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뷰티를 점령할 키워드 5

2024년의 뷰티 마켓을 리드할 키워드 5가지.

더 높이 날아오를 뷰티&웰니스 테크

가시적 효과와 효율성에 가치를 두는 ‘분초 시대’ 인간형은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같은 기술을 적용한 뷰티 & 웰니스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급속하게 발전한 뷰티 테크는 더 개인적이고 섬세하며, 심신의 웰니스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는 테크 분야의 성장 지표라 할 수 있기에,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은 뷰티 & 헬스 카테고리 제품을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뷰티 테크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바이탈 링과 결합해 코를 골거나 호흡곤란을 겪는 사람의 머리와 등의 위치를 조절해주는 모션슬립(Motionsleep)의 모션필로우, 수면자의 뇌 활동을 기록해 더 나은 수면을 촉진하는 AI 기반의 프렌츠 브레인밴드(Frenz Brainband)의 모바일 앱 등은 기술이 웰니스에 어떤 방식으로 가까워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국내 브랜드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입술 진단과 케어, 메이크업이 모두 가능한 디바이스 ‘립큐어’를, 미러로이드는 맞춤형 헤어스타일을 추천해주는 AI 기반의 부착형 거울 ‘미라트(Mirart)’를, 바른바이오는 운동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고, 근육의 피로를 줄여주는 레깅스를 선보이며 <CES 2024>에서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박람회에 처음 참여한 세라젬은 다양한 의료 기기를 침대에 모듈로 탑재해 추가할 수 있는 침대형 헬스케어 플랫폼, ‘마스터 메디컬 베드’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홈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이 밖에 일본 스타트업의 VR을 이용해 통증과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연구, AR을 활용해 새로운 헤어 컬러나 메이크업 제품을 테스트하는 구글의 서비스 역시 뷰티 & 웰니스 테크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이대로라면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AI와 AR을 활용해 만든 가상의 주치의와 상담하는 일도 머지않은 듯싶다. 

정신과 육체의 연결로 완성되는 아름다움

연애를 하면 예뻐진다는 말, 그저 표정 때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정신과 피부 건강의 관계를 탐구하는 심리피부학(Psychodermatology)이 사랑에 빠져 행복에 도취된 사람의 피부는 건강한 빛이 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뉴로코스메틱(Neurocosmetics), 즉 신경화장품은 이런 연구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하고 발전하는 분야다. 피부와 두뇌의 연결을 강화해 피부에 확실한 효과를 주는 화장품을 개발, 신체의 내부와 외부를 모두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글로벌 트렌드 조사 기관 민텔은 2024년엔 심신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뉴로글로우(NeuroGlow) 트렌드가 뷰티 산업에 깊숙이 파고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외모와 피부 관리에서 내부 요인이 더욱 중요함을 소비자와 시장이 모두 인지하게 된 것이 그 배경이다. 앞으로는 뇌신경을 자극해 마음과 피부를 모두 편안한 상태로 이끄는 화장품, 감성을 건드리고 오감을 만족케 하는 마케팅을 더욱 자주 접할 것이라는 이야기. 

