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대성의 열기는 여전하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선명한 빛으로 타오르는 대성의 초상. 

재킷은 릭 오웬스(Rick Owens). 네크리스는 니로 세렌디피티(Niro Serendipity).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베스트 셋업은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슈즈는 지미추(Jimmy Choo).

니트는 레이블리스(Labeless). 팬츠는 에곤랩 바이 10 꼬르소 꼬모 서울(Egonlab by 10 Corso Como Seoul).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영상 콘텐츠 ‘인 마이 백’을 촬영하며 놀란 지점이 있어요. 곁에 있는 물건과 스태프 모두 10년 이상의 인연을 가졌다고요?
도전하는 것보다 원래 있는 것, 하던 것을 꾸준히 하는 게 더 익숙해요.

꾸준함은 성실함을 필요로 해요. 요즘은 ‘성실함도 재능’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타고난 기질인가요?
공부하고 연마하면 안 되던 게 차츰 완성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생각 없이 해요. 일과도 심플해요.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 여러 수업으로 오후 일정을 꽉꽉 채웠어요.

어떤 걸 배워요?
드럼, 필라테스, 보컬, 일본어요. 일주일에 2~3회씩 수업을 받는데 일주일 단위로 한 사이클 돌아요. 요즘은 일본 투어로 잠시 멈췄어요.

라이브 투어가 한창이죠. 무려 7년 만이라고요?
공연은 가수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준비할 때 스트레스는 엄청난데 막상 시작하고 무대에 올릴 때의 행복은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결국 공연이 모든 활동의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무대가 제일 짜릿하게 느껴질 때는 언제예요?
아이러니하게도 공연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순간 큰 희열을 느껴요.

대개는 그 시간이 적막하게 다가온다고 하던데요.
그러니까요. 그런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아 물론 무사히 잘 마쳤다는 걸 전제로, 빨리 씻고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마음에 행복이 증폭되는 것 같아요. 무사히 잘 끝낸 무대가 있고, 다음 무대를 향한 긴장감이 차 오르기 시작하는 그 틈요.

무대의 완성도를 위해 고민하는 건 뭐예요?
곡과 곡 사이의 흐름.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의 감정에 신경 써요. 공연이라는 큰 영화 속 기승전결이 자연스럽고 유연하기를 추구해요. ‘이제 시작됐다!’라는 감각을 깨우기 위해 처음 두 곡은 신나는 리듬으로 가져갈 때도 있고 발라드로 시작할 때도 있어요. 이렇게 저렇게 저만의 각본을 짜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D’s IS ME’라는 투어의 제목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정말 오랜만에 팬들과 만나는 자리인 만큼 그들의 오랜 기억을 꺼내고 싶었어요. 복습한다는 느낌으로요. 그래서 편곡도 최대한 담백하게 했고, 원곡의 추억, 향수를 살리려고 했죠. 지금까지 대성은 이런 사람이었고, 앞으로 보여줄 색과 무대를 열심히,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성이 더 선명하게 그리고 싶은 음악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나요?
곡 작업을 할 때면 점점 공연을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공연에서 내가 이 노래를 부를 때 어떤 이미지일까?’ 상상하며 작업하게 돼요. 노래를 부를 때도 그쪽이 더 편한 것 같고요.

무대를 떠올리며 작업하다 보면 도전 정신이 더 발휘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주로 편곡할 때 발현되는 것 같아요. 편곡 과정에서 영감이 생기기도 하고, 부르는 입장에서도 새롭게 다가올 때도 있어요.

부를 때마다 짜릿한 감각이 느껴지는 곡이 있나요?
‘우타우타이노바랏도((歌うたいのバラッド)’라는 곡요. 일본 솔로 데뷔 앨범 디스커버(D’s Cover)의 타이틀이었어요. 사이토 카즈요시의 곡을 리메이크했는데 원곡을 제가 무척 좋아했죠. 부를 때마다 찡한 울림이 있어요.

요즘 신선하다고 생각한 뮤지션이 있어요?
퀸을 워낙 좋아해요. 영감이라면 거창할 수 있지만 퀸의 라이브 영상을 심심하면 봐요. 무대 위 프레디 머큐리의 애티튜드와 박력, 바이브를 보면 빨리 무대에 서고 싶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떠오르더라고요. 웸블리 스타디움 비디오를 수없이 돌려 봤어요.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장을 찾기도 하나요?
가끔 가요. 최근에는 마룬파이브 공연에 다녀왔어요.

