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S PICK 겨울 피부 관리? 호호바 오일이면 다 돼!

나의 스킨케어는 호호바 오일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나뉜다. 

호호바 오일의 효과를 혼자만 아는 건 뷰티 디렉터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피부 고민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매번 사용법을 설명하는 게 입이 아파 앞으로는 이 기사 링크를 보내주려고한다. 보습에 오일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 거다. 시중엔 겔랑의 아베이 로얄이나 끌레드뽀 보떼의 핑크 오일, 샬롯 틸버리의 콜라겐 오일처럼 향도 좋고, 산뜻하게 마무리되어 스킨케어 루틴에 추가해 바르기도 좋은 페이셜 오일이 많다. 또 호호바, 아르간, 로즈힙, 코코넛, 타마누 등 한 가지 재료만으로 이뤄진 단일 오일도 여러 가지. 이런 모든 오일 가운데 호호바 오일이 최고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피부 타입에 따라, 원하는 효능에 따라, 또 취향에 따라 호호바 오일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그럼에도 에디터가 호호바 오일에 열광하고 꾸준히 추천하는 이유는 이 오일이 여드름성 피부부터 극건성, 아토피피부염 피부까지 거의 모든 피부에 적용할 수 있고, 활용도가 높아 사계절 내내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성비로만 따지자면 살면서 만난 모든 화장품 중 으뜸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100% 호호바 오일 

호호바 오일의 가장 큰 특징은 인체에서 분비되는 피지와 매우 유사한 구조라는 것. 그래서 발랐을 때 피부 위에서 겉돌지 않고 부작용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위험이 매우 적다. 또 비타민 A, D, E와 미네랄, 오메가 6, 9 성분도 있어 보습과 영양 공급, 피부 장벽 개선과 진정, 항염증과 항산화 효과도 준다. 호호바 오일은 호호바 나무에서 열리는 씨앗을 압착해 얻은 식물성 오일이다. 이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멕시코 등 사막지대에서 자생하는데, 원주민은 호호바 씨앗 오일을 상처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약 7℃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는 굳고, 상온에 보관하면 액체 상태로 유지되며, 다른 오일과 달리 산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아 변질될 위험이 적고 보관 기간도 긴 편이다. 게다가 가격도 매우 합리적! 원료 수급과 제조 공정, 브랜드 가치, 용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비용 때문에 못 써보는 일은 결코 없을 거다. 

호호바 오일 활용법 

속건조와의 이별을 위한 세안 후 ‘첫 오일 보습’
한겨울, 무엇을 발라도 피부가 금세 땅기고 메마른 느낌이 드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활용법이다. 에디터가 호호바 오일의 진가를 알아보게 된 사용법이기도 하다. 세안 후 물기가 남은 상태에서 호호바 얼굴을 손바닥에 3~4방울 덜어 손바닥에 비빈 다음 얼굴을 감싸 첫 단계에서 호호바 오일 코팅을 해주는 방법이다. <얼루어> 사무실은 체감상 기내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 건조하다. 11월만 되어도 얼굴 바로 앞에 가습기를 두고 생활하는데, 이도 피부 건조함을 제대로 막아주진 못한다. 이 극도의 건조함을 이겨내도록 도와준 것이 바로 호호바 오일 첫 단계 사용법! 물 제형부터 바르는 데 익숙해진 터라 나 역시 처음 시도했을 때 트러블이 생길까 걱정했지만, 피지와 유사한 성분이라는 특징 덕에 모공을 막지 않아 뾰루지가 나거나 다음 스킨케어가 겉도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첫 단계에서 유수분 밸런스를 잡아줘 다음 단계의 스킨과 세럼의 효과도 높아지는 듯했다. 이 활용법의 아이디어를 얻은 건 4년 전쯤 온에어된 스킨케어 광고다. “피부는 워터프루프인데 왜 수분을 채우려 했지?”라는 모델의 멘트와 함께 피부는 수분 흡수를 막는 방수막 역할을 한다는 카피가 뜨는 영상이었다. 오일 사용을 권장할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 광고를 통해 첫 단계 오일 사용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 아직도 의심스러운 이들이 있다면 피부 관리를 할 때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수분 공급보다 더 중요한 부분임을 상기시켜보길 바란다.

