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어디로 향할까? 트렌드세터 10인의 목적지에서 찾은 새로운 좌표들. 

2019년의 브론테 비치. 바닷물을 가둔 록 풀(Rock Pool).

2016년의 브론테 비치와 라이프 가드.

2019년의 브론테 비치.

2018년의 브론테 비치.

곽기곤 | 사진가

사진가 곽기곤은 햇빛과 바다가 좋아서 한동안 LA에 살았다. 햇살과 해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지만, 가장 따뜻한 기억은 역시 시드니라고 했다.

시드니에서 해변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 무엇보다 계절이 한국과 정반대라는 점이 좋다. 한국이 겨울일 때, 뜨거운 태양이 그리워지면 고민 없이 시드니에 간다. 시드니에는 아내의 이모님 댁이 있어, 호텔을 예약할 것도 없이 그 집에서 지내곤 한다. 브론테 비치는 처음에는 가까워서 자주 갔는데, 다른 데를 갈 필요도 없을 만큼 점점 브론테 비치가 좋아졌다. 본다이 비치처럼 유명하고 큰 해변은 아니지만, 적당한 사람들과 적당한 크기가 딱 내 마음에 들었다. 갈 때마다 사진을 찍는데 연도만 다를 뿐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브론테 비치에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영장이 있어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도 즐기기 좋고, 부드러운 모래사장 위로 잔디밭이 펼쳐진다. 멋진 절벽과 파도가 이뤄내는 풍경도 예쁘다. 관광객보다는 지역주민이 자주 찾는 해변이라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다.
시드니의 사람들은 모두가 비치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믿기에, 대부분의 상점이 해가 있을 때 영업을 종료한다. 시드니에 가면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브론테 비치로 향한다. 점심이 되면 해변 앞 튀김집에서 피시앤칩스나 새우튀김을 사서 시원한 콜라와 먹는다. 다시 바다에서 놀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별거 아닌 일상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다시 브론테 비치에 갈 날을 기다린다. 이번 겨울에는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