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 MEMORIES / 세븐틴 준
세븐틴의 준이, 여기 서울에 혼자서 해낸 많은 일들이 있다.
뭐라고 부르는 게 좋아요? 본명을 한국식으로 읽은 ‘문준휘’가 역시친근감이 드네요.
팬들도 예명인 준보다 준휘로 더 많이 불러요.
우리끼리 아는 이름인 거죠. 어릴 적에는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삶을 상상조차 못했죠?
지금도 신기해요.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는 했지만 영어로 대화를 잘하지는 못하거든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한국 멤버들과 항상 대화하고, ‘잘하고 싶다’ 하니까 더 빨리 됐어요.
공식 별명이 미남이죠. 잘생긴 사람은 사진이 잘 안 나온다는데 어떤 거 같아요?
반대로 여쭤볼게요. 기자님은 어때요?
멋있고 달라 보여요. 좀 다른 준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감사합니다.(웃음) 사실 이런 스타일은 처음 시도하는 거죠. 모니터 보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재미있었고요.
촬영장에서 만나는 세븐틴은 항상 유쾌해요. 작년에는 호시를 만났는데, 재계약을 다 같이 했다면서 즐거워했거든요.
재계약은 정말 뿌듯하죠. 주변 친구들한테도 큰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주변 친구들한테 문자가 엄청 왔어요. 13명이 재계약을 하다니, 대단하다고요. 진짜 좋은 선택인 거 같아요. 저희 팀은 단체 활동을 하면서도 서로 각자의 개인 활동을 응원하는데 그것도 좋고요. 요즘은 캐럿을 다시 만나니까 정말 좋아요. 멤버들도 자신감이 올라오는 게, 기분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여요.
최근에는 디지털 싱글 ‘LIMBO’를 발표했죠. 그런데 아직 무대를 가진 적이 없다면서요?
그래도 며칠 전에 퍼포먼스 영상과 안무 영상을 보여드려서 다행이에요. 저도 ‘LIMBO’ 무대를 하고 싶지만 다른 활동도 있고, 투어도 겹치니까요. 그래도 곧 보여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혼자 작업해보는 건 어땠어요?
100%로 준비할 게 아니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2년 전부터 퍼포먼스용 노래를 작업했는데, 하다가 엎어진 노래가 몇 곡 있었어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LIMBO’가 이제야 나올 수 있었죠.
퍼포먼스팀의 자부심이 있잖아요. 퍼포먼스는 어떻게 준비했어요?
신나게 했죠! 투어를 반 바퀴 돌고 나서 다시 ‘LIMBO’를 하니까 뭔가 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투어하면서 계속 운동하니까 초반보다 복근도 더 잘 보인 거 같아서 좋았어요.(웃음) 자신감이 좀 생겨요.
안무가 예상과 달리 굉장히 부드럽더라고요.
연습생 시절부터 제 장점은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힘이 좋아서 항상 춤출 때 선생님도, 멤버도 저한테 ‘힘 좋다’ ’놀랍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그래서 ‘LIMBO’를 할 때는 선생님이랑 상의해서 일부러 힘을 많이 뺐어요. ‘Fallin’ Flower’의 안무랑 ‘숨이 차’ 안무, ‘HIT’ 안무의 딱 중간에 있어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디테일적인 걸 많이 연구했어요. 춤선도 이전엔 해본 적 없는 거예요. 웨이브 같은 것도 평소에 타는 방향과 반대이고요. 좋은 경험인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힘이 빠져요?
연습해야죠. 사실 다른 방법은 없어요. 그냥 계속 연습해야 해요. 만약에 똑같은 동작이 있으면, 힘을 주면서 뻗는 동작을 익숙하게 만들어서 힘을 빼도 똑같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런 방법밖에 없어요. 부드럽게 춤추는 게 오히려 너무 어려웠어요.
멤버들의 피드백은 어땠어요?
뮤직비디오가 나오자마자 멤버들이 복근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부끄러웠어요.(웃음) 디노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춤을 보자마자 “이 춤은 형 춤인데?”라고 얘기해주는데, 자신감이 생기고 믿음직했어요. 보자마자 다른 사람이 아닌 제 안무라고 말해주니까요.
‘LIMBO’의 무엇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콘셉트요. 제가 하고 싶은 콘셉트였어요. ‘LIMBO’는 노래만 보는 것도 아니고, 안무만 보는 것도 아니고,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거예요. 영화 <트와일라잇> <인셉션>을 참고했고, 가사 중에서도 ‘A Dream in a dream’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거든요. 그게 작곡가 형이랑 <인셉션> 얘기를 하다가 나온 가사였는데, 말하지 않아도 팬들이 이해해주니까 너무 좋았어요. 열심히 준비하길 잘했다….
한동안 중국에서 드라마도 촬영했죠? 가수 데뷔 전에는 아역 배우였고요.
어릴 적에는 주로 주인공 아역이나 아들 역할을 했어요. 제 부모님 역을 맡은 배우분들이 ‘MAMA 홍콩’ 보러 오시기도 했죠. 이번에는 성인 연기를 했어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준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느끼고 나서 다시 준으로 돌아온 거 같아요.
예전보다 달라졌어요?
한국에 와서 확실히 달라졌어요. 무대를 표현하는 방식이 좀 더 열린 거 같아요. 역할이 제 성격이랑 완전 반대로 시크하고 말수가 적어요. 연습생 때부터 생각해보면 우지도 사실 그런 성격이고, 원우도 그런 거 같아요.
