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경이 루이 비통을 만났을 때

어두운 잠수교 다리 위에서 펼쳐친 루이 비통 프리폴 쇼의 여운을 한낮에 다시 마주했다. 루이 비통의 뮤즈이자, 낮과 밤처럼 상반된 매력을 모두 지닌 배우 이성경과 함께. 

빈티지 모노그램 패턴의 블라우스와 티어드 스냅 버튼 스커트, 무릎길이의 가죽 부츠, 모노그램 패턴의 ‘카퓌신 미니 백’은 모두 루이 비통(Louise Vuitton).

페플럼 후디 집업 재킷과 쇼츠, 아치라이트 펌프스는 모두 루이 비통.

컬러 블록 점프슈트와 앵클 스트랩 샌들 힐, 후프 이어링, 체인 브레이슬릿은 모두 루이 비통.

크루넥 데님 베스트와 헴 데님 스커트, 열기구 패턴의 실크 스카프, 가죽 부츠,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브레이슬릿은 모두 루이 비통.

<낭만닥터 김사부3>(이하 <김사부3>) 촬영 일정이 쉴 틈 없다던데, 어쩜 이렇게 에너지가 넘쳐요?
오늘은 좀 신기하네요. 엊그제는 두 시간, 오늘은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어제는 수술을 한 건 하고 왔습니다!

벌써 세 번째 의학 드라마예요. 병원 가면 웬만한 의학 용어는 다 알아듣죠?
자연스럽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겹치는 용어가 있어서 동물 병원에서 알아들은 적이 있어요. <김사부3>의 배경인 돌담병원이 권역외상센터가 되면서 처치 스케일이 커졌어요. 실제로 병원에 근무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현직 의사가 감탄할 만큼 타이(Tie)를 그렇게 잘한다면서요?
타이를 처음 배운 날 가르쳐주신 선생님을 제가 이겼어요. 대동맥 봉합도 해봤고요. 작품 속에서 실제 수술과 똑같이 재현하다 보니 속도와 각도처럼 세심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아요. 연습만이 살길이죠. 촬영 틈틈이 배워서 해내는 게 고되지만 또 재미있어요.

돌담병원 멤버들이 그대로네요. 다들 ‘시즌3’를 고대했나요?
그럼요. 차은재가 돌담병원에 있어야지 어디를 가겠어요.(웃음) 스케줄을 비워두기도 했고, 어떻게든 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맞출 각오도 했어요. 배우는 물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이 있는 현장의 훈훈함이 그리웠고,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이번에는 어떤 기대가 있었나요?
<김사부3>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기다려준 시청자를 위해 전과 같이 잘 만들자는 마음뿐이었어요. 단순히 드라마 속 역할을 넘어 특별하고 소중한 작품이라 아름답게 잘 만들고 싶었어요.

드디어 모인 <김사부3>의 첫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3년 만인 기분이 아니라 3년 전 현장의 연장 같았어요.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인 것처럼 왁자지껄했어요. 다들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단체 채팅방은 늘 활성화되어 있었어요.

은재를 두고 ‘성장캐’라고들 해요. <김사부3>에서는 어떤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특하게도 은재는 알아서 잘 성장해왔어요. 의사로서뿐 아니라 삶에도 주체성이 생겼고요. 연기 톤을 다듬고 싶어 욕심을 부리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은재만의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을 가져갈 수 있게 이끌어주셨어요. 더 훌륭한 의사로 성장한 건 맞지만, 사람 자체가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만약 ‘시즌4’를 제작한다면 은재는 어떤 모습일까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은재는 정말 행복하거든요. 곁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고 믿고 의지하며 배울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고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꿈을 꿀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죠. 바람이 있다면 돌담병원을 넘어 다른 병원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때는 결혼도 하지 않았을까요? 우진이와 동거까지 생각할 정도면, 쉽게 결정한 건 아니었을 테니까.

주변에 은재 같은 친구가 있으면 어떨 것 같아요?
너무 귀엽죠. 뭐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잖아요. 그 이유가 오롯이 자기 자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좋아요.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니까요. 감정이 바로 드러나는 친구라 본심을 숨길 수 없어요. 겉과 속이 같은 친구겠네요.

많은 이들이 <김사부>를 인생 드라마라고 해요. 지금도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나요?
너무 많아요. 지금 딱 생각나는 걸 꼽자면 “포기하는 순간 핑곗거리를 찾게 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을 찾는다”는 대사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믿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기 위해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진심요. 김사부는 의사로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진심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요.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하는 일에서는 변치 않는 마음을 품어야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어요. 함께하는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요.

진실된 마음. 그걸 위해 세운 작품 선정 기준이 있어요?
욕심나는 대사 한 줄, 한 신만 있어도 쉽게 놓을 수가 없어요. 결국은 재미라고 생각해요. 계속 들여다보게 되고 궁금해지는 지점이 있어야 해요.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게 될까 등을 상상하기 시작하면 이미 끝난 게임이에요.

페이크 퍼 코트와 크루넥 립 풀오버, 하이웨이스트 부츠컷 진, LV 로고 장식의 이어링, 메탈 링은 모두 루이 비통.

낙낙한 니트 코트와 터틀넥, 데님 미니 스커트, ‘LV 트위니’ 백, 볼드한 링, 오픈 백 스니커즈는 모두 루이 비통.

카프탄 드레스와 화이트 크롭트 톱, 하이웨이스트 비키니 바텀, LV 로고 장식의 이어링은 모두 루이 비통.

