 외향적인 사람들의 것 같지만 만나보면 내성적인 분이 많아요.
촬영하는 것과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건 좀 다른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뭔가 장면을 연기하거나 대본을 받아서 연기할 때는 많은 사람 앞에서 이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잘 안 들거든요? 일에 집중하고 있고, ‘이걸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해낼까?’ 하는 데 초점이 있어요. 그런데 시상식이나 무대인사 하는 데서 실제로 대중을 보는 순간에는 다르게 느껴져요. 영화나 드라마는, 저한테는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팀 과제 같아요.
팀 과제를 하면 성격이 보인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떤 스타일이에요?
저는 나만 잘하면 된다?(웃음) 그렇게 하는 거 같아요. 제 할 일 잘 준비해서 가고요. 다른 사람이 준비해온 걸 보고 또 어떻게 할지 감을 잡고요.
이번 <작은 아씨들>이라는 팀 과제는 배우가 많아요. 우선 자매로 김고은, 박지후 그리고 상대역으로 강훈이 있죠.
저는 너무 좋았어요. 주인공인 세 자매마다 짝꿍이 한 명씩 있고, 그 세 자매와 맞서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 이야기에 등장하잖아요. 짐을 다 같이 나눠 가진 느낌이라 좋더라고요. 제가 ‘오인경’으로 할 일도 딱 있고, 마주치는 사람도 많고요. ‘이것도 좋다!’ 하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또 정서경 작가님의 부분부분이 캐릭터마다 하나씩 녹아 있는 거 같았어요.
‘오인경’이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게 또 흥미로워요. 인경이는 어떤 기자인가요?
인경이는 사회부 방송 기자예요. 정의감이 굉장히 투철해요. 정말 끈질기고요. 보시면서 쟤 왜 저럴까? 하실 정도로 끈질겨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한곳만 향해 달려요. 그게 참 존경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그만큼 정말 취재를 많이 하러 다니는 친구죠.
성실한 친구네요. 기자는 취재를 해서 전달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렇죠. 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물고 놓지 않아요. 중반부에 그걸 진짜 잘 표현한 대사가 있는데 저희 자문 기자님이 보시고, ‘작가님이 기자를 하셨나?’ 싶었대요. 하나를 끝까지 파내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요. 알고 보니 작가님이 기자 준비를 하셨더라고요.
작가님이 언론 고시 준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인경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해야 전달을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기자님 말씀을 듣고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거침없이 달려가는 인경이를 보면서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종옥 선생님이 기자를 두고 제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불가근불가원’.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야 한다? 근데 그거 맞는 말인 거 같은데요?(웃음) 그런데 기자뿐 아니라 인생 모토 같아요. 뭐든 다 그래야 하는 거 같아요.
이름이 <작은 아씨들>이기 때문에 원래의 아씨들을 생각하게 되죠. 인경을 보면 ‘조’가 떠오르고 하종호는 ‘로리’가 떠올라요.
맞아요. 사실 원작 속 자매의 구조가 같고, 성격은 일부만 차용했다는 느낌이에요.
시놉시스상 서로 상대역이라는 언급은 지현 씨랑 강훈 씨만 있더라고요. 그런데 로리는 에이미랑 결혼하는데요?
제 생각엔 소꿉친구 역할로 나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짝꿍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그 둘밖에 없어서인 거 같아요. 후후. 원작과 완전 똑같지는 않습니다!
오인경과 하종호는 요즘 말로 ‘여사친’ ‘남사친’인가요?
그런 관계보다는 좀 더 복잡한 거 같아요. 둘이 가지고 있는 전사가 따로 있고, 극 중반쯤 나와요. 종호는 부잣집 아이, 저는 가난한 집 아이고요. 그런 면에서 오는 복잡함과 여러 일이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친하게만 지낸 소꿉친구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훈 씨와의 ‘케미’는 어떤 것 같아요?
