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연애 / 채수빈&최민호
우리 다시 사랑해도 될까? 채수빈과 최민호가 함께 그려간 아주 보통의 연애.
| 채수빈 |
요즘도 일기를 열심히 쓰나요?
그럼요. 캐릭터 분석을 위해 인물의 성장과 가치관 등을 기록하는 것 하나, 삶에서 겪는 개인적인 감정을 나열하는 것 하나. 총 두 권의 일기를 써요.
감정 일기에 요즘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나요?
삶은 왜 이리도 힘든 것인가! (웃음)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출연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새로운 작품에 대한 부담 때문인가요?
정말 심해요. 본격적인 진행에 돌입하면 사실 큰 걱정이 없는데, 작품 들어가기 직전에는 온갖 상상을 하며 불안해하는 편이에요. 막상 겪으면 별거 아니다 싶으면서도 늘 반복되는 패턴이에요.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못해서 창피해지고 싶지 않아요. 요즘 제가 폭풍 공감하는 구절이 있는데 이걸 들려드릴게요. 제 마음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알랭 드 보통 <불안>의 한 구절인데요, “재능은 한동안 우리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아무 말 없이 사라져 그간의 성공마저 물거품으로 만들고는 한다”로 시작되는 내용이에요. 과거 작품을 돌아보면 ‘저걸 어떻게 했지?’ 싶어요. 내가 한 일인데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느낌이에요.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책을 읽으며 숨을 고르나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힘들 때는 자기 계발서나 철학을 읽고 마음이 평온할 때는 소설을 찾아요. 장르는 크게 가리지 않아요.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예요. 인생 책으로 꼽아요. 열악하고 피폐한 삶을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인데,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어른의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까지 절절하게 와닿았어요.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는 오열하고 말았죠.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걸 보면 <더 패뷸러스> 속 표지은과도 공통점이 많을 것 같아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잘해내고 싶어 하는 열정이 많이 닮았어요.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데 의도와 다르게 일이 더 꼬이거나 오해를 받는 상황에서도 크게 공감했어요. 지은이도 저도 실수할 수밖에 없는 나이잖아요. ‘홍보 대행사’라는 곳에서 지은이의 일은 굉장히 신기했지만요.
이 드라마는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을 다루죠. 이번에 연기한 지은이는 홍보대행사 AE예요. 엔터테인먼트와도 밀접하고요.
저 역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스타일리스트와 대행사 사무실을 찾아가서 얘기를 듣고 일도 지켜봤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쌓여 결과물로서 비치는 부분이 많은데, 지은이가 하는 일은 결과를 완성하기 위해 서포트하는 일이에요. 그 과정에서 폭발하는 열정과 성취의 뿌듯함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최민호와의 케미는 어땠어요? 오늘 현장에서 두 분의 케미는 완벽했어요.
현장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활기찼어요. 작품이 공개되면 저희의 ‘찐친’ 케미를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민호 씨는 주변 사람을 정말 잘 챙겨요. 본인도 추울 텐데 난로를 선뜻 빌려주는 사람이에요. 현장의 가장 막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더라고요. 우민이와 달리 열정도 가득해요. 대본에서 본 우민의 캐릭터가 민호 씨를 만난 덕분에 다양한 요소가 살아난 것 같아요.
작품 속 ‘냅따까라’ 4인방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수빈 씨와 함께하는 사람이 있나요?
‘코딱지들’이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있어요. 고등학생 때 친해졌어요.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파워레인저처럼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하고 힘이 되어줘요.
어른이 되어갈수록 그런 사람들의 존재가 더 소중하잖아요.
맞아요. 어린 시절 함께 꿈꾸며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 친구들과 지금까지 함께 왔다는 게 정말 소중해요. 결혼을 앞둔 친구가 있어서 얼마 전 노래방에서 SG워너비의 ‘라라라’를 연습했거든요. 부르면서 다 같이 엄청나게 울었어요.
그들이 수빈 씨가 가진 단단함의 원천일 수 있겠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기도 하잖아요.
기회가 왔을 때 공부가 되겠다 싶으면 도전하려고 해요. 물론 많이 주저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는 앞으로 쭉 다채롭게 경험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 속에서 개인적으로 변곡점이 된 작품이 있어요?
작품마다 어떤 식으로든 공부가 됐어요. 연기 실력을 향상시켜준 작품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한 작품도 있어요. 좋은 선배와 동료를 만나 얻는 배움도 있죠. 당연히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성장을 가져다줬어요.
어떤 일에도 긍정적인 편인가 봐요.
긍정적이라기보다는 지나간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에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일은 붙잡고 있지 않아요. 빨리 털어버려야죠!
2022년의 마지막인 12월호와 함께하는 마음은 어떤가요. 아쉬움과 설렘 중 어떤 감정이 더 커요?
2023년이면 제가 딱 서른이 돼요. 아직 실감은 나지 않아요. 친구들과 ‘우리가 벌써 서른이라니! 이게 말이 돼?’라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배우로서는 기대되는 바가 커요.
