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명상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또 운동을 권하고 싶은 이유. 

요가, 재즈 댄스, 발레, 필라테스 등 이것저것 몇 번씩 기웃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서른다섯 전까지는 뭐 하나 꾸준히 한 적이 없다. 부지런하지 못한 성격과 항상 업무에 얽매인 환경 탓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의 나는 ‘운동의 참맛’을 알지 못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임신 이후. 지병이 있던 터라 ‘고위험 산모’ 타이틀을 달았는데, 그럼에도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생명 탄생에 마지막 한 방을 보탤 근력을 키우려 임신 20주부터 클래식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그 효과 때문인지 타고난 골반 덕인지 병원에 들어선 지 3시간 만에 자연분만에 성공했다. 출산 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필라테스를 하려고 했다. 처음엔 건강한 출산을 위해, 그 후엔 출산으로 망가진 몸매를 다듬기 위해서였다. 바라던 효과도 얻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운동 후의 개운함! 심지어 필라테스가 청담동 유명 에스테틱 원장님들의 손길보다 더 확실하고 빠르게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듯했다. 후에 잘 아는 한의원 원장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크게 공감하더라. “맞아요. 나이 들수록 외부의 힘으로는 근육을 풀기 힘들어요. 스스로 움직여야 해요”라며. 이는 살기 위한 발악이기도 했다.

목과 어깨가 너무 결려서 앉아 있기도 힘든 날엔 침 맞으러 가는 대신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깨가 너무 아픈데 혹시 저녁 7시에 수업 가능하세요?” 일종의 재활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 번 더 필라테스에 빠졌다. 진짜 운동 찬양은 지금부터다. 사실 내가 가장 소리 높여 말하고 싶은 운동의 참맛은 정신적 효과다. 여느 회사원이나 워킹맘처럼 내 머릿속은 항상 풀어야 할 과제로 가득하다. 아침에 눈뜨면 아이가 일어날 시간을 예상하고, 먹을 음식, 입혀야 할 옷, 가방 속에 넣을 물건을 챙긴 다음, 오늘 회사에서 소화할 일정을 정리하며 적당한 차림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운전 중엔 오늘 해결할 일을 떠올리며 잊을까 무서워 틈틈이 메모장에 저장하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To Do List’를 작성하고 하나하나 도장 깨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플랜 B를 생각해야 한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 픽업은 누가 할지를 의논한다. 집에 돌아가면? 아이가 반드시 잠들어야 하는 시각에 맞춰 양치까지 끝낼 수 있도록 또다시 육아 작전을 세우고 움직인다. 그 사이사이엔 내일을 위한 준비로 머리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대략 이런 하루가 반복되고, 머릿속은 쉴 틈이 없다. 

운동은 이렇게 끊임없는 외부를 향한 생각으로 가득한 뇌에 전환 스위치가 되어준다. 오로지 나를,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니까. 뇌를 온전히 비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운동하는 동안에도 생각할 게 적지 않다. 들숨과 날숨의 타이밍을 맞추고, 어깨가 들리지 않게 힘을 빼야 하며, 바닥에서 허리가 뜨진 않았는지, 발은 플렉스를 유지하는지, 무릎이 구부러지지는 않았는지, 아랫배의 힘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등 간단한 동작도 제대로 하려면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 이렇게 한 동작, 한 동작을 차분히 해내려다 보면 머리를 가득 채우고도 넘치던 외부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오로지 팔과 다리의 위치, 근육의 움직임, 호흡이 들고 나는 상황에만 집중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168시간 중 단 50분. 일각일 뿐이지만 그 사이 밖으로만 뻗어 나가던 에너지가 다시 내 안으로 모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탈탈 털려버린 공허한 마음에 나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과 만족감이 차오른다. 이것은 또다시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균형이 맞춰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운동하는 시간은 일종의 명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집중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잡생각을 떨치고 오롯이 내 안에 머물 수 있는 시간.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한다. 요즘은 자이로토닉을 시작했다. ‘내 몸에 온전히 깊게 집중하기’로 운동 목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이로토닉은 필라테스만큼 몸매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내부 에너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운동이다. 물론 속근육이 단련되고 자세 교정에 도움을 줘 전체적인 몸매가 고와지는 이점도 있다.
운동의 의외의 성과인 ‘명상 효과’는 운동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한 번쯤 몸에 집중하는 무아지경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명상은 마음의 운동이라지만, 운동이 곧 명상이 되기도 하니까. 

    에디터
    이정혜
    일러스트레이터
    H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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