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닮은 배우 이채민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나아가는 배우 이채민, 그리고 그의 내일. 

블랙 셔츠는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실버 브레이슬릿은 크롬하츠.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아더에러(Ader Error). 부츠 컷 데님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실버 네크리스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블랙 가죽 셋업과 화이트 니트 슬리브리스 톱, 가죽 부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아이보리 네트 니트는 악셀 아리가토(Axel Arigato). 블랙 슬랙스는 발렌티노(Valentino).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센티멍(Sentiments).

배우에게는 순간이 포착되는 화보 촬영과 이야기가 흐르는 드라마 촬영장이 다르게 다가오겠죠?
많이 달라요. 화보 촬영은 좀 더 자유분방한 느낌이에요. 하나의 캐릭터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콘셉트와 요소가 나오니까요. 컷마다 다르게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로서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오늘처럼 어떤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나요?
‘민기’라는 인물을 연기했어요. 굉장히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요. 대본을 통해 민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캐릭터에 대한 전사가 충분하지 않았어요. 의아할 만큼 이상한 인물인데, 극이 진행될수록 서사가 드러나면서 점점 납득이 되죠. 다양한 경험이 응축된 인물이기 때문에 저로서는 막막하기도 했고, 두려운 면도 있었어요. 제게는 도전이었죠.

극 초반에는 명쾌한 답을 얻기 힘들었겠어요. 촬영장에서 자신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 궁금해요.
연기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의심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럼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고요. 때문에 질문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 항상 모니터링하며 제 연기에 대해 스스로 피드백을 줘요. 그런 식으로 오늘의 촬영에서 부족한 부분은 다음엔 더 보완하고 채우려고 해요.

고민하며 준비한 민기를 펼쳐 보이는 촬영장에는 어떤 즐거움이 있나요?
무엇보다 배우와 배우 사이의 호흡이 주는 재미가 가장 커요. 상대 배우가 준비한 캐릭터를 현장에서 만나고 경험하고 제가 준비한 인물로서 연기하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때로는 상대 배우의 연기에 따라 상황에 맞게 변화를 줘야 할 때도 있고, 그런 즉흥적 순간도 재미있어요. 호흡을 주고받으며 잘 흘러가면 쾌감 같은 게 느껴져요. 행복하기도 하고요.

촬영장의 배우 대부분이 선배겠죠. 그래서 배우는 점도 더 많을 것 같아요.
항상 배워요. 선배 배우뿐 아니라 또래 배우에게도 많은 것을 배워요. 인간은 죽을 때까지 부족한 게 수두룩하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언젠가 지금보다 경력이 쌓이더라도 후배 배우에게 배울 것도 많을 거예요. 현장의 모든 배우에게 많은 걸 배우고 싶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기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는 선배 배우의 헐다시피 한 대본을 보고 반성했어요. 저 나름대로 분명 많은 준비를 했지만 선배 배우만큼은 아니었던 거예요.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어요. 노력엔 끝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필모그래피가 부지런히 채워지고 있어요. 데뷔가 비교적 늦었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요?
부담감 때문에 더 노력한 것 같아요. 무엇이든지 못하는 걸 정말 싫어해요. 못한다고 평가받는 것도 엄청 싫고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공부 못한다는 얘길 듣기 싫어서 정말 열심히 했고, 연기학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학원에서 그런 얘길 한 번 듣고는 정말 저 자신에게 화가 났어요. 그때부터 더 열심히 했죠. 분노가 좋은 자극제가 된 셈이에요.

배우라는 꿈을 꿀 때와 그걸 이뤄낸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배우라는 꿈을 꾸는 것에 대한 용기가 없었어요. 무대 공포증도 심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 서면 말하는 것도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꿈을 가졌기에 이렇게 될 수 있었죠.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그 목표에 한발 다가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요.

배우의 세계에 들어온 지금, 연기는 행복의 순간이 많나요, 그 반대의 순간이 많나요?
행복과 고통으로 나눈다면 고통 속에 행복이 있을 때도 있고, 행복 속에 고통이 있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 행복이 1이라도 있으면 충분해요. 그 행복의 이유는 사람에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물론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도 사람을 많이 만나겠지만, 유독 배우를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제게 더 큰 행복을 줘요.

대본 속 인물을 만나고 연기하고 하나의 작품이 무사히 끝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신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대본 리딩할 때.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 한 작품의 테두리 안에 각자의 기대를 품고 모인 그 자리가 가장 신나고 설레고 재미있어요. 대본 리딩을 마치고 회식할 때 리딩에 대한 소감도 얘기하면서 앞으로의 촬영에 대한 이야기, 기대감 등을 나누는 것도 즐겁고요. 가장 미래 지향적인 시간의 자리인 것 같아요.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아더에러. 실버 네크리스는 크롬하츠.

