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줄이는 여자들
가슴 사이즈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큰 가슴 때문에 고통받던 나의 몸과 마음에 행복과 안정을 안겨준 가슴 축소 수술.
모델 겸 사진작가인 앰버 윌리엄스(Amber Williams)는 가슴 축소 수술 5개월 만에 1년간 옷장 속에 걸어놓았던 초콜릿색 망사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수술 전, 큰 가슴 때문에 이 드레스를 영영 입지 못할 거라 단언했지만, 거울 앞에 서자 그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 미니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에서 더 이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설레는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허리 통증은 물론, 가는 곳마다 겪던 성희롱은 이제 떠올리지 않아도 됐다.
‘가슴 축소 수술’은 생물학적 여성의 유방 조직에서 지방과 피부 조직을 제거해 가슴 크기를 줄여준다. 이 수술은 받은 사람뿐 아니라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긍정적 효과는 궁극적으로 이들이 살아 있다는 것에 온전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실제로 틱톡에 ‘가슴 축소(Breast Reduction, Chest Reduction)’를 검색하면 윌리엄스와 사례가 비슷한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술을 받은 크리에이터는 하늘하늘한 셔츠, 오프숄더 드레스, 튜브 톱 등 다양한 옷을 입어보며 수술 전후 모습을 비교한다. 틱톡 유저 수백만 명은 불편함 속에 감춰져 있던 크리에이터의 상처받은 얼굴이 당당하고 환희에 찬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마주한다. 수술 후 경험한 긍정적 변화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웨덴 사진작가 테오 세티나(Teo Cetina)는 수술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입기 두렵던 옷이 사라지고, 전에는 맛본 적 없는 자유를 느껴요. 이제는 꿈에 그리던 옷을 입을 수 있게 됐거든요”라고 말했다.
가슴과 자존감
일반적으로 가슴 축소 수술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유륜 주변부터 유방 아래쪽 주름까지 수직으로 절개해 과도한 유선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텍사스 휴스턴의 성형외과 전문의 루크미니 비나야 레드넘(Rukmini Vinaya Rednam)은 “평균적으로 각각의 가슴에서 약 454g의 조직이 제거되지만, 환자의 가슴 크기와 원하는 컵 사이즈(보통 C컵)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그의 환자 중 양쪽 가슴에서 조직을 약 4540g 제거한 사례가 있다. 그는 “가슴 축소 수술이 여러 성형 수술 중 만족도가 가장 높은 수술”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틱톡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수술 후 쾌감이 수술 이유와 관계없이 매우 흔한 일이라고 한다. 뉴욕의 피부과 및 정신과 전문의 에번 리더(Evan Rieder)는 “가슴 축소 수술이 안정된 일상을 누리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신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뉴욕의 심리치료사 알레산드라 탄타위(Alessandra Tantawi) 역시 이에 동의했다.
주변 지인이나 온오프라인 속 제3자가 가슴 축소 수술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것은 흔하고 처참한 일이지만, 수술을 택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들은 만성 통증 완화, 신체 이형 질환(BDD)과 성별 확증 치료, 또는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려고 가슴 축소 수술을 받는다. 레드넘은 “이들에게 수술 전 삶은 상당히 깊은 상처로 남았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1년에 걸친 긴 회복 기간에도 수술을 마친 환자는 마취에서 깨어난 직후부터 특유의 만족감을 느낀다. 레드넘은 수술 후 회복실에서 숨쉬기가 편하고 가슴에 무거운 바벨을 올려놓은 듯한 느낌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환자를 수없이 목격했다.
