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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새로운 전시가 지칠 줄 모르고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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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조각, 설치 작업을 통해 수학 공식, 과학적 명제, 문화적 기원을 나타내는 기호를 파헤치는 필립 로에쉬(Philip Loersch)와 회화 원재료의 특성을 탐구하는 홍성준이 2인전 <플립 오버(Flip Over)>로 만났다. 열정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긴 시간을 들여 작품을 완성하는 두 작가는 서로 다른 형태의 결과물을 도출한다. 노동집약적인 작업 과정 속 숨은 양가성의 힘을 조명한다. 이들은 돌 표면이나 책의 빈 페이지에 그리스 문명, 도나텔로, 미니멀리즘 등을 다룬 책 내용을 집요하게 그리는 반면, 매끄럽고 얇은 반투명 막이 겹친 장면을 평평한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이미지의 재현을 묵묵히 이행하면서도 다채로운 형상과 수많은 물성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2월 17일까지, 디스위켄드룸.
WHERE ARE WE
무엇을 주제 삼아 어떤 재료를 사용해 화면 위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 구지윤, 안지산, 이지현 등 주목받는 청년 작가부터 유키 사에구사, 코헤이 야마다 등 떠오르는 신진 작가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 13인의 회화 작품 48점으로 구성한 단체전 <착륙지점(Landing Point)>은 현대예술의 현 위치와 미래의 방향성을 예술가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피는 자리다. 시대와 지역적 유사성을 공유하는 작가들은 서로 다른 초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과 감각은 여러 재료와 표현법으로 시각화되어 화면 위에 위치한다. 갤러리 전관을 가득 메우는 지금의 화면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2월 17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영원(暎遠)
도시의 풍광을 담담한 색채로 그리는 일본 회화 작가 미노루 노마타가 한국 첫 개인전 <映遠 – Far Sights>를 열었다. 1990년대 초기작인 ‘Eastbound’ 연작과 ‘Far Sights’ 연작, ‘Seeds’ 연작 등 20여 년간 이어온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의 생각, 인간이 속한 우주의 무한한 확장성을 탐구하고 싶어 하는 작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미지를 위해 가공된 구조와 지형적 형태를 끊임없이 개발했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낮은 수평선 위로 그려낸 바람에 펄럭이는 상아색 돛과 금속성을 띠는 격자 조형물은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에서 영감 받았다. 고요한 듯 위용 있는 작가의 작품은 관객을 압도한다. 3월 2일까지, 화이트 큐브 서울.
FANTASTIC SPACE
동화 속 풍경처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비현실적 요소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착안한 전시 <원더랜드(Wonderland)>는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귀미, 현남, 켄건민, 임미애 4인의 그룹전이다. 연령과 성별이 다른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가상의 풍경을 창조한 신작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과거 기억 속 일상 공간, 조각으로 표현한 동시대의 도시 풍경과 가상 공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 범문화적 풍경, 추상적 구상을 거쳐 탄생한 파편적 공간까지, 미래지향적 이상 세계를 평면과 입체로 시각화했다. 이들이 그리는 ‘원더랜드’는 신비롭고 찬란하다. 2월 24일까지, 리만머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