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 / 김명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의 ‘청풍명월’은 단지 풍경만을 뜻하지 않는다. 온건하고 깨끗한 성품을 가진 김명수처럼. 

레더 재킷은 릭 오웬스(Rick Owens). 팬츠는 코치(Coach).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네크리스는 벨앤누보(Bell&Nouveau). 링은 불레또(Bulletto).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셔츠는 아크네 스튜디오 (Acne Studios). 링은 벨앤누보.

코트와 블라우스, 쇼츠는 모두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네크리스와 링은 불레또. 이어커프와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A 일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네요. 지금까지 만난 연예인 중 옷을 가장 빠르게 갈아입는 사람입니다.
하하, 많은 사람이 저를 기다리니까요. 저 15년 차예요. 2010년 데뷔,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 되도록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에요.

A 일본에서 막 돌아왔다면서요?
예전에 찍은 <넘버스>가 일본에서 방송돼요. 드라마 프로모션차 다녀왔습니다.

A 저도 즐겁게 봤죠. 최민수 씨와 호흡이 아주 좋던데요?
많이 배웠고, 열심히 했어요. 촬영하는 동안에도 재밌었어요. 작품 끝나고 흥미롭게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뿌듯했죠.

A 요즘 시장에선 해외 판권이 아주 중요하잖아요? 좋은 일입니다.
진짜 중요해요. <넘버스>는 드라마가 끝났는데 팔렸잖아요. 지금 하는 <함부로 대해줘>도 해외 판매가 되었는데, 잘되어서 너무 좋아요. 이렇게 힘든 시기에 신윤복이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재밌는 작업을 한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고요.

A 일본은 이제 익숙하죠? 일하러 가면 라면 먹을 시간은 있어요?
항상 일로 가지만 그래도 틈은 있어요. 이제는 주로 롯폰기, 오모테산도, 다이칸야마 이런 데 다니죠. 저만의 코스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돈키호테는 무조건 가야 하고, 규동도 한번 먹고. 익숙한 거리에 가서 새로 생긴 가게 한 번씩 들어가보는 걸 선호하고. 그러면서 힐링하는 스타일이에요.

A 익숙한 곳의 편안함을 즐기나요?
그렇죠. 그러다가도 한 골목만 꺾어도 또 새로워지잖아요. 그런 거에서 조금씩 조금씩 퍼져가는 방향성이랄까. 구석구석 골목골목 둘러보는 걸 좋아해요. 저는 좀 내향적이거든요. 그런데 내향적인 사람이더라도 한 번씩 풀어줄 때가 필요해요.

A 저는 외향적인 사람이지만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맞아요. 오늘 화보 촬영과 인터뷰가 제게는 외향적인 활동이란 말이에요. 이런 거 아니면 저는 집에서 그냥 혼자서 청소하고 인테리어하고 있어요.

A 아무와도 말 안 하고 며칠까지 있을 수 있어요?
한 3일까지요. 그런데 그런 적이 거의 없어요. 전역 후에 <함부로 대해줘> 찍을 때까지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이제 인피니트 팬 미팅 준비해야 하고, 제 개인 팬 미팅과 솔로 앨범 준비해야 하고 차기작 준비해야 하고.(웃음)

A 역시 여행 갈 시간 같은 건 없겠어요.
그래서 일하러 가서 잠깐 즐기는 걸 좋아해요. 휴양지보다 도시를 좋아하고요. 휴양지에 가더라도 앞에 수영장이나 바다 있잖아요? 앉아서 보는 걸 좋아해요.

A ‘출장 여행자’ 타입이군요. 출장 여행만의 묘미가 있죠.
뭐든지 일을 해야 해요. 시간이 아깝잖아요. 이제는 그런 마음을 좀 내려놓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요. 저는 굉장한 J예요. ISTJ. 그 회사원 중에 많다는.

A 작년에 인피니트 예능을 보고 인피니트 화보 촬영을 타진했었어요. 스케줄이 안 맞아서 성사는 안 됐지만, 예능의 재미가 남다르더라고요.
그게 콘셉트가 있더라도, 진짜를 섞어야 재미있거든요. 인피니트를 ‘2.5세대’라고 표현하는데, 데뷔할 때 예능을 많이 찍어서인지 다들 예능은 익숙해요. 그런데 요즘은 TV를 안 보고 유튜브 숏폼을 보듯 트렌드도 바뀌는 것 같아요. 아까 인스타그램에 뭐죠? ‘공동 제작자’? 이런 기능도 저는 몰랐거든요. 저도 배워야 하는 게 많고, 엄마 아빠가 가끔 새로운 기능을 물어볼 때 잘 알려줘야겠다 싶었어요. 내가 곧 엄마 아빠처럼 그럴 수도 있겠다면서 잘해야겠다….(웃음)

A 그런 예능에서조차 팀에서는 15년째 제일 말이 없던데요.
사석이나 개인 활동할 때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가만히 있어요. 정리할 때만 나서죠.  우리 멤버는 다 E라서 그걸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요. 보통 리더가 정리하지만, 가끔 안 될 때 ‘지금까지 인피니트였습니다’ 하는 역할을 하곤 하죠.

A 이번 인피니트 활동에서는 뭘 보여주려고 해요?
7월에 ‘무한대집회’ 팬 미팅을 실내 체육관에서 해요. 거의 7년 만의 팬 미팅인데, 팬 분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보여드리고, 같이 즐기는 자리죠. 신곡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오랜만에 갖는 자리라 굉장히 뜻깊습니다. 작년에 앨범 낸 것도 이번 팬 미팅도 웬만하면 다 몇 년 만에 하는 것들이라 모든 게 의미가 있어요.