순한 맛 모공 관리, 기상 직후 ‘호호바 오일 팩’
호호바 오일은 피지와 닮은 만큼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유분이 부족한 피부에는 유분감을 더해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고, 반대로 피지 분비가 많은 피부에는 피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박힌 피지를 불려 모공을 청소한다. 블랙헤드나 화이트헤드가 고민이라면 기상 직후 호호바 오일을 고민 부위에 바르고 3~5분을 기다린 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른 뒤 평소 사용하는 클렌저로 세안해보자. 이때는 과다 피지를 흡착한 오일을 피부에서 말끔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유분을 잘 녹이는 성분이 든 클렌저를 사용하면 더 효과적! 여드름 피부용이나 지성 피부용 클렌저를 떠올리면 된다. 화학 성분으로 피지를 녹이는 것이 아니기에 매일 해도 피부에 자극이 없고, 호호바 오일을 미리 발라두었기 때문에 약알칼리성 세안제를 사용해도 세안 후 피부가 땅기지 않을 것. 등이나 가슴에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등드름이나 가드름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깊은 보습을 위한 호호바 ‘오일 부스터’
모두가 아는 오일의 가장 일반적인 활용법이다. 사용하는 토너나 크림에 호호바 오일을 더하는 방법이다. 스프레이 타입 공병에 토너를 담고 여기에 호호바 오일을 섞어 미스트로 만들거나, 크림에 2~3방울 섞어 바르는 식. 기존처럼 사용했을 때보다 보습과 밀폐력이 높아져 가을과 겨울철을 위한 진한 보습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이렇게 섞어 사용했는데도 건조함이 가시지 않는다면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서 ‘첫 오일 보습’을 하듯 손바닥에 덜어 얼굴 전체를 코팅해보자. 메이크업 단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에 1~2방울 섞어 바르면 메이크업이 더 오래 유지되고, 좀 더 촉촉해 보이는 피부로 마무리된다. 

1 티르티르의 호호바 오일 마무리가 산뜻한 100% 호호바 오일로 파운데이션과 같은 베이스 제품에 섞어 사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30ml 2만원.
2 핑크원더의 호호바 오일 유기농 이스라엘 호호바 오일을 담았다. 호호바 오일 전문 브랜드답게 성분부터 제형까지 만족스러웠던 제품. 50ml 6만8천원.
3 베베드블랑의 퓨어 호호바 오일 아기 화장품 브랜드에서 만든 프랑스산 유기농 호호바 씨에서 추출한 호호바 오일. 세럼처럼 산뜻하게 흡수된다. 50ml 7만6천원. 

4 보나쥬르의 유기농 호호바 오일 용량이 적어 호호바 오일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 접근하기 좋을 듯. 겨울에만 건조함을 느낀다면 이렇게 용량이 적은 제품을 한 시즌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12ml 1만8천원.
5 알티야 오가닉스의 오가닉 호호바 페이셜 오일 여름에 발라도 부담 없을 정도로 사용감이 산뜻하다. 20ml 3만5천원.
6 라부르켓의 호호바 오일 뉴트럴 오일이지만 번들거림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남성도 편안하게 사용하기 좋다. 면도 후 자극받은 부위에 진정이나 겨울철 오일 부스터 보습제로 활용해볼 것. 30ml 4만5천원. 

7 까띠에 by 온뜨레의 베지터블 호호바 오일 유기농 인증 마크를 획득한 호호바 오일. 원료까지 신경 쓰는 예민한 피부 타입에 추천한다. 50ml 3만9천원.
8 뷰디아니의 호호바 오일 에스테틱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호호바 오일. 얼굴과 몸에 괄사 마사지와 함께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50ml 13만원.
9 스카이 오가닉스 by 아이허브의 유기농 호호바 오일 유기농 인증을 받은 호호바 오일로 용량 대비 가격대가 합리적이라 헤어와 보디에 부담 없이 사용하기 좋다. 118ml 1만9천원대. 

가려운 두피를 위한 ‘오일 헤어 스케일링’

두피도 피부다. 겨울엔 두피도 건조하기 마련. 두피가 건조해 각질이 일고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건조함으로 인해 피부가 더 많은 유분을 분비해 지루성두피염이 발병하기도 한다. 이때 역시 호호바 오일이 해결사가 된다. 샴푸 전 머리를 빗어 두피 혈액순환을 촉진한 다음, 가르마를 타서 두피 구석구석에 호호바 오일을 바르고 잠시 기다린다. 오일로 두피를 불리는 거다. 스포이트형 용기에 든 호호바 오일은 두피에 사용하기도 어렵지 않지만, 펌프형이나 일반 유리병에 든 오일이라면 롤온 타입 공병을 구매해 덜어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5분 이상 충분히 흡수시키고 손가락 끝으로 두피 마사지를 해준 다음 꼼꼼하게 샴푸할 것. 샴푸 전 수건을 따뜻한 물에 적셔 스팀 팩을 하거나 반신욕을 하면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호호바 오일의 피부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 효과와 피부 장벽 개선, 항염 효과가 탈모 방지에도 도움을 주니 머리카락이 가늘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도전해보길! 