일본의 뷰티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코퓨어(Lycopure)가 뉴로글로우를 설명하기 좋은 예다. 브랜드의 핵심 성분인 방울토마토에서 추출한 GABA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데 이를 피부에 바르는 세럼과 먹는 보충제로 만들어 심신을 모두 관리할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한편, 논픽션은 최근 2023 홀리데이 시즌을 기념해 동화 <Let It Snow>를 선보이며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눈사람과 강아지의 모험을 담은 논픽션의 따듯한 이야기는 브랜드의 향과 어우러져 짙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는 평. 또, 소리를 매개로 뉴로글로우에 다가서기도 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트리트먼트 14가지에 각기 다른 음악을 매칭한다. 테라피스트가 전하는 부드러운 촉각과 향이 전하는 후각, 자연의 소리나 오케스트라 같은 협주곡이 청각을 자극함으로써 고객이 상상 속 공간으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이렇듯 앞으로는 몸과 뇌, 마음까지 울리는 입체적인 프러포즈가 펼쳐질 것이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은 어느 분야에서나 피하기 힘든 숙제가 되었다. 위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ESG 경영의 여파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더불어 2024년에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게끔 구체화하고 확장하는 데도 힘써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그 온도를 느끼도록 말이다. 약속만 남발하는 지속가능 캠페인은 점점 외면받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는 국제협약이나 정부에서 내려오는 지침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매출, 즉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행보는 반드시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눈에 띄기에 쉽게 지적받는 부분은 화장품 용기다. 특히 플라스틱이 문제다. 하지만 올해는 이 문제 해결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유엔 회원국과 맺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따라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화장품 용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은 LG화학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에스티 로더는 SK케미칼과 협업한다.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회사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제공하고, 화장품 회사는 이 소재를 활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식이다. K-뷰티의 시작이라고도 하는 한국콜마홀딩스는 이미 지속가능한 용기 개발을 마친 상태다. 2030년까지 전체의 50%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럭셔리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행보도 더 선명해졌다. 특히 패키지가 하나의 오브제로 고려되어 재활용은 엄두도 못 내던 향수 카테고리에서의 변화의 폭이 크다. 2026년까지 패키지에서 순수 플라스틱을 모두 제거한다는 ‘라이프(Life) 360’ 목표를 세운 LVMH 그룹은 그 일환으로 보유 브랜드 겔랑의 향수 캡에 바이오 기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구찌 뷰티는 100% 배출 탄소를 재활용한 알코올로 만든 향수를, 버버리 뷰티는 주요 노트 성분을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다. 이제 리필 향수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탄소 중립에 대한 활동은 어떨까? 세계 기후 컨설팅 회사 카본 트러스트의 보고서 ‘Net Zero Intelligence Unit’에 따르면, 일부 거대 뷰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되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기업 대부분이 제조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액션을 취하지만, 원자재를 통한 배출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이제는 화장품 용기나 배송 방식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과 삼림 보호도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보이는 부분은 더 확실하고 폭넓게, 보이지 않는 부분은 자발적 조사와 공개를 통해 진정성 있는 ‘진실의 지속가능성’이 등장해야 할 때. 소비자도 스스로의 소비 패턴을 돌아봐야 함은 물론이다. 

누구나, 모두를 위한 뷰티

요즘 깡마르고 흰 피부에 짙은 쌍꺼풀의 모델을 가장 아름다운 뷰티 뮤즈라 여기는 이가 몇이나 될까? 미의 기준이 바뀌었고,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 이에 뷰티 업계도 포용적 아름다움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본래 ‘Beauty’, 즉 아름다움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로레알 그룹이 생명과학 기업 베릴리와 개시한 피부와 모발 건강 연구인 ‘마이 스킨 & 헤어 저니(My Skin & Hair Journey)’는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배경, 수없이 많은 피부와 모발 속성을 가진 18~70세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데이터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얻은 결과는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제품 개발에 초석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로레알 그룹은 이미 손과 발의 움직임이 제한적인 사람을 위한 메이크업 애플리케이터 ‘합타(Hapta)’를 선보이며, 뷰티의 다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자존감 프로젝트(Self-Esteem Project)’를 펼치는 도브의 최근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아바타를 만드는 데 진심인 요즘 세대를 위해 게임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코드 마이 크라운(Code My Crown)’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이는 실제 자신과 닮은 헤어스타일이 선택지에 없을 때 느낄 소외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또 게임 속에서도 진정성을 갖고 임할 것을 독려하는 의미도 있다. 맥은 구글의 전 임원인 아샤 시바지(Asha Shivaji)와 제이슨 R. 클레인(Jason R. Klein)이 이끄는 다양성을 강조하는 뷰티 브랜드 조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1980년대부터 다양한 피부 톤을 위한 파운데이션을 선보였으며, 광고에는 모든 연령, 모든 인종, 모든 성별이라는 태그라인이 표시된 유일한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또 에이즈를 위한 기금 활동도 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 맥에 비하면 짧은 역사지만 구찌 뷰티도 포용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브랜드로 각인된 브랜드 중 하나다. 인종, 세대, 성별에 상관없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이 원하는 누군가가 될 수 있도록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구찌 뷰티의 철학이기도 하며, 캠페인 비주얼엔 언제나 모델 한 명이 아니라 다양한 생김새의 모델 여럿이 등장한다. 다양성 하면 발렌티노 뷰티도 빼놓을 수 없다. 개성과 다양성에 대한 인정은 포용성이고, 이는 사람들과 또 세상과 연결됨을 의미한다는 것이 발렌티노 뷰티의 오리진인 발렌티노 꾸뛰르의 이념이기도 하다. 또 세대를 포용하려는 움직임도 종종 포착될 전망이다. MZ세대 못지않은 소비 권력층으로 급부상한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력 덕에 뷰티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재구성되고 있기 때문. 나이보다는 피부 타입, 피부 톤보다는 취향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 구매하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 풍경이다. ‘Beauty for All’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무려 40가지(현재는 58가지로 늘었다) 파운데이션 셰이드와 함께 론칭한 리한나의 펜티 뷰티. 이 브랜드 덕에 다른 메이크업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다양한 셰이드를 구성했고, 업계는 이를 ‘펜티 효과’라고 말한다. 2024년에는 피부색뿐 아니라 성별, 나이, 라이프스타일 등을 통틀어 새롭고 독보적인 아름다움에 앞장설 ‘포스트 펜티’를 기대해본다. 