연기 케미는 있는 거 같아요. 종호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리딩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짧은 리딩에서 ‘오 진짜 좋은데?’라고 생각했어요. 뭐랄까. 친절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그러면서 굉장히 정성스러운 느낌이 있었어요. 키도 크고 하얘서, 종호다, 종호! 했죠. 저는 종호는 조용히 강한 사람인 동시에 꾸준한 인물이고,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건 인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친구에서 연인으로’는 로맨스의 클리셰 중 하나예요. 남지현에게도 가능한 일인가요?
아직 그런 적은 한 번도 없고, 찐친이라면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연인을 만나면 친구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자주 해요. 친구 같은 연인을 원하냐고 하면 ‘Yes’죠. 친구였다가 애인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너무 단호했나요? 슬프게도 없습니다.
그나저나 <작은 아씨들>이 12부작이라니, 너무 짧네요.
여러 번 돌려봐주세요. 짧지만 알찹니다.
요즘은 OTT도 등장하면서 작품이 정말 많아졌어요. 배우도 선택의 폭이 늘었죠. 어떻게 생각해요?
제 생각엔 시청률의 비중은 낮아지고,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예전처럼 모두가 다 같이 보는 드라마가 나오는 건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고요. 지금은 채널도 엄청 늘었고, 볼 수 있는 OTT도 많으니까요. 본인의 시간대와 취향에 맞춰서 선택하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환경이 바뀌면서 고민도 늘었나요?
좀 더 개인적인 작업이 되는 거 같아요. 만족도를 추구하는 것도 있고, 제 가치관이나 취향이 작품 선택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제가 아역을 할 때는 모두가 같은 드라마를 보는 시기였죠. <선덕여왕>을 하면 다 같이 그걸 봤어요. 스무 살이 됐을 때 그게 깨지기 시작했거든요. 미니 시리즈도 길이가 점점 짧아지더니 넷플릭스 같은 OTT가 활성화됐어요. 뭔가 저도 그런 흐름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참 신기한 게 대본이 들어오는 방식 있잖아요? 전에는 연출부, 제작사, 편성을 하고 배우 캐스팅이 제일 마지막이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그런 순서도 없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작업하는 방식이 점점 다양화하고 틀이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20년 차 배우라 산업의 변화까지를 읽고 있네요. 20년차 쯤 되면 기업에서는 최소한 차장, 부장이죠.
와. 저 부장님이에요? 저는 부장 되기 싫어요!(웃음) 그 자리는 원래 되고 싶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의 것인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변화도 흥미로워요. 작품이 정말 다양해지고요. 물론 너무 다양해져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고요. 그래서 오히려 연기 외에도 뭔가 제가 해야 하는 일이 끊임없이 생기겠구나 싶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다행인 것 같아요.
뭘 더 해보고 싶어요?
제가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찾아뵈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거죠. 그게 좋기도 해요.
<작은 아씨들>의 예상 만족도는 어때요?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제일 완벽에 가까운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요. 팀이 작업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모든 게 정말 입체적이에요. 굉장히 만족하고,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해요. 가보자고요!
| 강 훈 |
<작은 아씨들>과 <너의 시간 속으로>를 동시에 촬영하면서, 다른 작품도 들어간다고요?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이런 적이 처음이에요. 다 처음 경험하다보니 ‘내가 진짜 힘든 게 맞나?’ 하는 느낌이에요. 남들도 이렇게 하나 싶고요.
바쁜 거 어때요? 솔직하게요.
오디션을 보고 그 작품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으니까 지금 좀 힘들어도 그건 행복이죠. 맨날 말해요. ‘연기하는 거 너무 재미있고, 오디션 계속 보고 싶다’고요. 예전에는 이런 고민도 하지 못했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옷소매>)의 ‘덕로’로 강훈이라는 배우가 대중에게 각인되었지만, 사실 데뷔는 10년이 넘었죠?
운 좋게 단편영화 같은 걸 찍었는데, 그걸로 상을 받으면서 데뷔했어요. 하지만 저는 2015년에 데뷔했다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고생을 시작했다고 할까요?(웃음). <옷소매>는 오디션을 볼 때부터 너무 하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오디션을 잘하지 못했지만 너무 하고 싶었죠.
결국 왜 된 거 같아요?