서울에 돌아온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기분 좋게 보내요. 단체 활동을 하고 쉬는 날에는 개인 활동을 하고요. 저는 긴 시간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하면 괜찮거든요.
이틀이 길어요?
길지 않아요?(웃음) 그 이상 쉬면 오히려 불안해요. 이번에는 추석 때도 그렇고, 중간중간 ‘LIMBO’ 때문에 개인 스케줄을 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쉴 때면 맛집 탐방도 즐기잖아요?
중식당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훠궈도 좋아하고요.
저도 훠궈를 너무 좋아해서 책도 썼어요.
진짜요? 저 이번에 월드 투어하면서 가는 도시마다 훠궈를 먹었어요. 꼬치 훠궈를 추천하고 싶은데요.
‘촨촨샹’ 말이죠? 먹어봤죠. ‘카오위’도 즐겨 먹고, ‘수주어’도 좋아해요.
오오, 이거 제가 한국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서 추천한 메뉴예요. 중국 음식 중에서도 만들기 어렵고, 실력을 볼 수 있는 음식이거든요. 기름도 많이 들고, 기름 상태만 봐도 이 가게가 좋은 기름을 쓰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저희 엄마 고향에 한 번 가보셔야 해요. 충칭요.
충칭! 거기는 홍탕을 제대로 만들잖아요?
맞아요. 홍탕 얘기할 때 항상 신나는 이유가 그거예요. 집에서 고추 튀기고, 팔각이랑 향신료 넣고 만들죠. 어릴 때부터 그쪽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저도 아직 가본 적은 없어요. 같이 중국 가요. 가서 화보 찍어요.
준과 가면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겠군요. 준에게 맛있는 음식의 의미는 뭐예요?
맛있는 음식도 인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중국에서 제일 중요한 네 가지가 의식주(衣食住)와 교통(行)이거든요. 기본적인 네 가지인데, 그럼 인생의 4분의 1이 음식이죠.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밥 먹으면서 지내잖아요. 그러니까 대충 먹는 것보다는 시간 있을 때 잘 먹는 게 좋아요. 그래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런데도 복근이 유지되네요. 훠궈는 고열량 음식인데….
운동하면서 먹으니까 생각보다 괜찮아요. 저는 8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도 해요. 먹은 만큼 운동하고, 운동할 때도 음식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 하고요. 훠궈 먹으면 무조건 유산소운동을 해야 해요.
술 마시면서 하는 예능에 나가고 싶다고도 했는데, 풍류를 아는군요?
술을 안 좋아했어요. 술이 맛없다고 생각해서 ‘술을 왜 마셔. 차라리 밀크티 먹는 게 낫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술이 때로는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술을 마시고 나면 용기가 생기잖아요. 마음속에 있던 부끄러운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 좋은 거 같아요.
술 마시면서 하는 예능에 나간다면 어떤 술이 좋을까요?
저는 단 게 좋아요. 샴페인이나 화이트와인을 즐겨 마셔요. 근데 뭐 상관없어요. 술보다는 술을 같이 마시는 사람이 중요하죠. 그저 술을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 술을 마시면서 친구들이랑 긴 시간 얘기하는 거죠.
연말은 뭐랄까, 특별한 시즌인데. 준이 기억하는 특별한 연말이 있어요?
이 인터뷰가 공개될 무렵에는 돔 투어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의미가 깊은 콘서트죠. 오래전부터 계획했는데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년을 미룬 거니까요. 아쉬움이 커서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 기분이 어떨지 저도 아직 잘 모르지만, <얼루어>가 나올 때면 알게 되겠죠? 해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 자체가 항상 신기하고 너무 고맙죠.
마침 12월호로 만났어요. 크리스마스에는 멤버들한테 뭘 받고 싶어요?
저는 선물 주고받는 게 스트레스예요. 다른 멤버가 생일일 때는 쇼핑하는 걸 따라가서 옆에서 계산해줘요. 제 생일에도 그냥 밥 사달라고 해요. 훠궈 잔뜩 먹는 거죠.
겨울은 좋아해요?
제가 자란 도시가 선전인데, 눈이 없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패딩이라는 것도 어릴 때는 잘 몰랐어요. 한국 왔을 때 패딩을 안 갖고 온 거예요. 제일 추운 어느 날, 연습생 친구가 패딩을 빌려줬어요. 지금은 패딩이 최고죠.(웃음)
그나저나 ‘부리부리하다’는 말 알아요?
부리부리? 블링블링? 이런 건가요?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말인데, 준처럼 이목구비가 크고 시원시원하게 생긴 걸 말해요.
새로운 단어 배웠네요. 부리부리. ‘가지가지한다’는 말은 알아요. 재미있는 거 같아요. 부리부리. 가지가지.
누가 물어보지 않았지만 준이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저는 혼자 3시간까지도 말할 수 있어요. 근데 오늘은 인터뷰가 아니라 그냥 즐겁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음식 얘기도 할 수 있어서 그런가요? 하하! 저는 영어 공부도 음식으로 하고 있거든요. 예전 연습생 시절에 멤버들에게 마라를 소개했는데, 그땐 한국에 마라가 없었어요. 나중에 잘 되어서 한국에 식당을 열어 마라를 유행시켜야겠다 했는데, 이젠 늦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