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EVEN HIGHER / 이정하
<무빙>의 봉석과 이정하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날아오른다.
이정하의 배우 인생 첫 화보가 <얼루어>였던 기억해요? 여러 소속사의 신인 배우를 소개하는 화보였죠.
맞아요. 오늘도 긴장했지만 그때는 더 긴장했어요. 단체 화보 말고 혼자 찍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거든요.
작품하는 건 늘 보고 있었지만, 잘 지냈어요?
인생이라는 게 쉽지 않습니다.(웃음) 그래도 작품을 쉬지 않고 했고, 나름 매년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무빙>처럼 큰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지만요.
친구나 가족이 신인 배우에게 “언제 주연해?” 같은 얘기를 많이 한다던데, 그럴 때는 어땠어요?
그런 얘기 한창 들었을 때가 <무빙> 오디션에 뽑혔을 때거든요.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죠. “나 이거 때문에 살도 찌웠다. 이거 나오면 너네 깜짝 놀랄 거다.”
하하, 봉석이하고는 다르게 패기가 좋네요.
어릴 때는 저도 봉석이처럼 숨거나 회피를 많이 했는데 그렇게 하면 자신감이 오히려 떨어지더라고요. 이제는 회피하지 않고 거기에 맞서 싸웁니다. 당당히 말해요. 나는 언젠가는 꼭 될 거다!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주연으로 이름을 올리니 어때요?
정말 주연이라고 하니 마음가짐이 더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또 원작 웹툰의 ‘찐팬’이에요. 강풀 작가님한테도 모든 웹툰을 전부 다 봤다고 항상 말하거든요.
강풀 작가와 자주 연락해요?
제가 맨날 연락해요, 만화책 달라고요.(웃음) 원래는 <순정만화> 시리즈를 제일 좋아했는데 <무빙> <타이밍> 같은 액션 시리즈가 나오면서 바뀌었죠. 시간 능력자가 나오는 <타이밍>보다 신체 능력자가 등장하는 <무빙>을 더 좋아했어요.
봉석 역 오디션 경쟁률이 대단했다면서요? 어떤 마음으로 임했어요?
웹툰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오디션 기회가 생겼을 때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조연을 하고 있었고, 이렇게 큰 작품에,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작품 속 그 캐릭터가 제가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오디션을 봤을 때 항상 된 적이 없어요. 최선을 다하겠지만 누가 될까? 이런 마음으로 갔어요. 누군가 하겠지, 어필이나 제대로 해보자 했죠. 그런데 4차까지 계속 불러주시더라고요. 어필이 통한 것 같아요.
어떻게 어필했어요?
봉석이에 대한 제 생각을 다 말씀드렸어요. 저와 봉석이의 공통점이나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에서 느낀 점요. 감독님이 생각하신 봉석이와 제 분위기가 맞아서 좋게 보셨대요. 저 오디션 때 항상 청심환 먹었어요. 얼마나 떨었느냐면, 문을 못 열었어요. 너무 하고 싶은데 갈 때마다 불러주시니까 희망은 생기는데 확실하지는 않으니까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무척 기뻤겠어요.
다 말씀드려도 돼요? 저 그때 피시방에서 게임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엄마랑 얘기했을 때 실감이 나더라고요. ‘아들아, 항상 매년 발전하고 있지만 꽃을 피우지 못했는데 이제 피운 것 같다. 더 예쁘게 오래 피워보자’고 말씀해주셨죠.
이제는 어떤 오디션을 봐도 자신감 갖고 할 수 있겠군요?
예전보다는 안 떠는 거 같아요. 사람 만나면 숨고 그랬는데, 계속 숨으면 오히려 답답하고 집 가서 좀 후회해서 요즘에는 저를 알리려고 대면합니다.
그만큼 봉석이는 <무빙>의 주인공이에요. 티저 포스터에서도 봉석이 혼자 교실에서 날고 있고요.
