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랑 / 조이 & 추영우
박수영(조이)과 추영우가 논밭을 구르고, 동물을 돌본다. <어쩌다 전원일기>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까지.
어쩌다 두 분이 <어쩌다 전원일기>에서 만나게 됐나요?
박수영(이하 수영) 그러니까요!
추영우(이하 영우) 정말 어쩌다. 어쩌다가요.
<전원일기>라는 드라마는 알아요?
영우 알죠! 1980년부터 2002년까지 한 드라마.
수영 넌 99년생이면서.(웃음) 원작이 웹소설로, <어쩌다가 전원일기>인데 ‘가’를 빼셨더라고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제목은 <여름날 소나기>였어요.
영우 이번 작품하면서 유튜브로 찾아봤어요.
예고편은 추영우 분량이 90%쯤 되던데요?
수영 ‘어쩌다 전원일기’라는 말 자체가 영우가 맡은 지율이란 수의사가 어쩌다가 시골로 와서 전원생활을 하는 내용이거든요. 저보다 두 배로 고생했어요. 논에 빠지고, 염소 몰고. 제가 아니라 다행이기도 했지만.(웃음)
영우 누나가 맡은 자영이도 경찰이라 힘들었을 텐데 제가 힘든 거 할 때마다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응원해줘서 진짜 고마웠어요. 상현(백성철 분)도 그렇고요.
전원 로맨스라더니, 확실히 두 사람 모두 예전에 봤을 때보다 태닝이 되어 있네요.
수영 까만 강아지들 같지 않아요? 하하하! 이번 여름이 진짜 뜨거웠거든요. 태양 그리고 비하고도 많이 싸웠죠. 마지막에는 진짜 거의 매일 찍었어요.
영우 저는 오히려 비 소식이 더 단비 같았어요. 왜냐하면 잠깐이라도 숨 쉴 틈이 생기니까요.
촬영을 하며 보니 실제로도 굉장히 친해진 것 같던데요?
수영 이제 거의 남매예요. 영우는 집에서는 큰형이라는데 막내 같아요. 사실 애교 많은 여동생 같아요.(웃음)
영우 어릴 때부터 누나가 갖고 싶었는데 생긴 거죠. 집에서는 차분한데 찍으면서 애교와 능청이 많이 늘어난 거 같아요. 팀 분위기가 굉장히 밝고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저까지 그렇게 됐어요.
수영 맨날 놀아달래요. 메이크업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무슨 색이에요? 이건 뭐예요?” 이래요.
영우 초반에 지율이가 너무 진지하니 무거워지더라고요. 촬영 외의 순간에는 좀 더 밝으려고 했어요.
캐스팅 당시 서로의 존재를 알았어요?
영우 아마 누나가 먼저 됐을 거예요. 미팅에 캐스팅된 상대 배우분이 오실 거라고 했는데, ‘우와!’ 했죠.
수영 저는 알고 있었어요. 찾아봤죠 어떤 사람인가. <경찰수업> 나온 거 봤는데 비주얼이 좋더라고요. 빨리 친해져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제일 컸어요. 영우 첫인상이 차갑고 무서운 데다 되게 조용했거든요.
친해지기 어렵다는 말 자주 들어요?
영우 먼저 다가가기 어렵다는 얘기 자주 들어요. 여태까지 했던 상대역 배우들이 말하기를, 저는 되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데 눈이 무섭대요.
수영 나도 한 거 같아, 그 말!
‘로코’에서는 중요하잖아요. 멜로 눈빛.
수영 맞아요. 맨날 “멜로 눈빛 장착해!” 했어요. 설레는 신 찍을 때는 각자 호흡을 가다듬고, “준비됐어?”
영우 저희끼리 맨날 그랬어요. “빨리 올려, 연애 텐션!”
친해지려면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있어야잖아요? 누구였어요?
수영 영우가 먼저 다가와줬어요. 사실 저희 다 내향형인데 좀 달라요. 감독님한테 디렉션 들으면 저는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종일 고민하는데, 영우는“아, 오늘은 디렉션이 많지 않은데요?” 하는 거예요. 제 예민함을 눌러주고 달래줬어요.
영우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뭐였어요?
수영 권석장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어요. <파스타>가 제 인생 로코거든요. <한 사람만>을 하면서 앨범 <Feel My Rhythm>을 준비하고 또 바로 활동을 해서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권석장 감독님이 워낙 로맨스 장인이시고 연출도 너무 섬세하게 하시니까 저렇게 대단하신 분이랑 작업하면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하게 됐어요. 감독님의 말씀에 100% 의지하고, 진짜 집중했어요.
영우 일단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었고, ‘전원’이라는 거에 꽂힌 거 같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하고 싶어서 배우를 꿈꿨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잖아도 감독님이 제작 발표회에서 한 말들이 기사화가 많이 됐어요.
수영 하하하. 저한테 아이돌 선입견 있었다고. 실제로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근데 감독님이 회식 자리에서 ‘야, 너 잘하더라’ 하시는데 진짜 눈물 날 것 같은 거예요. 연기 인생에서 큰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영우 저는 데뷔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이렇게 큰 작품과 좋은 역할을 맡았어요. 정말 부담이 컸어요. 제 자리를 찾아갔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죠. 감독님과는 이제 애증 관계 같아요.(웃음) 저를 보고 웃음을 참으시는 게 보여요.
