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러> 주원의 가열찬 질주
주원은 오늘도 달린다. 매 작품 새로운 도전의 마음을 품은 그의 가열찬 질주.
<카터> 때보다 체중이 얼마나 빠진 거예요?
10kg 정도요. <스틸러: 일곱 개의 조선통보>(이하 <스틸러>) 출연을 확정하고 조금 감량했는데, 촬영하면서 계획한 것보다 더 많이 빠졌어요.
예고편을 보니 슈트를 입고 등장하더라고요. 새로운 몸을 만들었나요?
전체적으로 부피를 좀 줄이려고 했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 황대명은 문화재청 공무원이면서 밤에는 불법 거래되는 문화재를 환수하는 히어로로 활약하거든요. 슈트를 입는데, 이를 위해서는 몸이 커 보이기보다는 날렵해야 했거든요.
극악 액션이 난무한 <카터>에 이어 또 액션 작품을 택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어요?
아니요. <스틸러>는 흥미가 생겨서 정한 작품에 액션 요소가 있었다 정도예요.
주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틸러>의 매력에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요?
유쾌함. 예고편을 통해 예상되는 것보다 더 코미디일 거예요. <카터>가 끝나고 차기작을 결정해야 할 때 편안하고 친근감 있는 캐릭터에 갈증이 있었어요. 문화재 환수라는 주제도 흥미로웠죠. 무겁고 낯선 주제일 수 있는데, 코미디 장르로 접근한 점이 좋았어요.
코미디 연기에 자신이 있었나요?
일단 황대명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볍다 못해 호구 같은 친구예요. 아이 같은 구석이 있죠. 스컹크로 변해 문화재를 환수할 때도 얘는 이걸 일종의 영웅 놀이쯤으로 생각해요. 악의 무리를 혼내줄 때도 까불까불하고요. 최화정, 조한철 등 함께하는 카르마 팀의 호흡도 엄청나요. 작품 자체를 기대해도 좋아요.
까불이 영웅에게 히어로물의 통쾌함이 어떻게 구현될지도 궁금하네요.
스컹크한테는 쉬운 미션이 하나도 없어요. 처음부터 매 순간이 고비인데 어쨌든 그걸 해결할 때의 통쾌함이 커요. 문화재 은닉 전문가가 쓰는 방법을 보면 진짜 저렇게까지 하나 싶더라고요. 그걸 해냈을 때의 희열에 시원함이 있어요. “너네 오늘 나한테 죽기 전까지만 쳐맞자!” 이런 대사를 하면서 응징하는데, 유쾌하고 장난스러워서 더 통쾌한 것 같아요.
‘데드풀’ 같은 히어로가 생각나요. 방영되면 ‘짤’도 많이 생성될 것 같은데, 욕심나는 짤이 있나요?
문화재청 직원으로서 대명이는 요즘 말로 월급 루팡이에요. 요리조리 일 안 하려고 피해 다니고 아부에도 능해요. 그런 ‘킹받는’ 순간이 짤로 나와도 좋겠고, 스컹크가 얼굴은 안 보이지만 우스운 동작을 많이 하거든요. 놀라운 상황이면 (양손을 뒤로 젖히며) 이렇게 하거나 (주먹을 입에 물며) 이런 동작을 추가하려고 했어요.
이런 코미디 역할은 처음인 것 같아요. <카터> 때와 마찬가지로 도전, 주원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타이틀이 예상되는데, 매번 이렇게 모험가적 기질을 발휘하는 이유가 있어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저 자체가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주원 씨의 MBTI인 ISTJ는 안정을 추구하는 쪽 아닌가요?
일상에서는 무조건 안정을 추구해요. 유일하게 변하는 게 연기할 때죠. 그때만 달라지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평소에는 뭘 보고 깔깔 웃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경우가 드물어요. 감정 기복이 없고 단조롭거든요. 놀이 기구를 탈 기회가 있어도 ‘안전한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죠. 새로운 시도나 모험을 잘 안 해요.
평범한 인물이라도 주원을 만나면 특별해지겠네요?
영화나 드라마 속에 단순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찾은 특별함과 다른 요소가 도전이라는 마음을 품게 해요. 그리고 그걸 잘해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해요.
학창 시절의 경험이 이런 직업 의식의 싹이 되었을까요?
맞아요. 학창 시절에도 평범한 역할은 거의 안 했어요. 할아버지나 변태 같은 역을 할 때 주인공이 아닌데도 재미있었어요. 교수님과 동기들이 교양 시간의 저와 전공 수업의 제가 너무 다르다고 얘기해줬는데, 몇 번을 들어도 기분 좋은 칭찬이었어요.
그런 칭찬은 자부심으로 이어지기도 할 것 같은데, 어때요?
