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가볼 만한 봄 전시 4
봄날의 영감을 채우는 5월의 전시.
완연한 봄
회화, 설치, 영상 같은 여러 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예술적 언어를 확장하는 강서경이 개인전 <마치 MARCH>를 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시간성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 ‘정간보(井間譜)’ 속 ‘우물 정(井)’ 자를 기반으로 하는 ‘정(井)’과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칭하는 ‘모라(Mora)’는 그의 작품 속 주된 개념이 된다. 물감을 흘리고 실을 꼬아 수놓는 등 두 개념을 바탕으로 전개된 조각과 회화는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켜켜이 쌓아 시공간을 확장한다. ‘모라 ㅡ 누하’ 연작은 오랜 시간 캔버스를 따라 흘러내린 물감을 모으고 그 뒤에 비단을 덧대어 완성했다. 시간과 세월은 이렇게 축적된다. 4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AROUND THE WORLD
아티스트 듀오 길버트와 조지의 개인전 <뉴 노멀 유리트라>는 영국 런던의 길버트와 조지 센터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6점의 ‘뉴 노멀 픽처스’(2020) 연작과 8점의 ‘더 유리트라 포스트카드 픽처스’(2009) 연작을 만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신념 아래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들은 현대사회의 거리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폭력, 불안정성에 담긴 기묘한 통일성에 주목한다. ‘뉴 노멀 픽처스’ 연작 속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색조의 대비, 왜곡된 크기와 원근감은 현실 세계의 균열을 그린다. 엽서, 공중전화 카드, 전단지 같은 상업적 인쇄물을 활용한 ‘더 유리트라 포스트카드 픽처스’는 국경을 초월한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5월 18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
RELATED TO
갤러리 1층 윈도 공간에 설치된 작은 북 두 개가 북채를 튕기며 소리를 낸다. 안리 살라의 사운드 설치 작품 ‘In-Between the Doldrums(Pac-Man)’(2024)은 서로 맞닿은 채 기계적 미학을 뽐내는 두 북 사이에 관계성을 부여한다. 이렇듯 영상과 소리, 공간의 건축 요소 등 서로 다른 매체의 속성을 결합해 작품을 완성하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 <Noli Me Tangere>는 여러 매체의 추상적 구상과 실재하는 구체(具體) 사이의 영역을 탐구하는 자리다. 오랜 시간 사용된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한 프레스코화 연작은 지질학적·역사적 시간성을 내포한다. 캔버스에 대리석 조각을 연결해 프레임 밖으로 화면을 확장하고, 모래와 석회 반죽, 안료가 작가의 손을 거쳐 작품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5월 11일까지, 에스더쉬퍼 서울.
인간과 자연
삶과 자연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 안에서 형성되는 인간 존재와 경험을 탐구하는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 그가 국내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개인전 <BURN TO SHINE>이 자연과 어우러진 뮤지엄 산에서 열렸다. 타악기 연주자 12명과 무용가 18명이 불꽃을 둘러싼 채 춤추는 영상 작품 ‘Burn to Shine’(2020)을 비롯해 조각, 회화, 설치를 포함한 작품 40여 점을 미술관 내 세 갤러리와 백남준관, 야외 스톤 가든에 소개한다. 높이 3m가 넘는 조각 작품 ‘수녀와 수도승(nuns+monks)’ 시리즈는 자연을 통한 정신적 사유를 추구하는 작가를 정점에 이르게 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삶과 인간, 자연을 조화롭게 이어주는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9월 18일까지, 뮤지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