감독님이 제 웃음 속에 ‘쎄한’ 느낌이 있다고 하셨는데, 덕분에 저도 몰랐던 모습을 하나 찾았다 싶어요. 홍덕로라는 역할도 제가 너무 사랑한 캐릭터이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근데 또 이렇게 운 좋게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고요?
사람한테 기회가 몇 번 안 오잖아요. 배우가 되고서 홍덕로가 두 번째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진짜 절실했어요.
<작은 아씨들>이 세 번째 기회가 될까요?
저를 사극으로만 보신 분들에게 현대극에서의 강훈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사전 조사를 해보려고해도 작품 외에는 강훈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더라고요.
최근에 처음으로 화보도 찍고, 인터뷰도 해봤어요. 제가 가진 생각이나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처음 말해본 거 같아요. 저는 더 알려주고 싶어요.(웃음) 저라는 사람을 말하고 싶어요. “나 이런 사람이다!” 하고요.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건 때로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해요. 두렵지는 않아요?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은 조심스럽게 하고요. 있는 그대로 소통하려고 해요. 그래야 제가 행복할 것 같아서요.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네요.
돌아보면 긴 휴식 기간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저는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까. 계속 산을 오르는 것처럼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스트레스를 받고 안 풀리는 일이 있었다고 해도 저는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거든요. 좋게 좋게 가자, 나를 너무 구석으로 몰지 말자고 생각해요.
일이 안 풀릴 때는 어떻게 보냈어요?
산에 많이 가요. 지리산 둘레길을 한 5번 갔어요. 1코스에서 5코스까지 2박 3일 잡고. 한라산을 좋아해서 촬영 끝나면 한 번씩 가요.
쉬는 과정도 수련 같네요. 본래 농구 선수였죠? 선수의 삶은 연습과 훈련으로 이뤄졌는데, 배우 생활에도 연결되나요?
그렇죠. 먹고, 자고, 운동하고. 정말 지금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지금은 연기를 좋아하지만 그때는 농구가 진짜 재미있고 좋았거든요. 포워드였는데, 농구를 늦게 시작했어요. 중학교 1학년 겨울이었나? 갑자기 20cm가 자랐어요. 다친 적도 한번도 없어요.
보통은 다쳐서 운동을 그만뒀다고 하잖아요.
저는 아니에요. 막연하게 ‘이 직업으로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100%는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선수 시절 득점력이 꽤 좋았다던데요?
할 수 있는 게 3점슛밖에 없어서요. 배울 때 선생님이 기초부터 가장 예쁜 폼으로 알려주셔서 저는 그때 쏘면 다 들어간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하. <슬램덩크> 정대만 같네요. 그럼 어떻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됐어요? 운동하지 말고 배우 하라고들 했나요?
전혀요. 저희는 다 ‘빡빡이’로 지냈거든요. 운동 그만두고 살도 많이 빠졌어요. 우선 서울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연기 학원을 다녔죠.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카메라 앞에 서면 아직도 떨리거든요.
이번 <작은 아씨들>은 어떻게 찾아온 작품인가요?
저는 늘 오디션을 봤어요. <꽃선비 열애사>가 처음 오디션을 보지 않은 작품이에요.
오디션은 힘든 과정이지만 짜릿할 것도 같아요. 정정당당하게 여러 지원자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뽑힌 거니까요.
맞아요. 오디션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지금도 회사에 볼 수 있는 건 잡아달라고 해요. <작은 아씨들>은 <옷소매>를 하는 와중에 김희원 감독님 작품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봤어요. 감독님의 <빈센조>를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첫 오디션이 되게 편했어요. 감독님도 유쾌하신 분이고요. 두 번째 미팅을 갔더니 거기 남지현 씨가 있었어요. 그래서 같이 리딩을 해봤어요.
느낌이 어땠어요?
회사에 된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웃음) <빈센조>를 본 지 얼마 안 된 때였는데 김희원 감독님이랑도 일하고 전여빈 누나랑도 일하고 있어서 되게 이상해요. <옷소매>를 준비할 때 참고하려고 <백일의 낭군님>을 봤는데 지현 씨랑 하게 되니까 또 이상하고요. 아직까지 저는 연기자들 보면 연예인 보는 느낌이 들어서요.