갭이 큰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 이게 제 나름의 자부심이죠. 오히려 그래서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도전한다는 느낌을 주는 캐릭터를 만나면 아무래도 긴장되고 더 깨어 있어야 하니까.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설렘과 두려움 중 어떤 감정이 앞서요?
설렘요! 걱정과 불안은 촬영 전까지는 제로에 가까워요. 설레다가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신나요. ‘힘에 부친다, 왜 했을까’ 생각이 드는 건 본격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예요.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쌓아온 커리어가 벌써 두둑해요. 18년을 가열차게 연기한 배우도 커리어 고민을 하나요?
딱 1년 전쯤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모든 게 급변했잖아요. 저는 그런 변화에 잘 맞춰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두고 많이 헤맸어요. 지상파 3사만 있을 때는 요일과 시간대, 제작진 말고는 크게 고민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요즘은 뭐가 좋은지 예측할 수 없어요. 사실 입대 전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린 탓에 제대 후에는 정말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만 엄선해서 하자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딱 그 시기에 콘텐츠 시장이 급변했죠.
맞아요. 제대하고 다시 일을 하려는데 ‘어?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싶었어요.(웃음) 예측하기 어렵고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작품 하나를 고르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뭔가요?
과감해지자. ‘지금은 너무 고민할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이에요. 빨리 선택해서 쉬지 않고 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바뀐 세상에 적응하려면 제가 못하는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그 시기에 하게 됐어요. SNS가 대표적이에요.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어요. 최근 한 달 사이 올라온 포스팅이 지난 한 해 포스팅 개수와 비슷해요. 도대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일었던 걸까요.
진짜 해야지 싶더라고요. 작년까지만 해도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여기며 미뤄뒀거든요. 그런데 점점 SNS가 중요해지고 주원이라는 배우가 잊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진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입문해보니 어떤가요?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아요. 걱정이 많은 편이라 뭐 하나 올릴 때도 사진을 요리조리 확대해보고 체크하거든요. 말투도 엄청 고민해요. 이런 걸 알고 싶어 할까?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나? 이모티콘은 이거 괜찮을까? 등등. 텍스트를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서 이모티콘만 쓰다가 얼마 전에 ‘잘 지내요?’라는 글을 썼는데 팬들이 거기에 답을 달아주시더라고요. ‘빵이 좋다’ 이런 말을 쓰면 팬들이 ‘오빠가 대빵 좋아요’ ‘저는 무슨 빵 좋아해요’ 하는데 뭔가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소통의 맛을 봤네요! 그동안 하기 싫었던 마음과 다르게 사진은 아주 수준급이에요. 나름의 팁이 있나요?
100장 찍어서 하나 마음에 들면 올리는 거예요. 일상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신경 쓸 게 많더라고요. 평소에는 사진첩에 골프 영상밖에 없을 정도로 안 찍고, 외출할 때는 모자만 푹 눌러쓰고 나가거든요.
스타일링은 직접 하나요?
네. 머리 만지는 게 가장 힘들어요. 내릴까 올릴까 고민하고, 만약 내렸는데 별로면 또다시 머리를 감는데 하….(웃음) 얼마 전에는 지인들과 백화점 가서 옷도 샀어요. 그런데 또 이렇게 멋진 옷을 입고 저를 더 꾸미고 이렇게 올린 사진을 팬들이 좋아하니까 기분 좋더라고요.
오늘 현장에 고구마와 케이크를 직접 구워 왔어요. SNS에 이어 요리도 새로 생긴 취미인가요?
요리는 올해 초 재미를 좀 붙였어요. 그전까지는 하다 안 하다 했는데 요즘은 틈만 나면 해요. 직업상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데 뭐가 들어갔는지 알고 싶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건강한 재료를 넣고 대체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레시피대로 했을 때 맛있으면 성취감도 크고요.
올해 새롭게 시도하고 받아들이는 게 많네요.
그러니까요. 왜 그럴까요? 아! 올해 토끼해잖아요. 제가 토끼띠거든요. 토끼해라서 기운이 좋은가 봐요!
이 기세로 또 도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작품 활동은 ‘일단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나아가야죠. 그 외적으로는 SNS나 요리처럼 새로 시작한 일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일이 일상에 안착하는 데 1년은 봐야 할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이번 <스틸러> 현장에서 느끼는 건데 후배들을 보다 잘 품고 싶어요. 드라마 전작이 <앨리스>였고, 그전 작품은 입대 전이에요. 늘 내가 품지 않아도 누군가 품어주는 환경이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가장 선배고 주연이에요. 요즘 그래서 좋은 선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선배 주원이 누군가를 품는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좀 더 끈끈해지는 거요. 얼마 전에 처음으로 회식을 주도했었는데 진작 할 걸 싶었어요. 분명 충분한 기회가 있었고, 만나서 좀 더 소통할 걸 했어요. 저와 함께하는 현장을 후배들이 더 좋아해주면 좋겠고 든든한 선배, 멋진 선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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