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웰니스 여행
‘웰니스’가 여행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2024년의 경향은 조금 다르다. 틱톡 유행, 값비싼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포용력을 고민하게 된 요즘 웰니스.
웰니스(Wellness)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매일의 명상을 의미하고, 요가와 사운드 배스의 유익함에 대한 열정적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웰니스를 귀네스 팰트로 스타일의 유행으로 간주하지만, 다른 이들은 기원전 3000년에 시작된 고대 아유르베다의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몸과 연결하는 수행법으로 여기기도 한다. 웰니스를 지향하는 여행자가 늘면서 웰니스 여행은 점차 2024년 여행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더 나은 상태를 꿈꾸는 여행이다. 몸과 조화를 이루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오고 싶어 종종 도시 여행을 포기한 채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오두막 휴양 또는 온천 체험을 하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호수에서 야외 수영을 하거나 케랄라에서 침술을 받는 것처럼 내 몸과 교감하고 스스로 건강함을 느끼는 것이, 음식과 관광, 짜릿함 같이 내가 예전에 우선시하던 여행의 다른 요소만큼 중요해졌다. 글로벌 여행 네트워크 ‘버추어소(Virtuoso)’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가 고객이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웰니스 경험을 찾고 있으며, 63%는 여행 시 야외와 자연 중심의 휴양지를 찾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웰니스 유행은 2020년대에 접어들어 화이트워싱, 상업화, 과시욕이 강조되면서 종종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중 턱을 제거하는 괄사 도구를 판매하는 틱톡 인플루언서, 필러 시술을 ‘임파워링(Empowering)’이라고 하는 성형외과 의사, 기적적인 체중 감량 치료로 홍보되는 냉동 요법 챔버도 모두 웰니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다. 웰니스가 자본주의적이고 백인 중심의 미적 기준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제공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 많은 이들에게 웰니스는 부유하고 마른 몸을 가진, 백인이며, 비장애인이자 시스젠더들의 세계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닫힌 문처럼 느껴진다.
여행 인플루언서 칼리 소프(Callie Thorpe)는 웰니스를 추구하는 동안에도 누구나 불편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피트니스 센터나 클래스 등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웰니스에 대한 인식이 매우 편협한 것 같아요. 트레이너가 무례하게 대한 적도 있고, 남성에게 폭언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소프는 운동을 가던 중 한 무리의 남자들이 “이 뚱보야, 헬스장에나 가!”라고 소리 지르던 때를 떠올린다. “지금 헬스장에 가고 있다고! 되받아치고 싶었죠.” 대표적 예가 운동복 브랜드 광고에서 플러스 사이즈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은 경우다. 2019년 나이키에서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사용한 소동을 기억하는가? “사회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요구함과 동시에 플러스 사이즈를 가진 이들은 스포츠 의류를 입거나 운동복 브랜드를 대변할 수 없다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진정한 건강과 웰니스인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의 최전선에 여행이 있다. 배타적 웰니스에 대한 반감으로 직접 나서 안전한 웰니스 공간을 만드는 이들이 늘어났다.
