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어디로 향할까? 트렌드세터 10인의 목적지에서 찾은 새로운 좌표들. 

저녁노을이 드리우는 사막의 풍경.

동물 모양을 맞출 수 있는 예술품.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즐긴다.

우주의 행성이 착륙한 듯한 조형물.

김선혜 | 사진가

피사체를 향한 김선혜의 애정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는 여행을 추구하지만, 인도나 몽골 등 특별한 경험과 탐험을 관찰하기 위해 기꺼이 떠난다. 

완전한 자유 그리고 해방. 매년 8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9월 첫째 주 월요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는 특별한 세상이 펼쳐진다. 단 일주일만 존재하는 이 세계는 예술가와 환경운동가가 자립 공동체를 만들려는 프로젝트에서 비롯했다. 허허벌판 사막에 세운 블랙록 시티(Black Rock City)는 여의도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단 이곳에 입장하면 문명과는 철저히 단절된다. 의, 식, 주를 비롯한 모든 것을 스스로 조달해야 하며, 금전을 통한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남는 게 있으면 나누고 부족한 건 물물교환을 통해 얻는다. 이곳에서는 돈이 아닌 ‘창작물’이 거래의 단위가 된다. 누군가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 쉴 곳과 놀이를 제공하고, 누군가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나눈다. 

2019년에 이어 사랑하는 여행 메이트이자 친구인 사진가 김희준과 필름 에디터 이태경의 제안, 그리고 왠지 모를 이끌림으로 두 번째 버닝맨을 결심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후 리노에서 캠핑카를 픽업해 여정을 시작했다. 7박 8일간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170km를 달려 블랙록 시티에 도착했다. 티켓과 주차권을 확인하면 참가자들은 차에서 내려 앞구르기를 하며 일종의 입국 의식을 치른다. 이제부터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자유를 마음껏 꺼내놓기만 하면 된다. 이곳에서는 백발의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각자의 행복만을 좇는다. 자기 자신을 불태운다는 생각으로 그저 마음이 이끄는 방법을 택하면 그뿐. 여러 프로그램을 즐기며 신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타프 아래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내게는 큰 낙이었다.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내면의 자유는 몇 시간씩 관찰해도 질리지 않았다. 그들의 말과 행동, 표정, 의상 하나하나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흘러넘친다. 매년 달라지는 도시의 콘셉트를 충실히 따른 코스튬을 보는 것 역시 묘미다. 지난해에는 ‘동물계(Animalia)’라는 주제로 나비, 토끼, 사자 등 다양한 인간계 동물을 만났다. 

버닝맨의 하이라이트는 사람 모양의 조형물 더 맨(The Man)을 불태우는 시간이다. 조형물이 고꾸라지고 모두 타버리면 이 도시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모두가 둘러앉아 활활 타오르는 구조물을 보고 있다면 묵은 체증이 사라져 하늘로 훨훨 날아가는 듯한 후련함을 느꼈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를 피해 일찍 나오게 되어 관람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완전히 고립되어 끊임없이 소모되는 에너지와 영감을 채우고 묵은 것은 활활 날려버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최고의 놀이동산, 천국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