엣헴! 너무 감사하죠. 웹툰을 보면 왜 봉석이가 등장하는지 알 수 있어요. 모든 캐릭터가 소중하지만, <무빙>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난 게 봉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 속에서 봉석이는 ‘남산돈까스 집’ 아들입니다. 돈가스 좋아해요?
진짜 많이 먹었어요. 심지어 너무 맛있었어요. 늘 배고파서 현장에서 돈가스 먹는 날이 제일 좋았어요. 한효주 선배님도 돈가스 장면으로 처음 뵈었고요.
역할을 위해 30kg 증량했다던데 엄청난 변화잖아요? 안재홍 씨가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을 했죠. 증량하는 것보다 멈추는 게 힘들었다고요.
최대로 찌웠을 때 32kg 증량했어요. 진짜 정확한 말씀이신 것 같아요. 증량보다 유지하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걸 다시 다 감량했고요.
아직 6kg 남았어요. 나머지도 감량해서 원래대로 돌아가야죠.
1년 가까이 촬영한 드라마 <무빙>이 8월 9일 오후 4시에 공개됐어요. 그 시간에 뭐했어요?
어제는 배우들 다 같이 <무빙> 팝업스토어에 갔어요. 공개되는 게 너무 떨려서 3일 동안 잠을 못 잤어요.
반응이 어떤 것 같아요?
반응 못 봐요. 안 봐요. 주변에서 말해주는 걸로 아는데…. 재밌으셨어요?
재미있었습니다. 다음 회를 빨리 보고 싶네요.
다행이네요! 엄마는 오후 4시경 올라오자마자 보셨대요. 근데 진짜 재미있으셨어요, 기자님? 점점 액션 스케일이 커지거든요. 더 재미있을 거예요.
드라마를 보면 증량한 데도 다 이유가 있잖아요.
그렇죠. 가벼우면 몸이 잘 뜨니까요. 하늘로 떠오르면 안 되니까.
봉석이는 엄마 미현(한효주 분)에게 오감 능력을 받고 아빠 두식(조인성 분)에게 비행 능력을 받은 능력자 중의 능력자라고 할 수 있죠. 엄마 한효주, 아빠 조인성은 좀 대단하네요.
그렇죠. 저희 엄마가 실제로 많이 물어보세요. ‘내가 좋아, 한효주 씨가 좋아?’ 선배님이 처음부터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셔서 정말 엄마라고 불러요. ‘엄마, 엄마’ 하고 선배님도 저를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집에서 엄마랑 선배님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질투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저는 엄마, 한효주 선배님이죠. 폰에도 한효주 선배님은 엄마, 조인성 선배님은 ‘조인성 선배님’으로 저장되어 있어요. 한효주 선배님과 촬영한 장면이 더 많거든요. 하지만 조인성 선배님도 진짜 잘 챙겨주시고 멋있으세요.
7화까지 조인성 씨는 목소리만 나오더라고요. “봉석아~!”
저도 드라마 보고 알았어요. 저런 목소리셨구나!(웃음)
그럼 봉석이가 희수(고윤정 분)랑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어떻게 돼요?
안 그래도 작가님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희수랑 나랑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은 제 능력에 희수의 신체 회복 능력까지 세 개를 갖는데, 그럼 그 자식이 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랑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그 사람은 결국 최강이 되느냐고요. 거기까지 쓰실 거냐니까 작가님이 조용히 하라고 하셨어요.
첫 공개된 7화는 봉석이가 걸음마를 떼듯이 비행을 연습하는 장면으로 끝나요. 그만큼 중요한 장면이죠.
와이어를 달고 엄청 길게 날아야 했어요. 그 시간 동안 제가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거잖아요. 와이어 연기가 쉽지 않다고 해서, 무용도 배우면서 몸의 표현력을 길렀어요. 와이어를 처음 탈 때 무술팀에서 격려도 많이 해주셨고요. 한 번 타고서 모니터링하니까 제가 와이어는 좀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그때부터는 두려움 없이 즐기면서 탔습니다. 와이어를 처음 탈 때는 힘들었어요. 요령을 전혀 모르니까요.
