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윤송이의 니스에서의 추억

이번 휴가는 어디로 향할까? 트렌드세터 10인의 목적지에서 찾은 새로운 좌표들. 

니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해변.

윤송이 | 사진가

바다를 좋아하는 사진가 윤송이에게는 니스에서의 추억이 남다르다. 좀 더 다른 방향으로 향하면 사람들이 모르는 니스가 펼쳐진다. 

니스에 도착했을 때는 역시 괜히 왔다 싶었다. 예전부터 니스는 끌리지 않았다. 바다도 별로일 것 같았고, 너무 많이 알려진 곳이라서, 너무 비싼 도시라서 싫었다. 그래도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 니스로 향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남자 친구와 다퉜다. 그때 하늘이 반짝이면서 니스 해변에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금요일마다 불꽃놀이가 열린다고 했는데, 마침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었다. 함께 불꽃놀이를 바라봤다. 불꽃놀이가 끝났을 때는 이미 싸운 기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면서 니스가 조금 좋아졌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 나의 가장 큰 조건은 수영할 수 있는 곳이다. 수영뿐 아니라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수영도 좋지만 바닷속의 다채로운 물고기를 관찰하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은 자갈 천지이고, 그냥 쭉 뻗어 있는 모습이 심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였다. 조금 더 외곽으로 차를 타고 10분만 이동하면 전혀 다른 아기자기한 해변이 펼쳐진다. 유명하지도 않고, 이름도 따로 없는 해변은 동네 사람이나 나처럼 우연히 들어온 여행자뿐이라 한산했다. 또 이곳의 돌이 많은 해변은 물고기가 은신하기 좋아 다양한 물고기들과도 놀 수 있어 좋았다.

니스에 있는 동안은 그렇게 이름 모를 해변을 찾아다니고, 니스의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지냈다. 그러고 보니 재미없어 보이는 니스의 매력을 점점 알게 됐다. 파리보다 깨끗하고 치안도 좋았고, 이탈리아에 비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었다.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식당은 어디나 맛있었다. 특히 얼음이 담긴 쟁반에 나오는 굴은 일품이라 비싼 가격에도 굴과 와인을 잔뜩 먹었다. 지금도 굴을 먹을 때면 니스의 바다가 떠오른다. 

에디터
허윤선, 김정현, 이재윤
포토그래퍼
윤송이
윤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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