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OUT / 설아
우주소녀 설아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설아의 날들을 응축한 음악으로 쏘아 올리는 단단한 출사표.
1월 23일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어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나요?
사장님 방문을 열심히 두드렸습니다.(웃음) 우주소녀 활동을 하며 음악을 향한 마음이 더 진지해졌어요. 음악을 더 깊이 배우고 싶어서 작사와 작곡을 꾸준히 공부했는데, 할수록 펼쳐보고 싶은 꿈이 커지더라고요. 아직도 잘 실감 나지 않아요.
멤버 중 솔로 활동의 첫 주자인 만큼 열렬한 응원을 받았을 것 같은데, 어때요?
멤버들 모두 세심하게 챙겨줬어요. 목에 좋은 사탕, 케이크부터 뮤직비디오 촬영 날에는 수빈이가 커피차도 보내줬고요. 어느 날 작업실에 놀러 온 은서에게 완성된 곡을 들려준 적이 있는데, 다 듣고는 서럽게 울더라고요. 왜 우느냐고 물으니 “지난날 언니가 고생한 시간이 다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덩달아 눈물이 나려는 걸 먼 산 보며 겨우 참았어요. 팀에 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강렬히 원한 만큼 출발선에 선 마음도 달랐나요?
좋은 곡, 예쁜 비주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었어요. 앨범 제목을 ‘Inside Out’으로 정한 것 역시 저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함이었어요. 모두가 아는 제 모습부터 내밀한 순간까지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전 과정에서 여러 스태프와 긴밀히 소통했죠. 결과뿐 아니라 과정 자체에도 만족도가 높아요.
새로운 도전에 지치기보다는 잃어버린 조각이 채워진 듯 보여요.
맞아요. 잡념이나 여러 감정을 메모장에 쓰며 불안을 다스리곤 했는데, 앨범에 큰 영감으로 작용하더라고요. 떠오르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개인적 기록만큼 솔직하고 농밀한 건 없으니까요. 어떤 형태로 반영됐어요?
곡의 영감이 되기도 했고, 가사가 된 문장도 있어요. 앨범의 두 번째 트랙인 ‘Let’s Talk’는 외로움에 관한 곡인데, ‘축축한 공기 사이 깊은 숨’라는 가사가 오래전 써놓은 메모장 속 문장이에요.
‘Let’s Talk’의 가사는 한 편의 시 같더군요.
바라던 반응이에요! 수록곡 중 제 감성이 가장 듬뿍 묻은 곡이에요. 완성본을 들었을 때 많은 위로를 받기도 했고요.
반면 ‘No Girl’과 ‘Without U’는 시원하면서 용감무쌍하고요.
함께 작업한 스태프에게 곡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하다 우리가 사는 얘기를 써보자는 말이 나왔어요. 여러 얘기가 오갔는데 제가 친구한테 들은 ‘No Girl’이라는 말이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조심스러운 게 많은 성격이라 친구가 뭘 제안해도 튕겨내는 저를 보고 “야 너 무슨 노걸이야?”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 단어에서 시작해서 나쁜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못돼 처먹었다는 걸’과 같은 파격적인 가사도 거침없이 써 넣었어요. 타이틀인 ‘Without U’는 멜로디를 듣고 곡에 이야기를 담은 케이스예요.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테이블 위에 있던 차 키를 들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통쾌한 장면을 떠올렸어요.
하고 싶은 걸 다 했네요. 후련하죠?
음악이나 비주얼이나 하고 싶은 걸 응집한 결과물이에요. 안전을 추구하는 편이라 한계와 범위를 정하고 주로 그 안에서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싶었어요. 후회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타이틀곡을 녹음할 때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했어요. 녹음실에서 기어 나오는데 하얗게 불태운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크리스마스, 연말, 1월 1일, 아무것도 안 챙기고 작업만 했어요.
달리면 달릴수록 연료가 가득 채워지고는 해요?
더 몰아붙여야죠. 쇼케이스, 음악 방송 등 3주는 더 달려야 하거든요.