데뷔한 지도 딱 10년이 되는 해네요. 뭐가 가장 기대돼요?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고 다양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요. 배우로서는 이제 시작일 수 있겠다 싶거든요. 늘 비슷한 것 같지만, 20대 초반 연기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앞으로 10년간 열심히 밑거름을 쌓다 보면 또 어떤 방향으로든 성장하지 않을까요?
| 최 민 호 |
<더 패뷸러스> 예고편을 보고 무척 설렜어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청춘의 모습이 선명하더라고요.
저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또래의 고민이 잘 담겨 있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감독님과 미팅을 할수록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어떤 부분이 특히 매력적이었어요?
패션 업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제가 몸담은 업계의 이야기기도 하잖아요.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지점을 해결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성장의 폭이 큰 지우민이라는 캐릭터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지우민의 인물 소개 중 ‘열정 빼고는 모든 것을 다 갖춘’이라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최민호는 ‘열정의 아이콘’인데요.
적극적인 인물은 아니에요. 우민을 연기하면서도 최대한 저 자신을 숨기려고 노력했어요.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안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사실 숨기고 있는 부분도 있어요. 극이 진행될수록 변화되는 우민의 모습에 많이 끌렸어요.
연기를 하면서 느낀 청춘물의 특별한 묘미가 있나요?
자극적이지 않지만 공감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극 중 인물이 조금이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그 감정을 같이 느끼며 호흡할 수 있어요.
현장 분위기가 유독 좋았다면서요.
엄청나게 밝고 시끄러웠어요. 촬영 초반에는 서로 많이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촬영이 진행되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게 찍었어요. 좋은 친구들을 얻은 것 같아요.
조금 전 인터뷰에서 수빈 씨가 민호 씨의 배려심에 대해 한참을 칭찬했어요. 민호 씨 역시 수빈 씨로부터 자극받은 부분이 있었나요?
정말 추운 겨울에 촬영했어요. 패션 드라마다 보니 멋진 옷을 위해 보온은 포기해야 했죠. 힘들 텐데 티 안 내고 열심히 하더라고요. 수빈 씨는 촬영해야 할 신도 많았는데 집중해서 끝까지 잘 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많이 배웠죠.
그러고 보니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민호 씨는 늘 청춘인 것 같아요.
그럼요. 몇 년 더 남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간직하고 싶은 청춘의 단상이 있나요?
체력을 간직하고 싶어요.(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깎이는 게 느껴져요. 어릴 때는 몰랐어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더 잘 느끼는 것 같아요. 한두 시간 뛰었을 때 예전에는 데미지가 1도 없었다면 지금은 점점 쌓여요.
서럽던가요?
그렇습니다. 서럽긴 하지만 그걸 느끼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챙겨 먹고 운동하며 유지해야죠.
영화 <두 남자> 촬영 당시 배우 마동석은 최민호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승부욕이 좋은 쪽으로 발현되는 친구다”라는 말을 했어요. 연차가 쌓이면서 일할 때 승부욕을 더 불태우게 되는 부분이 있나요?
불태우려고 했는데 되레 허공에서 혼자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최대한 안 그러려고 해요.
어떤 부분에서 불태우려고 했어요?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의 성과가 좋기를 바란 적도 있고, 그렇다면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까, 어떻게 하면 그런 작품에 함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그런 부분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여전히 승부욕을 품고 있지만 부릴 때 부리고 안 부릴 때 안 부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일의 지속가능성을 찾았다는 말처럼 들려요. 그렇게 찾은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저 자신에게 떳떳한 거요.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에요.
15년의 경험이 빚어낸 최민호의 신념인가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나쁜 것은 최대한 배려하려는 쪽이에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강조하신 ‘겸손하라’는 마음도 큰 부분을 차지해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하며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잘 풀어가야 한다는 목표 의식도 있어요.
배우라는 일의 기쁨과 슬픔은 무엇이라고 느껴지나요?
많은 분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는 감사한 직업이죠. 좋은 점이 너무 많아요. 연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삶,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더 나은 모습을 고민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갉아먹기도 하죠. 안 좋게 보면 안 좋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도 희열을 느껴요.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네요.
만족해요. 복에 겨운 직업이에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군백기’를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일했어요. 15년간 갓생을 살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저를 찾아주시는 것에 감사해요.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저란 사람 자체가 조금 쉬다 보면 또 금방 뭘 하고 싶어져요.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아직은 달리는 게 너무 좋아요.
지칠 때는 없나요?
이겨내려고 하죠. 3~4일 쉬면 충분해요. 달려야죠!
작품과 관련한 피드백 중 어떤 말을 가장 좋아하나요?
‘연기 너무 좋던데!’ ‘너무 잘했던데’. 이게 가장 기분 좋은 피드백인 것 같아요. 뭐가 좋았냐, 왜 좋았냐 구체적으로 파고들지는 않아요. 말하는 사람이 민망할 수도 있잖아요.
오늘의 배우 최민호를 만든 지난날의 경험이 있나요?
어떤 게 제일 좋았다 좋지 않았다 순위를 매길 수 없어요. 지나온 하루하루가 성공과 실패를 만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모든 것들이 응축되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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