카프탄 드레스와 화이트 크롭트 톱, 하이웨이스트 비키니 바텀, LV 로고 장식의 이어링은 모두 루이 비통.

분야와 장르는 가리지 않나요? 여러 분야의 뮤지션이 함께한 프로젝트, OTT 플랫폼의 단편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어요.
저 정말 다 열려 있어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작품을 볼 때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에요. 새로울수록, 변신의 폭이 클수록 좋아요.

때로는 안전하고 편안한 커리어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아요?
안전한 길은 없어요. 선택한 모든 길이 안전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모든 선택은 양날의 검과 같고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문하는 거예요. 애정을 품고 끝까지 붙잡고 갈 수 있을까? 이 인물의 삶이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궁금한가?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연기 변신’이라는 수식어가 쏟아질 만큼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어요. 어떤 점에서 끌렸어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시지만 선택 과정은 심플했어요. 정말 재미있겠다 싶어 택했거든요. 연기, 연출에 있어 치열하게 고민해 찍으면 되게 좋은 작품이 되겠다 싶었어요. 세상을 살아갈 때 우주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더라도 비슷한 선상의 감정을 갖고 살아갈 때가 있잖아요. 연기를 하면서도 우주의 제스처나 행동이 편안했어요. 제게도 가만히 있을 때의 표정이 있으니까요. 복수를 해야 해서 일부러 어두운 사람이 되려 하지 않고, 우주의 마음에만 집중하려 했죠. 이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캐릭터에 흠뻑 빠지는 편이라고 밝혔는데, 우주는 어땠나요?
힘들었어요. <김사부3>와 촬영이 겹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우주에게 몰입해 저라는 사람의 전반적인 텐션이 낮아져 있다 보니 촬영 초반 은재의 톤을 위해서는 같은 장면을 세 번씩 찍은 적도 했어요. 웃는 것도 놀라는 것도 은재처럼 하기 힘들더라고요. 정말 쉽지 않았어요. 한편으로는 우주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는데, 빨리 놓아줘야 해서 아쉽기도 했고요.

이성경이 요즘 가장 집중하려는 감정은 뭐예요?
기쁨요. 치열하게 고민해 잘해내고 싶은 작품과 대본, 동료가 있다는 사실도 너무 감사한데 1년 넘게 쉬지 않고 작품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지쳤어요. ‘고통은 이렇게 쉽게 느껴지는데 복에 넘치는 이 상황을 왜 즐기지 못할까’ 고민해봤어요. 보통 우리는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을 기뻐하는 모습으로 표현하잖아요. 분명 감사하고 행복한데 이걸 표현하지 않으니 놓치는 거 같더라고요. ‘어떻게든 사수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요즘은 조금이라도 안 좋은 생각이 들거나 지칠 때 지금 나의 행복, 감사를 느끼기 위해 더 기쁘게 표현하려고 해요. “행복하다!” “너무 기쁘다!”라는 말을 큰 목소리로 뱉을 때도 있어요. 여러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는데, ‘어린아이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는 말을 좋아해요. 뭐든 새롭다 보니 작은 발견과 행복을 전부 느끼기 때문이래요.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기 위해 열심히 기뻐하려고요.

오늘 촬영은 한강 잠수교에서 진행됐어요. 얼마 전 ‘루이 비통 2023 프리폴 컬렉션’이 열린 곳이기도 하죠. 쇼를 어떻게 즐겼나요?
쇼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 ‘아니 벌써’가 나오자마자 소리를 질렀어요. 기가 막힌 시작이었죠. 첫 프리폴 패션쇼 장소로 한국의 잠수교를 택했다는 것, 산울림의 노래, 호연이나 소라와 같은 멋진 모델들의 런웨이 조합이 어우러진 광경을 보는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는데, 쇼가 시작되니 걷히더라고요. 에너지를 흠뻑 느끼면서 집중해서 봤어요.

가장 자주 손이 가는 패션 아이템은 뭐예요?
좋은 소재의 오버사이즈 티셔츠요. 엄청 많아요. 입었을 때 포근하거든요. 남성용을 사서 더 크게 입을 때도 있어요. 파묻히는 느낌이 좋아서요.

거의 1년의 반이 지나고 있어요. 올해 가장 잘한 일은 뭐예요?
잘 버텼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열일’한 덕분에 멘털이 흔들릴 정도로 몸이 힘들었어요. 주어진 몫을 전부 다 잘하고 싶은데 어렵고 아쉽고 불안했어요. 세차게 흔들렸지만 꺾이지 않았던 점을 칭찬하고 싶어요.

꺾이지 않았던 마음에 필요한 보상은 없어요?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어떤 일정이 생길지 몰라서 엄두도 못 냈는데, 최근 든 생각이에요. 그리고 무너진 체력을 회복해야 해요. 이건 선택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죠.

체력은 무너졌지만 정신력은 짱짱하네요. 정신력 하나는 꽤 자신 있는 편인가요?
네. 제가 조금 울적하면 주변 사람이 “우리 바이블이 이럴 정도면 도대체 무슨 일이야?”라며 깜짝 놀라요. 아무래도 K-장녀라 그런 것 같아요. ENFJ의 아들 같은 딸이거든요.

ENFJ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죠. 정말 그런가요?
챙겨줬을 때 상대가 행복해하면 제가 더 신나요. 엄마를 닮았어요. 맛있어? 더 줄까? 행복해? 또 필요한 건 없어? 계속 물어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디터
    김지은, 김정현(인터뷰)
    포토그래퍼
    KIM HEE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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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시스턴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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