과학과 프리미엄을 더한 뷰티 월드

휘황찬란한 보석이 붙은 패키징과 톱 셀러브리티를 내세운 자본주의 캠페인이 더는 뷰티 브랜드의 유일하고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없다. 팬데믹을 지나온 이들은 이런 과대 꾸밈보다는 성분의 품질, 제품의 입증된 효과, 사용의 편리함과 안전성을 챙기고,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은 좇지 않는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제품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가격 책정에 있어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100만원이 넘는 향수 구매도 망설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 스킨케어는 성분 효능에 대해 명확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를, 고가 제품에는 그 가격에 형성된 배경과 가치를 말이다. 디올 뷰티가 2024년 1월 1일 출시한 디올 캡춰 토탈 히알루샷은 과학적 연구와 임상을 바탕으로 초고농축 히알루론산 듀오와 펩타이드 그리고 론고자 발표 추출물을 담은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이다. 

제품 패키지도 실버 컬러의 튜브 형태로 심플하다. 언뜻 보면 디올 뷰티 제품이라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 브랜드 고유의 우아한 이미지보다는 성분의 효능을 강조한 거다. 기존의 대표적 프리미엄 화장품은 지속적인 자기 계발로 프리미엄을 다시 한번 어필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지난해 1897년 출시한 브랜드 최초의 로션 오이데루민을 8번째로 리뉴얼했다. 최신 버전의 오이데루민은 일본 쌀로 만든 발효 유산균 케피르(Kefir)를 함유했으며, 독자적인 액티브 레드 기술력으로 피부 흡수율을 더 높였다. 샹테카이의 최상위 라인인 골드 컬렉션의 변화도 일맥상통한다. 24캐럿 순금을 나노 입자로 쪼개 미세섬유로 캡슐화해 항산화 효과를 내세운 기존 제품에 골드 헵타펩타이드와 새롭게 발견한 자연 유래 성분을 조합해 그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 메이크업 카테고리 역시 프리미엄에 프리미엄을 더하는 추세다. 샤넬 뷰티에서 최근 출시한 19만8000원짜리 립스틱의 패키지는 유리 세공 장인이 4여 년간 노력한 끝에 완성된 것이라고. 

“2024년에는 가격이 500~900달러의 최고급 스킨케어가 대거 출시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라 메르는 1000달러 상당의 크림을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 중 하나죠. 우리는 이 영역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소비자는 우리가 어떤 연구를 통해 이런 제품을 출시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부를 위한 투자를 서슴지 않을 거예요.” 에스티 로더의 수석 부사장 켄달 애셔의 말이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다. 

에디터
이정혜
포토그래퍼
NAT PRAKOBSANTISUK, RUO BING LI/TRUNK ARCHIVE
아트웍
JOÃO OLIVE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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