요령이 뭐예요? 봉석이가 나는 법을 배우듯, 잘 넘어져야 된다?
무작정 버티면 안 돼요. 처음에 긴장해서 힘이 들어가 있으면 나중에 지쳐서 힘들거든요. 가끔 쉬고 집중하고 하면 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이더라고요. 완급 조절, 힘 빼기가 중요한 거 같아요.
프랭크(류승범 분)와 장주원(류승룡 분)의 신체 회복 능력이 어마어마하던데요. 봉석이보다 대단한 거 아니에요?
근데 저는 비행 능력이 더 좋은 거 같아요. 와이어 처음 탈 때는 무서웠는데, 막상 거대한 걸 타고 나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 촬영 마치고 와이어 타고서 돌아올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놀이 기구 타는 느낌이에요. 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 보고 사람들이 인형 뽑기 같다더라고요.
원작에서 봉석이 말고 또 어떤 캐릭터를 좋아해요?
엄마인 미현이, 그리고 이재만 캐릭터를 좋아해요. 이제 부모님 세대의 과거가 나오는데 진짜 멋있으세요. 기대해주세요.
봉석이는 잘 웃지만 조금은 소심한 남자잖아요. 실제로 닮았어요?
저와 얘기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봉석이가 <무빙>에서 그런 존재라 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뭐가 가장 궁금해요?
<무빙> 잘되는 거요. 그리고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보시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어떨지가 궁금해요. 모두가 열심히 찍은 작품이라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배우에 대한 반응과 드라마 반응이 다를 수도 있어요. 뭐를 더 원해요?
드라마가 잘되면 좋겠어요. 보시는 분들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를 통해 힐링하시면 좋겠어요. 강풀 작가님 웹툰을 보면서 힘을 많이 받았거든요. 보면서 울기도 하고 의지도 한 작품이라, 제가 느낀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7화까지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죠. 고윤정, 김도훈 배우와는 어떻게 지냈어요? SNS 보면 다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저희 아무도 못 말려요. 어제 팝업스토어 갔을 때도 저희 셋이 너무 잘 놀아서 시간이 지연됐대요. 계속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그 시절로 돌아간 거 같아서 저희끼리 엄청 잘 놀았거든요. 감독님이 선생님처럼 “이제 그만 떠들어” “뛰지 마”라고 하실 정도였죠. 같은 반 친구처럼 정말 친해졌어요. 윤정 누나는 두 살 누나고, 도훈이는 저랑 동갑에 심지어 같은 용인 친구예요. 같이 있으면 오디오가 안 비어요. 노래 하나 틀면 다 같이 부르고요. 지방 촬영하면서 같이 밥 먹고 놀고 하니까 정말 가족이에요.
요즘 살 빠진 모습을 보면 놀라지 않아요?
처음엔 놀랐는데 큰 임팩트는 없었나 봐요. 오히려 무대 인사할 때 스태프분들이 봉석이 연예인 됐다고, 낯설다고 하셨어요.
하하하, 한동안 이름 대신 봉석이라고 불리겠어요.
그럴 거 같아요. 그게 저니까 상관없어요. 나중에 이정하를 보여주면 되죠. 그런데 이제 한동안 스케줄이 없어서 뭘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그동안 그림을 그렸는데 새로운 취미가 필요해요. 기사에 이거 써주시면 안 돼요? “봉석이의 취미를 찾아주세요.”
음, 테니스나 수영 어때요?
테니스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수영은 마스터했어요. 저 목포 출신입니다. 바다에서 수영 많이 했어요.
<무빙>은 봉석이로 시작해서 봉석이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 촬영이 제 신이었어요. 감독님 마무리 멘트가 항상 “고생하셨습니다”였는데, 그때는 “<무빙>, 촬영 종료합니다” 하고 끝내셨거든요. 저 그때 와이어에 매달려 있었는데, 저는 안 내려주고 그 멘트를 하시더라고요. 하늘에서 너무 감동했어요. 다들 감동해서 저를 잊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