온몸 구석구석 갈라짐이 걱정되는 부위에 ‘호호바 코팅’

손톱과 큐티클, 머리카락 끝, 발뒤꿈치와 팔꿈치가 건조하고 갈라졌을 때도 호호바 오일이 제격이다. 물론 부위에 특화된 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 모든 걸 갖추고 그때마다 꺼내 쓰기 번거로운 것이 사실. 화장대나 화장실에 둔 호호바 오일 하나면 다 해결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최근 사무실 책상에도 호호바 오일을 올려뒀다. 지금도 이 문장을 쓰기 전 호호바 오일로 큐티클에 올리고 남은 양으로 손 전체에 흡수시켰다.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부위나 건선이 있는 부위에도 호호바 오일을 수시로 바르면 가려운 증상이 완화된다니 참고하자. 

어린아이를 위한 ‘안전 보습 오일’

어린아이의 피부는 턴오버 주기도 짧고 재생 능력이 뛰어나 한겨울에도 제품을 따로 추가하지 않고 사용하는 크림을 좀 더 도톰하게 바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유난히 바람이 세거나 건조할 때는 약간의 스페셜 케어가 필요하기 마련. 이럴 때도 호호바 오일이 구원투수가 된다. 목욕 후 첫 보습으로 얼굴과 몸 전체에 활용해도 좋고, 크림에 몇 방울 섞어 사용해도 된다. 볼이나 손등이 빨갛게 텄다면 연고 대신 호호바 오일을 단독으로 발라보자. 

예민한 피부를 위한 ‘오일 메이크업 리무버’

화학 성분에 유난히 예민하거나 톤업 자차 정도로 가벼운 메이크업을 했을 때, 혹은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가 없어 폼 클렌저만으로 메이크업을 지우기 버거울 때, 어린아이에게 선블록을 발라줬는데 클렌저로 지워줄 수 없을 때 등. 호호바 오일로 메이크업 잔여물도 부드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 클렌징 전용 오일처럼 물과 만나 자연스럽게 유화되지는 않으므로 오일을 피부에 직접 묻혀 문지르는 것보다는 오일을 화장솜에 적셔 피부를 닦아내는 방법으로 활용해보자. 

호호바 오일 잘 고르는 법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하다 보니, 이왕이면 더 좋은 호호바 오일을 찾고 싶었다. 에디터는 약 15개의 100% 호호바 오일을 테스트해봤는데, 그 효과에서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없었다. 또 호호바 오일과 같은 순수 식물성 원료 오일은 유효 성분이 파괴되지 않는 제조 공법으로 추출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호호바 오일 대부분은 열을 가하지 않고 추출하는 냉압착 제조 공법을 택하고 있어 제조 방식으로 차이를 두기도 애매했다. 다만, 브랜드의 정체성에 따라 제형에서는 편차를 보였다. 핑크원더나 원씽, 티르티르처럼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의 오일은 다른 제품과 레이어링해도 피부에 부담이 없도록 가볍게 발리는 느낌이 들었고, 반면 아이허브에서 구매 가능한 아우라 카시아나 스카이 오가닉스 그리고 유기농 전문 브랜드인 까띠에와 A24, 닥터올가 등에서 선보이는 호호바 오일은 다소 묵직한 편이었다. 묵직하다고 해서 보습력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므로, 그야말로 취향이나 자주 활용하는 방법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얼굴에만 가끔, 건조함이 심할 때만 사용할 것 같고, 오일 특유의 겉도는 느낌이 걱정된다면 섬세함을 더한 스킨케어 브랜드의 제품을, 화장실에 두고 클렌저나 보디 보습, 두피 팩 등으로 활용해보고 싶다면 용량이 크고 가격이 합리적인 브랜드를 고르는 식으로 말이다. 에디터처럼 호호바 오일 마니아가 되면 모두 다 필요하겠지만!

에디터
이정혜
포토그래퍼
JUNG WON YOUNG, JUNG SOO A
디자이너
이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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