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가 되어 돌아온 배우 구교환 #길복순
킬러로 등장한 <길복순> 공개를 앞둔 구교환은 지금도 다른 현장을 끊임없이 오간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서. “나는 한 번도 무명이었던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름이 있었으니까요.”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인터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도 지금 놀랐어요. 보자마자. 너무 좋습니다. 오랜만이거든요.
배우나 기자나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게 일인 사람들이죠.
둘 다 되게 창의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님의 정서에 따라 결과물이 바뀌는 거잖아요. 그 사이 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모든 산업을 이해하고 맡기는 편이군요? 저도 오늘의 정서가 어떻게 흘러갈지… 하지만 모든 건 상호작용이라고 믿어요.
저도 그런 타입이에요. 화보 찍고 인터뷰하는 것도 연기와 비슷한 거 같아요. 감독님이나 연출자처럼 기자님도 뭔가를 연출하는 거니까요.
어떤 부분을 돋보이게 할지, 어떤 부분을 버릴지 고민합니다.(웃음)
그러니까요. 배급이라는 문제가 쉽지 않아요.(웃음)
배우의 실제 생활과 작품은 다르기 마련이지만, 구교환은 작품의 모습이 또 실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는 해요. 얼마나 닮았나요?
다 저니까. 사건은 시나리오가 만들지만 영감은 저한테 받는 거 같아요. 제가 저를 흉내 낼 때도 있거든요. 가장 어려울 때는 스스로 더 질문하고 저를 복기하는 거 같아요. 결국 저로 출발하는 거예요.
요즘 배우 생활에 고민은 없어요?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현장 가는 게 너무 즐거워요.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회사에 쉬고 싶다고 말한 적 없어요?
음… 없어요.
그럼 반대로 계속 작품을 찾아요?
그렇지도 않고 저는 오늘만 생각해요. 걱정하지 말고 미리 계획하지 말자. 어차피 계획은 다 무너지잖아요. 가까운 시간의 일을 먼저 계획해보죠. 저녁은 뭘 먹을까, 이따가 하는 신은 뭘까. 그때그때 상황에만 집중해요.
그럼 오늘의 계획은요?
화보를 잘 찍자. 끝나고 뭐 먹지? 어제 야식으로 수제비가 나왔는데 참았어요. ‘죄송하지만, 내일 화보 촬영이 있어요’ 했거든요. 프로인 척. 사실 먹는 걸 좋아해요.
TV 광고를 찍고 매거진 화보와 커버를 촬영하는 일상도 이제는 익숙한가요? 조용하던 시절이 그립지 않아요?
사실 저는 언제나 시끄럽게 있었어요. 혼자서 뭔가를 했고, 나름대로 굉장히 시끄럽게 살았어요. 스케일도 그때가 더 컸어요. 지금은 좋은 의미로 시트콤 같다면, 그때는 저를 둘러싼 모든 게 대서사시였죠. 예전에 작업한 시나리오에 이렇게 썼어요. ‘나는 한 번도 무명이었던 적이 없어.’ 왜냐하면 저는 이름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삶도 굉장히 다르고 흥미롭지만, 그때도 재미있었어요.
화보 작업은 어때요? 재미있어요?
이야기가 탄생하는 과정 같아서 좋아해요. 낯선 옷 입고 낯선 질문 받고, 때로는 중복된 질문이더라도 낯설게 해석하는 걸 즐겨요. 그래서 웬만하면 정보 없이 오거든요. 그래야 더 재미있어요. 그냥 이렇게 친구 만나듯 얘기하는 게 좋아요. 너무 짓궂은 질문만 피해주시면!
그래도 한계를 마주할 땐, 어떻게 해야 재충전이 돼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잠을 제일 좋아해요. 제가 가진 초능력이 있다면, 잠을 계속 잘 수가 있어요. 피곤하지 않아도 잠잘 수 있어요. 되게 축복받은 능력이죠,
곧 넷플릭스로 <길복순>이 공개됩니다. 넷플릭스와 계속 작품을 이어오고 있는데, ‘넷플릭스의 아들’이라는 소리도 종종 듣나요?
아들? 아들이라기에는 제가 나이가 더 많아서….(웃음) 넷플릭스의 유저죠, 저도. 저 역시 영상 중독이에요. 뭔가를 먹을 때 보는 거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어떤 콘텐츠를 일부러 아껴요. 맛있는 거 먹으면서 보려고요.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선배 콘텐츠 좋아하고요. 그런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딱 끊고, 이거 밥 먹을 때, 뭐 먹을 때 봐야겠다고 하고 먹으면서 보는 거 좋아해요.
<길복순> 속 캐릭터는 또 어떻게 구교환화되었을지.
<탈주>라는 다른 작품을 촬영하던 중에 <길복순>에서 한희성 캐릭터를 제안받았죠. 사실 물리적으로 어려운 스케줄이기도 했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왜 욕심을 냈어요?
그냥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을 것 같았어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그 작품의 구성원이, 팀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진과 출연진의 팬으로서. 그런 거 있잖아요. 저 작품에, 저 팀에 끼어서 한 요소가 되고 싶다. 다행히 회차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참여할 수 있었어요.
