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아닌 향기템
피부에 바르거나, 공간에 그저 향을 놓아두기만 해도 된다. 향을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하여.
CHRISTIAN DIOR BEAUTY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라 콜렉시옹 프리베 그리 디올 리퀴드 핸드 & 바디 솝 350ml 9만5천원.
향덕인 만큼 수많은 향수와 향기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향은 어디서도 맡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유니크하다. 상쾌한 시프레 향으로 시작해 체취와 어우러지면서 부드러운 잔향이 남는 것. 동일 라인의 향수, 헤어 미스트도 쓰지만, 리퀴드 솝 제품은 고급스러운 잔향을 더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어 특별하다. 실제로 브랜드 앰배서더 중 한 명은 평소 향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제품을 애용한다고 전했다.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어 아쉽지만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 김하은(크리스챤 디올 뷰티 커뮤니케이션팀)
TIP 반신욕을 할 때 리퀴드 솝을 조금 풀어서 사용하면 은은한 향이 맴돌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고급스러운 패키지는 오브제로서의 역할까지 해낸다.
LE LABO
르 라보의 일랑 49 퍼퓨밍 바디로션 237ml 10만3천원.
본래 선호하는 향조는 플로럴/프루티.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우디 계열의 젠더리스 향수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뭇 취향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익숙해진 트렌드에 어울리지 않는 향을 입고 다니길 반복할 즈음, 취향 저격 ‘일랑 49’ 향을 만났다. 울창하고 파릇한 숲속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노란 꽃밭이라고 설명하면 될까? 요즘엔 ‘향수 뭐 뿌렸어요?’보다 ‘좋은 냄새! 무슨 향이지?’라는 질문을 받을 때 뿌듯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우쭐해진다. 내 자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 황혜진(홍보대행사 비엔비엔 차장)
TIP 같은 향기 라인의 향수, 샤워 젤과 함께 사용하면 더욱 풍성한 향을 즐길 수 있다. 본래 자신의 살냄새처럼 향이 오래 남아 인간 일랑 49가 될 수 있을 것!
NONFICTION
논픽션의 룸스프레이 피스토크 50ml 3만4천원.
남편이 늘 ‘절간 냄새’라며 불호를 외치는 바람에 집에서는 마음껏 활용하지 못한 게 바로 우디 센트. 이건 그가 허용한 유일한 우디 향 제품인지라 너무도 소중하다. 마치 깊은 숲속 오두막에 놀러 간 듯한 느낌을 주는 포근한 우디 향! 처음 뿌릴 때부터 공간에 향이 완전히 배어들 때까지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이 오래 유지되는 게 매력이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시즌은 여름. 탈취 효과가 뛰어나고 발향도 잘되기 때문에 한두 번만 펌핑해도 실내의 꿉꿉한 냄새를 단숨에 잡아주고 감각적 분위기를 더해준다. – 이혜리(올리브영 콘텐츠팀)
TIP 이불 빨래를 하고 건조기를 돌릴 때 향기 시트 대신 이 제품을 뿌려 사용하면 우디 향이 살며시 스며든다. 침대에 누웠다하면 꿀잠 보장!
OFFICINE UNIVERSELLE BULY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의 클래식 레 비지날 바디로션 페루 헬리오트로프 190ml 8만6천원.
불리 향수를 좋아해서 모으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페루 헬리오트로프’ 향은 연보라색 베이비 로션이 상상되는 향이다. 향수로 처음 만났는데, 특유의 크리미한 향이 보디 로션으로 발랐을 때 더 포근하게 느껴지더라. 그렇게 이 향은 나만의 ‘잠뿌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샤워 후 바르면서 향을 즐길 수 있고, 폭닥폭닥한 향에 안기면 하루 내 쌓인 피로가 풀린다. 잔향이 잠옷에까지 남아 잘 때도 기분이 몽글몽글하다. 향수는 보통 그날 보이고 싶은 이미지에 따라 고르는데, 가끔은 오롯이 나를 위한 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편안한 향을 입어보면 어떨까? – 민스코(Instagram @minsco_)
TIP 향수처럼 코를 찌르는 느낌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잠뿌향으로 추천한다. 크리미하고 달달한, 그야말로 코쿵하게 만드는 향!
DIPTYQUE
딥티크의 차량용 방향제 베이 케이스+리필용 16만4천원.
고양이 집사다. 후각에 민감한 ‘고냥님’을 위해 집에서는 향기 제품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차 안의 향기에 더욱 신경 쓰는 편. 출퇴근 시 차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면 자연스레 내부 향기가 옷에 배기 때문에 향을 신중히 고르게 된다. ‘베이’ 향은 초록빛으로 물든 정원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싱그러운 향이다. 여기에 생동감 넘치는 장미 향이 은은하게 풍겨 나온다. 튀거나 과하지 않아 다른 향과 레이어링하기에도 부담 없다. 아침마다 직접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차에서 마시는데, 커피 향과 충돌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잘 어울린다. 벌써 2년째 사용 중인 애정하는 아이템! – 새벽을여는건(Instagram @heisgun)
TIP 창문을 살짝 열고 밤 드라이브를 즐겨보길. 코끝에 감도는 산뜻한 향은 요즘 같은 날씨에 유난히 잘 어울린다.
KARMAKAMET
카르마카멧의 퍼퓸 사쉐 피그 50g 국내 미출시.
가장 좋아하는 향기 중 하나인 무화과. 그러나 과하면 느끼해지거나 달달함에 취해 속이 울렁거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향수를 고를 때도 농익은 과육 향보다는 무화과의 파릇한 열매나 이파리 향이 섞인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사쉐는 조금 다르다. 은은한 발향력 덕에 진득한 무화과의 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것. 방의 문고리에 향기 주머니를 걸어두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향이 풍기면서 주변 가득 달큼한 냄새가 퍼지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듯 향기 주머니는 공간마다 원하는 향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특정 향에 익숙해졌다면, 잠시 향을 교체했다가 다시 꺼내 사용하면 된다. – 김민지(<얼루어> 뷰티 에디터)
TIP 옷장, 서랍, 여행 가방, 자동차 등 일상의 공간을 원하는 향으로 장식해보길.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머무르고 싶은 곳이 완성된다.
-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KIM MYUNG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