솔로 활동의 마지막 스케줄이 끝나는 날 뭘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한바탕 눈물을 쏟을 것 같아요. 눈물이 없는 편인데, 솔로 준비를 시작하고 딱 한 번 엉엉 운 적이 있어요. 1차 모니터링할 때였는데, 연습생 시절부터 우주소녀 활동을 비롯한 모든 시간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활동 마지막 날 밤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요. 걱정 없이 푹 자고 싶기도 하고요.
오랜 연습 기간만큼 춤, 노래, 작사, 작곡까지 섭렵한 ‘올라운더’ 멤버로 알려져 있죠. 여러 능력 중 가장 잘해내고 싶은 건 뭐예요?
요즘은 작사와 작곡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는 일의 기쁨을 알게 됐어요. 노래, 춤을 비롯한 무대 준비는 가수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제가 이 일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인데, 또 이렇게 깨닫게 되어 기뻐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졌어요.
스스로를 믿는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늘 평가받는 입장이다 보니 ‘잘했나? 이게 맞을까?’라는 물음을 품고 살았어요. 의심, 스트레스, 압박이 늘 기저에 깔려 있었는데, 이제 그런 걸 좀 떨쳐내고 싶어요.
그 믿음에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연습요. 유재석 선배님이 한 방송에서 ‘걱정되면 차라리 일단 해버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정답이라 생각해요. 스스로를 믿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 힘들 수 있지만 일단 해봐야죠.
한때 단호한 고민 상담으로 화제가 됐어요.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해도 될까요?’라는 팬의 질문에 ‘엄마에게 전화 한 통이나 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죠?
맞아요. 타인의 고민이니 그렇게 단호하게 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에게는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고민을 나누는 편은 아니에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걷거나 뛰는 쪽을 택해요.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걸어요?
한참을 달려 숨이 헐떡거릴 때, 끊임없이 걷다 온몸에서 힘이 탁 풀릴 때면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 무거웠던 고민이 가뿐해져요. 답이 톡 하고 나와버리는데 돌아보면 이미 제가 알고 있던 거예요. 답을 알고 있으면서 그걸 선택하기 두려워 머뭇거린 거였죠.
그 답을 찾을 때 가장 경계할 건 뭘까요?
자기 연민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계속 터득하고 있어요.
정신없이 바쁠 때 제 속도를 찾는 방법이 있어요?
양치할 때 아무 생각도 안 들어요. 명상과 같달까. 팬분들 사이에서도 양치에 진심인 걸로 유명해요. 무대에 오르기 전 양치하는 건 일종의 징크스로 자리 잡았고요. 칫솔은 교정용 얇은 칫솔과 일반 칫솔 2개로 나눠 쓰고, 치약도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4개 정도 구비해뒀어요. 캠핑도 새로 찾은 힐링 중 하나예요. 캠핑을 위해 장롱 면허도 깨우려고 해요.
양치에 있어 중요한 건 뭔가요?
강약이 중요해요. 인터넷에 있는 분노의 양치질 영상처럼 세게 닦다가 세심하게 닦기도 해요. 혓바닥도 열심히 닦으면 5분 정도 소요돼요.
이렇게 많은 도전을 하고 있는데 안정형이 맞아요? 유튜브 채널 ‘설아의 날들’을 보니 일상도 분주하던걸요?
진짜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집에 있으면 근질근질하고 늘 배우고 싶은 게 한가득이에요.
싱글 라이프는 만족해요?
혼자 살기 시작한 지 2년쯤 됐는데, 이제는 자취 고수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부끄럽지만 처음 독립했을 때만 해도 세탁기 돌리는 법조차 몰랐거든요.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도전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재미있고 뿌듯했어요. 주변에도 혼자 살아보기를 권해요. 외로울 때도 있지만, 자유와 성취감 덕분에 자존감이 솟아요. 작년 한 해를 저는 잘 보낸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요?
‘자취력’이 급상승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어요. 음악 공부부터 앨범 작업까지 연습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했고요. 2023년을 시작하면서 일출을 봤는데, 그 기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솔로 활동이 끝나면 올해도 그 기운을 받으러 바로 달려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