제 인생 공연은 2019년 U2의 내한 무대였는데, 왠지 그 현장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갔죠 갔죠!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했어요. 그런 공연은 공부가 돼요. 다녀와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도 계속 찾아 보면서 메모도 하고 탐구도 했어요.

셔츠와 타이, 재킷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셔츠는 왈라(Wala). 톱은 더발론(Theballon). 팬츠는 꾸레쥬 바이 10 꼬르소 꼬모 서울(Courreges by 10 Corso Como Seoul). 네크리스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슈즈는 토가 풀라(Toga Pulla).

대성과 공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네요. 그 시작은 역시 빅뱅이었겠죠?
그럼요. 저희가 열심히 방송 출연을 한 그룹이 아니었고 횟수로 따지면 투어의 비중이 더 많았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현장감과 공연의 생동감을 접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이 저를 매료시킨 것 같아요. 제일 재미있어요. 음악 활동의 무게를 공연에 두고 열심히 투어를 도는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저 역시 그게 궁극적인 목표인 것 같아요.

최근 론칭한 유튜브 채널 ‘집대성’은 어떤 의미의 무대예요?
처음 제안을 받고는 걱정했어요. 이미 유튜브 시장이 포화 상태인 것 같고 기라성 같은 채널도 많잖아요. 타이밍적으로 늦은 감이 있어서 제작진을 만류했는데 그럼에도 믿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우리가 알던 예능 속 대성을 볼 수 있어서 반가운 한편, 극 I 성향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더라고요.
지인에게 부탁을 잘 못하는 성향이라 초반에는 작가님들이 뭘 말하면 거절하기 바빴어요. 그래도 요즘은 하길 잘했다 싶어요. 무엇보다 팬분들도 좋아해주시고, 태양이 형이랑 지용이 형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야 너 집대성 잘한 것 같아!” “겁나 웃긴데?”라는 피드백도 보내주고요.

챌린지, SNS, 틱톡 같은 플랫폼에 대한 도전 욕구는 없나요?
사실, 아직 그 문화가 낯설어요. 때로는 ‘내가 꼰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웃음) 아직 SNS도 없으니까. 그런 게 좀 저는 안 맞아요. 하면 하는데, 사실 안 해도 될 것 같아서 안 하는 것도 있어요.

SNS의 목적이 소통이라면 대성 씨는 무대에서 더 직접적으로 확실한 방법으로 그걸 하고 있으니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맞아요. 그 얘기를 무대에서 몇 번 하기도 했어요. 그걸 이해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감사할 뿐이죠.

VIP와도 벌써 18년 차예요. 인생의 반을 함께해온 셈이죠. 살아온 시간의 반을 가수로 활동하는 건 어떤 의미예요?
요즘 현장에 가면 “VIP였어요”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때 활동해온 시간이 실감나요. 동시에 뿌듯하기도 하고요. VIP가 잘 성장해서 사회의 일원이 되고 협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Falling Slowly’를 작곡한 친구도 빅뱅 세대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게 최적화된 보컬 레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거예요. ‘봄여름가을겨울’이 나왔을 때도 우리보다 듣는 분들이 더 많이 울고 슬퍼하는 걸 보면서 우리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녹아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사실 18년이라는 시간은 실감나지 않아요.

누군가의 인생에서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면 기분이 어때요?
감격스럽죠. 다만 그 기분에 취하면 안 된다, 오버하지 말자 싶어요. 과거는 과거고 앞으로의 미래가 있으니까요. 요즘은 그저 오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에요. 이렇게 오래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니까요.

앞으로의 시간은 어떻게 채우고 싶어요?
저는 사실 이미 행복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가 구축한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과 함께 지금처럼 살면 참 좋겠다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더 좋은 쪽으로 파생된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당장 내일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저는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열심히 했다, 고마웠다 하면서 은퇴할 수 있어요. 유일한 목표가 오래오래 노래하는 것뿐이에요. 꾸준히 무언가를 배우려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