휴스턴에 거주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애드리 콜먼(Adree Coleman)은 2022년 9월에 가슴 축소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에 그는 집 밖을 나서는 것이 두려웠고, 옷을 입는다는 생각만 해도 괴로워 깊은 우울증에도 빠졌다. “저는 패션 인플루언서인데 옷 입는 것조차 싫었어요. 제 팔로워는 다양한 옷을 입어주길 바랐지만 사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콘텐츠 속에서 나는 ‘내 몸 안에서 행복하고 나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는 이미지를 연출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 그는 스스로에게 덜 엄격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I컵에서 C컵이 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강인한 사람임을 자각했다. “패션에 다시 관심을 갖거나 춤을 추는 등 이전에는 절대 할 수 없던 일을 하고 있어요. 심지어 안전벨트 착용도 훨씬 쉬워졌어요.”
자유롭게 달리기
일반적 생각과 달리 신체 균형을 깨뜨릴 정도의 큰 가슴이 체중 증가 때문인 경우는 거의 없다. 레드넘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가슴의 원인은 주로 유전에 의해서지만, 선상 조직인 유선 조직의 호르몬 수용체로 인해 과도하게 발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직은 마치 사춘기에 찾아오는 호르몬 변화처럼 평생 발달하면서 민감해지고 균형을 벗어나 빠른 속도로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슴이 큰 사람은 가슴 무게 때문에 흔히 목과 어깨의 통증을 겪는다. 이 외에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할 때 몸의 무게중심이 흐트러질 수 있다. 콜먼에게는 9세부터 이런 변화가 나타났는데, 수술 전에는 가슴이 너무 흔들려 절대 뛰거나 춤을 추지 않았다. 가슴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운동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수술 후 자유로운 움직임을 얻었다. “이제 흔들림이 적어졌으니 춤을 출 수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마트 한가운데서라도 제가 원한다면 출 수 있죠. 정말 자유로워졌어요.”
가슴 축소 수술은 세티나 같은 논바이너리(Non-binary)나 트랜스젠더의 신체적 모습이 그들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 때문에 전문의 리더는 “가슴 축소 수술이 성별 확증 치료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가슴 조직을 제거하지만, 일반적인 가슴 제거 수술처럼 모든 조직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세티나는 2022년 8월에 수술을 받고 진정한 행복을 처음 만끽했다고 했다.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신체의 모습을 갖게 된 것. “언제든 제가 느끼는 대로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여성스러운 옷을 입으면 가슴을 돋보이게 할 수 있고, 남성적인 옷을 입으면 가슴을 숨길 수 있는 거죠.” 그는 수술 후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슴으로부터 해방되기
윌리엄스와 콜먼, 세티나 모두 큰 가슴 때문에 자신이 성적 대상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사회와 대중문화에서 오랫동안 가슴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해온 데다 가슴이 큰 사람은 문란하거나 외설적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직장에서 과한 성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옷차림이 제게는 너무 도발적으로 보인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어떤 것이 멋지고 평범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없다. 탄타위는 ‘정상’ 또는 ‘건강한 가슴 크기’에 대한 관념은 가부장적 가치와 여성 혐오로 가득 찬 백인우월주의 문화에 기초한다고 설명한다.
“여성은 이런 관념에 의해 본인이 부족하지만, 동시에 너무 과하다고 느끼는 모순된 입장에 놓여요.” 그는 가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여성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녀와 여성은 보통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거나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가슴이 크다는 이유로 합의되지 않은 관심을 받고 매우 어린 나이에도 지나친 성적 대상화가 되고는 합니다. 이런 경험은 성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수치심과 심리적 고통, 트라우마를 유발하며, 이는 청소년기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요.”
가슴이 작으면 성희롱과 성차별을 당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를 올바른 이성적 사고라 볼 수는 없다. 1년 이상의 고통스럽고 긴 회복 기간을 필요로 하는 대수술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함을 느끼고, 존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슴 축소 수술은 그저 더 이상 자신의 신체로 인해 모욕을 당하지 않고, 삶의 질과 방향성을 스스로 결정하고 개선하려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 에디터
- 이재윤
- 포토그래퍼
- HYUN KYUNG JUN
- 글
- DEVON AVELMAN
- 디자이너
- 이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