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패션위크에서 일어난 일 (3) 밀란 편

예술과 환상,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지속가능한 이슈로 채워진 2024 F/W 패션위크. 그 열정적 현장에서.

NIGHT OF HOPE

밀란 패션위크가 끝나갈 때쯤, 보테가 베네타 쇼에서 비로소 쇼장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날의 마지막 쇼이기도 했는데, 마티유 블라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한 것 같다. 황량하게 뻗은 공간, 그곳을 넓게 비추는 일몰을 닮은 붉은 조명, 모서리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인장까지. 숨을 고르고, 카시나와 세 번째 협업으로 목재를 그을려 마감했다는 르코르뷔지에의 LC14 카바농 스툴에 앉아 첫 번째 룩이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에서 본 선인장을 줄곧 생각했어요. 선인장은 메마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는 점에서 회복성과 함께 희망을 보여주죠. 바로, 그런 쇼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성공적인 퍼포먼스 VS 지나친 바이럴 욕심

관중석에서 각종 쓰레기와 먹다 남은 빵 조각, 캔 음료, 바나나 껍질 등이 날아들었다. 지난 시즌, 미처 다 갈아입지 못한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모델의 워킹으로 바이럴 천재 소리를 들은 아바바브가 이번에는 관중에게 쓰레기를 던져달라며 삽시간에 온오프라인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 그러나 이번에는 보는 눈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쓰레기’를 주제로 런웨이 배경에 아바바브를 향한 악플을 장식하며 위트 있게 표현하려 애썼지만, 결국 또 옷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으므로.

(좌) 토즈의 마테오 탐부리니, (우) 모스키노의 아드리안 아피올라자

CAN’T WAIT THE NEXT SHOW! 

토즈와 모스키노. 개성 강한 두 하우스에서 데뷔 쇼를 선보인 두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그 소감을 가상으로 만나본다면?
“이탈리아 스타일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사를 지닌 동시에 에너지가 이동하는 트램의 차고지가 쇼의 배경으로 제격이라 생각했죠. 같은 맥락으로 도시 생활과 레저, 공식과 비공식, 전통과 혁신 등 이중적 가치를 컬렉션에 녹이고자 고민했습니다.” – 토즈의 마테오 탐부리니


“창립자 프랑코 모스키노 때부터 메종에는 위트의 전통이 흘러요. 물론 그 안에는 놀라운 독창성과 탁월함이 내재되어 있죠. 이번 컬렉션은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모스키노의 영혼을 반영하려고 노력했어요. 장난기, 미학적 아름다움, 그리고 기쁨에 대해서죠!” – 모스키노의 아드리안 아피올라자

그럼에도 밀란, 로맨스, 성공적

짧아진 일정, 극심한 교통체증에 일말의 여유나 낭만이 설 자리를 잃었으나, 그럼에도 밀란이 로맨스로 귀결된 것은 바로 빅 브랜드의 로맨틱한 모먼트 덕분. 과거와의 진한 로맨스로 역사적 클리셰를 리본에 담은 프라다. 규칙을 뒤흔드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학을 표현한 구찌. 턱시도의 우아한 베리에이션으로 정면 승부한 돌체앤가바나까지. 또 1920년대의 자유를 옷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페라가모와 벨에포크 시대의 다재다능했던 여성, 콜레트의 우아함이 느껴지는 막스마라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FOR SUCCESSFUL LIVING

‘민주적 형태의 런웨이’를 표방하는 글렌 마틴스가 이번에도 해냈다. 쇼가 시작되기 72시간 전부터 본인과 팀이 쇼를 준비하는 모습을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하더니 급기야 쇼 당일에는 전 세계 1000명의 대중을 라이브 영상 통화를 통해 ‘온라인 프런트 로’에 세운 것. 모델 캐스팅이나 피팅, 런웨이 세트 설치 등 보통은 극비리에 진행되는 것을 오픈하고도 성황리에 치렀으니, 어쩌면 이는 본 게임(?)인 컬렉션에 대한 자신감 덕분일지도. 역시나, 레이어와 트롱프뢰유, 코팅이나 프린트 등 대충 보면 알아채지 못하고 흘려버리고 말 정성 들여 만든 디테일이 가득이다.

(왼쪽부터) 돌체앤가바나의 문가영. 오니츠카 타이거의 화사. 마르니의 비앙카 센소리.

WHO’S THE BEST!

시스루 소재, 구조적 형태와 컷아웃 디테일 등 관능적 코드로 쇼장을 뜨겁게 달군 밀란의 대표 여신들. 그중 최고는 과연 누구일까?

30세 생일 축하해!

마르니가 밀란으로 돌아와 창립 30주년 기념 쇼를 열었다. 구조적 실루엣과 다양한 소재, 관습을 벗은 스타일링이 만나 종이 동굴로 만든 런웨이를 가득 메웠는데, 그날 밤에는 그곳에 다시 관중을 초대해 30세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벌였다. 동굴마다 마르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 피플로 인산인해! 랜덤으로 배정된 어느 동굴에는 슈퍼스타(?) 예(카니예 웨스트)와 비앙카 부부가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어 화제가 되기도!

긍정의 씨앗을 나눠요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조금 낯선 친환경 가방 브랜드 더모아레(Themoire)는 밀란 패션위크 기간에 프레젠테이션을 열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렸다. 방문한 사람에게는 작고 긍정적인 행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날갯짓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작고 귀여운 나무를 선물했다고.

에디터
김지은, 최정윤, 이유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ORUNWAY, GETTYIMAGE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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