<작은 아씨들>의 인경과 종호가 그렇게 정해졌군요. 둘은 어떤 사이예요?
저는 <작은 아씨들> 소설이나 영화를 안 봤는데, 제목만 똑같은 것 같더라고요. 저희 관계에 대해서 말하자면, 전 인경이를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고요. 가족은 편찮으신 할아버지만 계시죠.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서, 인경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따라다녀요.
하종호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을 지키려는 것. 제가 추구하려는 제 사랑의 방향도 그렇고 그런 모습이 되게 멋져서 그게 종호의 매력인 거 같아요. 이 작품에선 그거 하나만을 향해 달려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종호는 인경이에게 계속 표현도 하고, 좋아하는 걸 감추려고 하지도 않아요.
두 분이 명확한 상대역으로 나오는데 어때요? 케미가 있는 거 같아요? <옷소매>에서는 이산(이준호 분)과 케미가 있었잖아요?
<옷소매>도 ‘애’죠. 사랑. 충에서 애로 집착하는, 변질된 사랑이에요.(웃음) 저는 지현 씨와도 당연히 케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람들이 봤을 때 못 느끼면 제가 케미를 발휘하지 못한 부분이기는 하겠죠. 근데 저는 좋아하려고 하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요.
상대 배우를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다면 감정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물론이죠. 지현 씨는 첫인상도 너무 좋았고요. 대선배님이시잖아요. 그래서 사실은 제가 쳐다도 못 볼 사이인데요.(웃음) 지현 씨는 연기 시작하면 딱 인경이가 되거든요. 촬영하면서도 많이 배려해주는 좋은 사람이에요. 남지현이라는 사람을 두고 봤을 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옆에 오래 두고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그래서 종호가 인경을 더 사랑할 수 있겠다 싶었고요. 종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거의 인경이랑만 만나요. 제가 유학을 갔다가 잠깐 돌아온 설정이라 한국에서 인경이를 만나는 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어요.(웃음)
좋아하는 사람의 곁을 맴도는 순정남이군요.
맞아요.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첫사랑을 계속 좋아하는 거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종호는 은근슬쩍 마음을 계속 꺼내 보이는데, 그게 버티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인경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다 좋아하기에 계속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친구에서 연인으로라는 건 로맨스의 클리셰죠. 사람 강훈에게도 가능한 얘기일까요?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남녀 섞여 있는 모임이 그 안에서 서로 사귀었을 때 깨지는 걸 많이 봤어요. 제 경험은 없지만 어느 순간 진짜 친한 친구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그게 매력 있게 다가오는 경우가 한 번씩은 있는 거 같아요. 근데 그게 사랑으로 가느냐 아니면 ‘어휴, 내가 잘 못 봤다’고 생각하느냐의 갈림길인 것 같아요. 종호가 딱 그래요. 친구에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서 짝사랑이 시작되는 거죠.
오늘 인터뷰에선 강훈 씨를 많이 보여준 거 같아요? 많이 보여주고 싶다면서요.
네. 좀 더 할까요? 질문 더 해주세요!
하하, 강훈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면 작품도 있지만, 예능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라디오스타> 이후로 정말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처럼 쉬는 날이 없다 보니까요. 그리고 좀 겁이 나더라고요. 그때 제 인생에서 재미있던 걸 다 말한 거 같아서 이제 할 게 없어요. 에피소드를 계속 만들어내려고 하는데 촬영장 아니면 집 안에만 있으니까. 예능을 한다면 대본이 없는 리얼한 예능을 해보고 싶어요.
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가면 뭐해요?
한강공원을 산책해요. 요즘에는 하루를 마감하고 새벽 2~3시에 가면 사람이 없거든요? 거기를 계속 걷거나 해요. 음악도 듣지 않고 이어폰만 끼고 걸어요.
오늘은 생애 첫 커플 화보에 도전한다면서요? 각오했나요.
어휴, 오면서 다른 분들 사진을 찾아봤는데 어떤 분들은 접촉이 좀 과하던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혼자 찍는 것도 아직 어색해서요.
좀 곤란한가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뿐이죠. 다 됩니다. 바지 벗는 거 말곤 다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