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플루언서 마키코 타키자와가 말하는 집
서른이 넘어서 과감하게 모델로 데뷔하고 지금은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로 활약하는 마키코 타키자와(Makiko Takizawa). 그가 베일에 싸여 있던 시부야 집으로 <얼루어 코리아>를 초대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에서 모델로 활동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막내가 태어나고 바로 길에서 독자 모델로 캐스팅 됐어요. 일본엔 ‘독자 모델’이라는 독특한 케이스가 있거든요. 딱 한 번 기념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감사하게도 자연스럽게 활동이 잦아지면서 전문 모델이 된 케이스죠.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고민하고 있을 때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을테니, 한번 해보면 어때?’
일을 시작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나 삶에 보탬이 된 것이 있을까요?
당시엔 육아와 모델 일을 병행해야 했어요. 모델 활동을 시작했지만,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서만, 내 커리어를 위해서만 쓸 수 없었죠. 아침엔 도시락을 싸야 했고, 저녁엔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제 몫이었어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척박한 상황이 저한테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둘 다 잘해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할까요? 인정받고 싶었나 봐요. 후회는 전혀 없어요. 저는 새로운 삶을 얻었고, 아이들도 오히려 엄마가 뭔가 도전하는 모습에 좋은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거의 매일 가족의 도시락을 싸고, 1시간씩 러닝한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부지런함은 타고났나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시간이 생기면 집 청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요. 부지런하기보다는 뭔가 시작하면 제대로 하고 끝장을 보려는 거죠. 살림이나 육아 모두 흠잡을 것 없이 하고 싶었어요.
팬에게 패션과 뷰티 스타일만큼 도시락이 인기가 많아요. 도시락을 싸고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를 할 때 어떤 고민을 하죠?
특별한 재료는 없어요. 다만, 남편이나 아이들이 도시락 통을 열었을 때 엄마의 ‘애정’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요. ‘아, 엄마가 오늘도 신경 써줬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메뉴를 신경 쓰기도 해요. 바쁠 때는 인스턴트식품을 데워서 줄 때도 있지만, 컬러 조합이나 세팅으로라도 성의를 보여주려고 해요.
화제의 도시락은 도시락 통과 보랭백, 앞치마 브랜드로 이어졌어요. 반응이 어땠나요?
일본의 한 잡지 부록으로 제작했는데, 빠르게 완판됐어요. 당시 꽤 반응이 좋았죠. 물론 앞치마도요.
이 집에 거주한 지 20년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세월이 무색할 만큼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 들어요. 마키코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편인가 봐요.
직업 특성상 트렌드를 눈여겨보기는 하죠.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는지 늘 궁금하고요. 그런데 그걸 맹목적으로 따라 하지는 않아요. 그건 트렌드일 뿐 제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고가구와 신진 디자이너의 가구, 현대 작가와 국내 작가 등의 작품이 공존하는 점이 흥미로워요. 이 중 가장 애정하는 것 3가지만 얘기해준다면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가장 사랑하는 건 앤티크 캐비닛요. 가구 자체보다 그 안에 든 물건에 이유가 있는데요(아이들의 앨범으로 가득한 캐비닛을 열어 보여주며). 저한테는 보물 상자나 마찬가지죠. 문득 꺼내 보면 힐링 그 자체예요. 두 번째는 지금 앉아 있는 이 소파예요. 함께한 지 20년 됐는데, 가족 모두가 카펫에 털썩 앉는 걸 좋아하고 소파엔 기대는 편이라, 많이 닳지는 않았죠?(웃음) 마지막은 거실의 난로예요. 남편이 ‘불멍’을 좋아하기도 하고, 겨울에도 건조하지 않으면서 집 안을 따뜻하게 해주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 난로도 집 지을 때부터 있었네요.
집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요?
벽을 최대한 없애려고 했어요. 누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집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어딘가요?
부엌요.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곳이기도 하고요. 제가 부엌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이들도 부엌 옆으로 모이더라고요. 부엌 한편의 아일랜드 테이블은 자연스레 아이들의 학습 공간이 되었어요. 뒤쪽 수납공간은 세 아이의 사물함이에요.
집 안 곳곳에 큰 나무 화분이 많아요. 작은 식물원에 와 있는 것 같네요.
천장이 워낙 높기 때문에 작은 꽃가지를 두면 뭔가 어색하고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높이가 있는 나무를 둬야 식물도 돋보이고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것 같아요.
혹시 미니 텃밭처럼 허브도 키우고 요리에도 사용하나요?
당연히 도전했죠. 그런데 식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재능이 없는지 매번 실패했어요. 전 식재료는 사서 쓰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집 안에 새로운 가구나 식물을 들일 때 어떤 점을 고려하나요?
남편과 항상 의논해서 결정해요. 우리 집에 어울릴지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을 신뢰하니까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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