로맨스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에 성패가 달리죠. 있을 수 있는 일 같아요?
영우 누나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사랑하면 진짜 뭐든지 할 수 있다,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할지 모르지만, 그 둘만의 세상이 있는 거라고 얘기해줬는데, 진짜 사랑하면 무슨 일이든 가능한 것 같아요.
수영 저희 그림체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주토피아>의 닉이랑 주디 같다는 말도 들었고요. 진짜 제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지 않아요?(웃음)
그렇지만 두 사람이 오누이가 아니고 작품에선 확실한 러브라인인 건 맞죠?
수영 삼각관계죠. 시청자분들이 지율과 상현이 중 어느 러브라인을 더 좋아해주실지 좀 궁금해요.
그 두 남자가 다 자영을 좋아하고요. 양쪽의 사랑을 받는 역할을 하는 건 어떤가요?
수영 감독님은 제게 궁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저 사람을 좋아하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고민했어요. 제 마음을 누구에게도 보여주면 안 되는 거죠. 연기하면서도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헷갈릴 때도 있었어요. 들키지 않으려고 혼자 꽁꽁 감춰둔 게 많았어요.
이번 역할은 스스로와 얼마나 닮았어요?
수영 너무 달랐지만 찍으면서 점점 저 자신과 합쳐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자영이를 하면서 사람에 대한 겁이 줄었어요. 지금은 싱크로율이 너무 잘 맞아서 자영이를 떼내기가 쉽지 않아요. MBTI도 바뀐 것 같아요.
영우 지율이처럼 까칠하지는 않지만 지율이가 적응하는 모습이 제 모습과 비슷했어요. 지율이로 살았던 3개월이 너무 강렬했어요. 다신 못해볼 경험이죠. 갑자기 찍고 있는데 뒤에 박쥐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고….
수영 박쥐는 진짜 놀랐어요. 청개구리, 메뚜기, 뱀, 지렁이, 노루, 토끼…. 온갖 동물을 다 봤어요.(웃음)
드라마 속 로맨스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뭐가 제일 필요한가요?
수영 연기할 때만큼은 진짜 사랑을 해야 해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고 너무 막 예뻐 죽겠는 그 마음. 쉬거나 할 때 계속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다 이걸 계속 주문을 외우고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이 챙겨주게 된 거 같고요.
영우 ‘모솔’은 아닌데 연애를 잘 못해서요.(웃음) 연애할 때 단계별 감정이 기억이 잘 안 났어요. 그런 점도 지율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수영 누나는 인간 자체가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그래서 뭔가 제가 연기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전혀 없었어요.
수영 영우가 담백해서 좋았어요. 제가 더 편하게 이거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의견도 낼 수 있었어요. 사실 둘은 서사가 있거든요. 드라마 보시면 나와요, 둘의 예전 이야기가요.
사랑을 믿어야 하는군요. 1회만 공개된 상태인데, 두 사람 처음 만나면서부터 티격태격하더군요. 언제 좋아하게 되나요?
수영 자영이는 극 중에서 부모님이 이혼하거든요. 엄마랑 아빠도 사랑해서 만났지만, 결국 나를 버리고 찢어졌기 때문에 사랑은 부질없다. 그러니까 이런 감정에 속아서 내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고 해요. 자영이는 인정을 안 했지만 계속 좋아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영우 지율이는 처음에는 진짜 자영이 안 좋아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걸 깨닫는 순간은 분명히 있어요.
이 작품은 두 사람에게 어떻게 남을 것 같아요?
영우 정말 중요한 작품이 될 거 같아요. 연기적인 커리어를 떠나서 인간 추영우한테 많은 변화를 준 작품이거든요. 많이 컸어요. 연기를 연출하는 사람한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께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수영 저는 항상 무대에서는 100을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제 안에 있는 모든 기를 보여주는 데 익숙한데 감독님과 담백한 연기를 해봤어요. 눈물을 흘리는 건 너무 자신 있는데. 눈물은 흘리지 않지만 슬퍼 보여야 한다는 걸 요구하시는 거죠. 많이 배우고 성장했거든요. 그래서 매일 수업 받는다는 기분으로 갔어요. 저는 감독님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커요. 감독님은 정말 천재예요. 수박바를 좋아하는 천재.
이 작품을 어떤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요?
수영 잊어버렸던 설렘을 느끼고 싶은 분.
영우 레드벨벳 팬분들은 다 보면 좋겠어요. 섬세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그걸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수영 저는 영우가 더 성장할 거라는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맨날 유명해지면 나 잊지 말라고 얘기해요.
또 다른 ‘어쩌다’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면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만나고 싶어요?
수영 이런 거 잘 말해야 해. 음… 어쩌다 백만장자?
영우 어쩌다 모태 솔로? 근데 그건 어쩌다가 되는 게 아니라서 어쩌다 재벌 3세도 좋겠어요.
수영 어쩌다 스위스 여행도 좋아요.
영우 누나 매니저 역할로 따라갈게요. 누나한테 그랬어요. 계속 연기해서 다음 작품에서 또 꼭 만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