A 이럴 때는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에요?
그럴 땐 제가 말이 많아지죠. 저희는 철저히 다수결이고, 웬만한 건 다 같이 상의해요. 특히 이번에는 팬 분들이 좋아할 만한 구성을 짰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A 3 대 3 동수가 나오면요?
그래도 계속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잘 나옵니다.

코트는 오우르 (Ouwr).

코트와 셔츠, 타이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볼캡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는 오우르. 레이어드한 슬리브리스와 니트 톱은 페라가모(Ferragamo). 팬츠는 뉴인(Neu_In). 네크리스는 쿠도스(Kudos).

A 요즘 유튜브 콘텐츠가 새로운 예능이 되었는데, 계획 있어요?
좀 부담을 느끼는 편이라, 아마 다른 멤버들이 잘 나가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인터뷰가 훨씬 좋아요. 제가 다인원에 약하고 1 대 1에 강한 사람이라.(웃음)

A 하하, 그러기엔 팀 활동에도 너무 진심인데요.
시작하고 10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만 언제나 떨리고 긴장돼요. 제가 데뷔할 무렵에는 뭐랄까,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멤버마다 정해진 역할이나 이미지가 있었어요. 저는 좀 신비주의 이미지였죠. 하지만 결국 본모습은 밝혀지기 마련이니까, 점점 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됐고 다행히 팬 분들도 좋아해주셨죠. 개인 활동 때는 저 혼자 2시간 반도 얘기하거든요. 그러면 다들 이렇게 말을 잘하는 줄 몰랐다고 해요.

A 명수 씨가 이렇게 대화를 좋아하는지 몰랐네요.
그러니까요.(웃음)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저에 대한 선입견이 많나 봐요. 이 친구는 키가 작을 것 같고, 성격이 안 좋을 것 같고 약간 좀 유약하고 차가울 것 같다는 등.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가. 노래도, 말도 못할 것 같고 그런가 봐요.

A 근데 다 아니다? 그런 이미지를 없애려고 해병대도 간 건가요?
어느 정도 중간 이상은 다 한다.(웃음) 해병대는 이왕 갈 거 멋있는 데 가보자. 그런데 아무래도 한참 어린 친구들과 지내니 체력이 달리긴 했어요.

A 집에 해병대 반지나 빨간 모자 있죠? 솔직하게요.
하하, 진짜 없어요. 그런 거 돈 내고 맞추는 거예요.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아요. 모자도 후임 물려줬어요. 물질적인 것은 그냥 결국에는 흘러가기 마련이고 경험은 제 안에 남아 있으니까요. 사람이 남고요. 동기들을 1년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봐요. 경험은 너무 중요해요. 새로운 환경을 겪으면서 자아 성찰을 하기도 하고요

A 일찍 연예인 생활을 하고, 또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죠.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탐험해보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물질적인 게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 것은 열심히 하다 보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돈을 보고 일하지 않아요. 못해본 것에 대한 갈망은 있죠. 대학 생활의 낭만 같은 거는 모르지만, 얻은 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있어요. 요즘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조금 쉬면서 돌아보고 싶기도 하거든요. 아까 여행 얘기처럼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도 한 번쯤 해보고 싶고요. 저 자신에게 선물을 사준 적도 단 한 번도 없거든요.

A 람보르기니 없어요?
어떻게 사요.(웃음) 차에 욕심이 없어요. 카메라는 좀 좋아했죠. 솔직히 말하면, 일만 하다 보니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정작 뭘 좋아하는지 지금 내가 무얼 원하는지 내가 쉴 때는 무얼 해야 하는지를 저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건 나중 일이라고 미루곤 했는데, 이제 조금씩 알아보고 싶어요.

A 모든 걸 다 할 수 있잖아요. 국방의 의무도 마쳤고요.
그래서 신명 나게 활동하고 있죠. 하나하나 되게 열심히, 즐겁게.

A 그중 하나가 솔로 앨범이겠네요. 어떤 계획이에요?
미니 형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 3분기 안에 솔로 앨범 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다양한 것을 해보는 거죠.

A 안 해본 것 가운데 해보고 싶은 건 없나요?
일단은 사진전이 밀리고 있어요. 소규모라도 사진전을 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혹등고래를 찍은 연예인은 별로 없을 겁니다. 본 사람도 적을뿐더러.

A 쉬지 않네요. 제가 본 아이돌 출신 대부분이 쉬지 않더군요.
맞아요. 가수가 100m 달리기면 배우는 장시간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요. 전 아이돌이긴 하지만 그 어느 중간에 껴 있는 거죠. 엔터테이너인데 가수도 하고 배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한 장점을 다 가져가고 싶어요.

A 올여름도 무척 뜨거울 예정이네요.
달려야죠. 항상 그런 게 있어요. 노래를 하든 연기를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정말 스케줄이 정신없었거든요. 너무 빠르게 지나가면 못 보잖아요, 주변을. 뛰어갈 때는 못 보다가 이제는 경보쯤으로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언덕밖에 못 봤는데, 꽃도 보이는구나.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 직업뿐 아니라 다들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같은 과정을 겪을 거고, 저도 지금 그 길을 걷고 있어요.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HYEA W. KANG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헤어
세희
메이크업
전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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