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운동에 미치는 영향 6가지
오늘은 하체, 내일은 상체. 완벽한 운동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술을 마시면 그 효과는 도로 아미타불이리니.
새해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으로 운동과 절주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운동해야지’ ‘올해야말로 절주해야지’. 두 계획은 상관관계가 있는데, 술과 운동은 잘 어울릴 수 없는 친구다. 술을 멀리하는 것은 건강관리에 유익하고,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술이 운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1 탈수 상태
피부가 사하라사막처럼 건조하다면, 어제 마신 하이볼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건강 및 영양 전문 브랜드 키친리스트의 영양사 캐롤라인 윌슨(Caroline Wilson)은 “술은 이뇨제이며 체내의 수분을 빼앗아갑니다. 숙취 증상의 90%가 탈수의 직접적인 결과물입니다”라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체온을 조절하는 데도 관여하므로 탈수 상태에서는 원활한 운동이 어렵다. 술을 마시고 나면 갈증을 느끼는 것도 알코올이 간에서 대사되면서 체내 수분을 이용해 탈수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소변을 덜 나오게 하는 항이뇨호르몬(ADH) 분비를 억제해 화장실을 자주 가게 하는데, 수분 손실이 많은 여름에 더 해롭다. “체내에 알코올이 있으면 심박수가 평상시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체온이 급격히 올라 운동을 불편하게 합니다. 또 평소보다 많은 땀이 배출되어 탈수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죠.” 윌슨은 강조한다. 술을 마시는 중간중간 물 한 잔을 마시자. 탈수를 방지하지는 못하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을 준다.
2 근육 피로
경련의 주범인 젖산은 음주 시 축적된다. 이미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피로한데, 숙취가 남은 상태에서 운동할 때는 고통이 배가된다. “이 밖에 근육 피로와 근육을 형성하고 회복하는 데 필수인 성장호르몬 결핍도 피할 수 없죠. 지속적인 음주는 운동 후 회복 속도를 지연시켜 근육 생성을 어렵게 합니다.” 윌슨이 설명한다.
3 높은 당수치
‘저속노화식단’이 유행할 정도로 당수치는 식단 조절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술에는 설탕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혈당 부하가 높은 음식이 완전히 소화되면 급격히 포도당으로 변합니다.” 윌슨의 말이다. 급성 혈당 상승은 신체에 염증을 유발해 수분 정체, 복부 팽만과 피로감을 일으킬 수 있고, 이는 다시 혈당 하강으로 이어져 운동 효과를 떨어트린다. “음주 다음 날 운동할 계획이라면,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당분이 많이 포함된 술, 와인, 칵테일, 시럽이 들어간 주류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윌슨이 조언한다. 당이 높은 술로는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어 위스키와 소주는 당이 적은 편이고, 청주는 당이 높은 편이다.
4 운동 능력
소량의 음주는 다음 날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과음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운동이 더 힘들어지고, 운동 후의 만족도도 저하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술을 마신 다음날까지 숙취가 남아있을 때 유산소운동 능력이 11.4% 감소했다. 술과 운동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임상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또 알코올은 몸의 신경계를 둔하게 하여 신체 조절 능력을 떨어트리고 근육의 힘을 감소시킨다. 음주 후 근력운동이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면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5 신진대사 감소
알코올이 소화기관을 자극하면서 위와 장은 활동을 게을리하게 된다. “소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필수영양소를 흡수하는 신체 속도가 감소해 신진대사가 느려집니다. 특히 빈속에 음주하는 행위는 피하고, 음주 전 견과류와 짙은 녹색 채소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윌슨이 조언한다. 소화기관이 최대한 원활히 기능해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요인을 억제하도록 말이다.
6 기름진 갈망
운동에는 마땅히 식단 조절이 따른다. 그러나 술을 몇 잔 마신 다음 날은 기름진 음식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솟구친다. 짬뽕, 쌀국수, 곰탕, 치즈버거 같은 것들이다. 과음했는데 퍼석한 닭가슴살과 방울토마토 몇 개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알코올 섭취는 뇌에서 갈라닌이라는 화학물질 분비를 촉진해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당기게 합니다.” 윌슨이 설명한다. 갈라닌은 ‘뉴로펩타이드(Neuropeptide)’라는 작은 단백질 조각으로, 특히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를 조절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면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라는 부분에서 갈라닌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기름진 음식을 더 원하게 된다고. 의학 저널 <알코올과 알코올 중독(Alcohol and Alcoholism)>에 게재된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로 인한 행동 사이에는 순환관계가 있다. 알코올 섭취로 갈라닌이 생성되고, 갈라닌은 알코올 섭취를 다시 조장한다. 이 유혹의 실타래를 끊으려면 처음부터 조심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