블랙 케이프 재킷은 발렌티노. 레이어드한 반지는 모두 센티멍.

네이비 가죽 재킷과 화이트 피케 원피스, 쇼츠, 삭스, 로퍼는 모두 프라다(Prada).

워싱 디테일의 데님 셋업과 니트 카디건, 가죽 벨트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신인 배우에게 일종의 미션처럼 가장 많이 주어지는 단어는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고 믿어요. 그렇게 확신하지만 가끔 저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을 느낄 때도 있어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당연히 있죠. 그날의 촬영을 잘해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아쉬움이 가득하고요. 하지만 오늘의 촬영은 이미 다 끝났고, 내일 더 확신을 가지고 잘해내는 수밖에 없어요. 분명 저 혼자만 하는 고민도 아닐 테고요. 그리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늘 이렇게 위로해줘요.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우리도 다 마찬가지’라면서요. ‘잘하기만 하면 뭐가 재밌어. 못해서 성장하는 맛도 있는 거지.’ 이런 말들이 제게 큰 용기를 줘요. 그렇게 다시 용기를 가지고 성장해가려고 해요.

<뮤직뱅크> 은행장이기도 하죠. 연기 외에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욕심이 있나요?
다양한 경험으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발 디뎌보지 못한 분야를 한다는 건 부담되는 일이에요. 얼마 전 나간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도 처음엔 재미있으리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뭔가를 특별히 리액션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장을 편하게 즐겼어요. 광대가 아플 만큼 웃다 왔어요.(웃음) 촬영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량을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막상 들어가니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수가 없더라고요. 원래 웃음이 많은 편이어서 정말 재미있게 즐기다 왔어요. 다행히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셨고요.

다양한 영역을 경험한다는 건 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확실히 도움돼요. <뮤직뱅크> MC를 하면서 평소에 전혀 해보지 않은 ‘낯간지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부끄러워하고 쑥스러움도 많은 편인데 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어요. 망설이기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더 커졌죠.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주저하기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죠.

생방송 무대에서 진행하다 보면 담도 커질 것 같아요.
네, 간이 커졌어요.

아니, 간 말고 담요.(웃음)
아! 간도 커지고 담도 커졌어요.(웃음) 저로서는 정말 큰 변화예요. 다른 사람 앞에서 얘기하는 것도 어려워하던 제가 이제는 생방송 무대의 진행도 하고 있어요. 초등학생 때는 수업 시간에 국어책 읽는 것도 힘들어했어요. 혹시라도 단어 하나 틀리게 발음할까 봐 걱정했고, 그런 강박 때문에 말하기가 더 힘들었어요. 이렇게 변한 제가 신기해요.

내 20대가 과거에 꿈꾸던 20대의 모습과 다른가요?
많이 달라졌어요. 연기는 늦게 시작했지만 일은 비교적 빨리 한 거여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일’을 빨리 시작했죠. 예전에는 막연히 스물예닐곱은 되어야 뭔가를 하게 될 줄 알았어요. 미래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제 또 다른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고 과거도 돌아보고, 때로는 두려움도 생겨요.

촬영이 끝나면 뭘 하며 시간을 보내요?
주로 농구하러 가요. 보통은 작품에 들어가면 서너 시간 자면서 연기할 때가 많은데, 아주 가끔 저녁에 촬영이 끝나면 너무 행복해서 농구를 해요.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촬영이 끝나고 <하이라키> 촬영에 들어가서 작품과 작품 사이 공백이 없었지만, 만약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행을 가고 싶어요. 얼마 전 <일타 스캔들> 끝나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제가 여행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아홉 살 때 가족과 여행한 후 처음 가본 여행이었어요. 다음에는 유럽에 가보고 싶어요. 20대에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예요.

내 20대를 어떻게 채우고 싶어요?
30대를 위해 살고 싶어요. 행복한 30대를 위해서요. 20대는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미성숙한 면도 있고, 그래도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죠. 더 많은 물과 양분을 주고 잘 자라고 싶어요. 많은 도전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요. 실패가 제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줄 테니까요. 더 나은 30대를 위해 20대의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해요.

앞으로 이채민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요?
영화의 세계도 궁금하고, 언젠가 제가 출연한 작품에 천만 관객이 들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늘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봐주는 작품에서 저 역시 빛나는 배우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지금의 자신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어느 지점을 지나는 것 같아요?
여름요. 한여름에는 햇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나가야 하잖아요. ‘나가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할 일을 하고 돌아오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지금의 저도 그런 시간인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것에 도전하고 있는 여름요.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PARK JONG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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