닫힌 문을 여는 사람들
스테이시 시시 그레이엄(Stacie CC Graham) 박사는 수많은 정신 수양과 웰니스 이벤트에 참석했지만, 항상 자신이 유일한 흑인 여성이었다고 말한다. 백인 위주의 프로그램과 공간이 여전히 많다는 것에 염증을 느낀 후, 유색인종 여성을 위한 몰입형 휴식 체험인 ‘OYA 리트리트(OYA Retreats)’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인도에 가서야 비로소 비백인들로 둘러싸인 환경을 경험했어요.” 그레이엄 박사의 말이다. 사람마다 웰니스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요가 수업에 참석하든, 마음 챙김 강사 교육을 이수하든, 정신 수양을 하든 모든 것이 웰니스의 일환이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저와 비슷한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었어요. 요가 수업에 가면 선생님들은 제가 초보자라고 생각하고, 명상 수련회에 가면 강사와 참가자들은 저를 마치 전체 인종을 대표하는 것처럼 바라보고 질문합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그레이엄 박사가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OYA 리트리트 같은 전문 체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온라인이나 주말 및 평일 코스를 통해 흑인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을 위한 요가, 사운드 힐링, 글 쓰기에 중점을 둔 몰입형 웰니스 이벤트를 제공한다. 2024년 9월에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신성한 여신을 깨우다’라는 이름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타메이카 지(Tameika G)와 위트니 지(Whitney Gee)는 전 세계에 웰니스를 전파하기 위해 홀 익스피어리언스(Whole Experience)를 설립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오는 7월에는 태국으로 향한다. 웰니스 워크숍부터 일일 요가와 무에타이 수업까지 참가자들을 환영하는 분위에서 그들을 독려하고, 세션이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면 건너뛰기도 가능하다. 좀 더 영적인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흑인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을 위한 글로벌 웰니스 플랫폼 옴누아르(OMNoire)의 프로그램이 애리조나부터 발리까지 전 세계 각지에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할 점은 많다. “웰니스의 의미가 점점 더 포괄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특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보디 포지티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참가자의 성별이나 인칭을 짐작하지 않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박사는 말한다. “인종은 여전히 사람들이 가장 회피하는 주제이며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는 주제죠. 모든 인종이 각각의 인종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역사의 기원과 현재의 격차가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신경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웰니스는 차치하고 일반 여행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아볼브 웰니스(Avolve Wellness)’의 창립자 켈리 콜리한 로버트슨(Kelley Colihan Robertson)은 신경 발달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운 경험을 통해 코스타리카에 신경 발달 장애가 있는 가족을 위한 휴양지를 설립했다. “신경 발달 장애인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지켜봤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웰니스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웰니스 업계에서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이 분야는 여전히 틈새 영역으로 남아 있는데, 신경다양성은 다양한 신경질환을 정상의 범주에 포함시키자는 개념이죠. 많은 사람이 신경 발달 장애인을 어떻게 대할지 모르죠. 제겐 22세 된 자폐를 가진 아들이 있습니다. 저는 미국 애틀랜타주 근처에 거주하는데, 이곳에는 대규모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친구가 휴가지나 체육관으로 아이를 데려가지 못했죠. 자폐아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로버트슨의 말이다.
이에 기업 역시 변화하고 있다. 카리스마 호텔 앤 리조트(Karisma Hotels & Resorts)는 멕시코와 도미니카공화국의 일부 리조트 브랜드에서 자폐증 더블 체크 인증을 도입해 세계 최초로 자폐인을 위한 전문 담당 직원을 고용했다. 예를 들어, 마르가리타빌 아일랜드 리저브 리비에라 마야(Margaritaville Island Reserve Riviera Maya)의 ‘세인트 섬웨어 스파(St. Somewhere Spa)’에서는 교육을 받은 호텔 직원이 자폐 고객에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개인 공간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교육이 여행 업계에 보편화되어 자폐를 가진 이들도 비장애인처럼 웰니스를 편안하게 경험하길 기원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웰니스
웰니스와 여행을 이야기할 때마다 비용은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영국은 2021년 말부터 경기 불황을 겪고 있다. ‘영국 웰니스 여행자 시장 보고서 2024(UK Wellness Traveller Market Report 2024)’에 따르면, 자신의 재정 상황이 빠듯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72%가 웰니스 휴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긴축 상황에서도 웰니스 여행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진 것이다. 과시적인 웰니스 여행이나 프로그램보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초점을 맞춘 웰니스 프로그램이나 휴가가 더 현명한 투자일 수 있다. 웰빙에는 단기적 해결책이 없다. 나의 경우는 어떨까? 나는 만성 질환인 건선을 앓고 있다. 염증이 심해 몇몇 운동은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또 통통한 내 체형은 어떤가. 프로그램 체험을 할 때마다 나 스스로 위축되는 것 같다. 내 개인적 면모 때문에 웰니스 업계에서 기자로서 인정받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 때도 있다. 소프는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은 이를 통해 타인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대변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팀 내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자문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보세요.”
팬데믹 이후 마침내 우리 사회는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고, 정신 건강이 신체 건강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결, 명상, 운동, 영양 그리고 휴식은 제가 이해하는 웰니스와 웰빙의 일부죠. 웰니스 공간에서 이런 요소가 더 많이 다뤄지길 바랍니다.” 소프의 말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 덕분에 웰니스 여행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당신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