<길복순>에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다 모인 거 같아요. 특히 배우들의 배우라고 불리는 전도연도 있죠. 바라던대로 일원이 되니 어땠어요?
너무 좋았죠. 사실 그런 마음으로 계속하는 거예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방구뽕도 같은 마음으로 들어갔거든요. 박은빈 씨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궁금했고 그 작품에 대한 호기심에…. 어떻게든 좀 껴주세요 하고 쏙 들어갔죠.
‘어쩐지 인정받지 못하는 킬러’. 이게 한희성 한 줄 소개입니다. 역시 인정받는 킬러보다 인정받지 못하는 킬러가 더 재미있을 거 같거든요.
그러면 좋겠어요. 그게 대사로 그대로 나와요. 이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데, 킬러의 등급이 나뉘어 있고 거기서 등급이 가장 낮은 직원이고 어떤 분노를 하고 있죠. 제 역할은 차치하고라도 <길복순>은 매력적인 작품이니 기대해주세요. 저도 아직 못 봤어요. 기술 시사일에 다른 촬영이 있었는데, 사실 제가 출연한 작품을 잘 찾아서 보지는 않아요.
왜요?
다른 배우도 다 비슷한 이유더라고요. 그냥 자기 모습 보는 거 힘들잖아요.
예쁘고 잘생겼다면 자주 보고 싶을 거 같은데요?
저도 누구처럼 잘생겼다면 그랬을지 모르지만! 쑥스러운 것도 있고, 직업으로 치면 이미 제가 바꿀 수 없는 영역에 갔다는 생각이에요.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을 때는 어땠는지 다르게 할 수 있는지 여지를 두면서 보겠지만, 크랭크업 상태에서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이미 바뀌지 않는 거라면 그냥 두는 타입이에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아니라면 내 손을 떠난 거네요.
저는 저를 반만 믿어요. 반은 강력하게 믿고, 반은 남이 보는 저를 믿거든요. 그 밸런스가 잘 맞으면 되게 좋은 거 같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제가 가지고 있거나 움직이는 것에 대한 건 제가 원하는 것으로만 채우려고 하는데, 제가 원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이뤄내지는 않잖아요. 그랬을 때는 저를 믿어주고, 저를 애정하는 사람의 시선이 들어왔을 때가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더군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에 열려 있어요. 작품뿐만 아니라 화보나 인터뷰 작업도 기자님의 시선과 태도를 믿어요. 제가 어떻게 얘기하든, 결국 기자님의 시선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매체에 대해선 어떤가요? OTT 작품이 많은데, 더 자유로워요?
그보다는, 제게 욕심이 있다면 작품을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진짜 많이 보는 건 결국 로맨스 장르던데요?
저도 하고 싶어요, 로맨스.(웃음) 저도 대관람차 안에서 뽀뽀도 하고, 서브 남주도 하고 싶고요. 그러려면 제가 로맨스에서도 궁금한 인물이어야겠죠.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체나 장르에 상관없이 저는 그냥 좋으면 하는 거 같아요.
좋다는 감정은 그냥 본능적인 건가요?
제 호감과 마음에 맡기죠.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셈을 많이 할수록 후회도 비례하는 거 같아요. 셈을 갖고 움직인다고 결과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올해는 <D.P.2>가 공개되죠. ‘호랑이 열정’ 한호열을 또 만나겠군요.
‘DP’라는 포지션이 재미있는 게 경찰도 형사도 아닌데 누군가를 추격해요. 그래서 저도 <D.P.>에 끌린 거 같아요. 아직 뭔가가 형성되지 않은 나이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고요. 그래서 한호열 대사 중에 ‘우리가 형사도 아니고’라는 대사를 되게 좋아해요.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다니까 오디언스 입장에서 무척 즐겁습니다. 그 작품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그런가요? 이건 정말 영광이네요. 저도 그런 영화나 콘텐츠가 있거든요. 어떤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고, 어떤 예능인의 작품이기도 하고, 배우의 작품이기도 하고요. 한준희 감독님의 어깨가 무겁겠네요. <D.P.>는 또 특별한 게, 속편을 찍는 건 제가 처음 해보는 경험이에요. 세월을 함께 보낸 캐릭터를 다시 연기해야 해요. 연기가 새로워서는 안 되는데 또 새로워야 하고… 재미있는 지점이죠. 배우로서는 기분 좋은 반복을 하는 건데, 여기서 내가 얼마나 나만의 청량함을 갖고 갈 것이냐…그런 거죠.
마침 청량함이 어울리는 봄입니다. 4월호.
오늘은 다시 춥네요. 저는 여름에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겨울에 연기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추위와 입김 때문에 연기가 더 좋아 보여요.
지금은 또 어떤 현장에 있나요? 이걸 마지막 질문으로 하고 이제 촬영을 좀 해볼까요?
이번 작품은 시대극이라서 1980년대 사람의 무드가 나와야 해요. 홍보 좀 잠깐 할까요? <왕을 찾아서>라는 SF 시대극이고요.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관객이 깜짝 놀랄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말 인터뷰가 다 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