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어디로 향할까? 트렌드세터 10인의 목적지에서 찾은 새로운 좌표들. 

푸꾸옥 프리미어 빌리지 풀 빌라 2층에서 내려다본 풍경.

새벽 요가 수업 전, 리조트 앞 비치에서 머리서기를 하며 몸을 푸는 모습.

김려경 | 요가 강사

유튜브 채널 ‘려경요가’와 요가원 ‘려경요가’를 운영한다. 그의 삶 속 모든 건 결국 요가로 연결된다.

‘요가와 휴식’. 그간 지켜봐온 요가 리트리트 프로그램 대부분은 이 두 가지를 내세운다. 해외로 떠나지만 막상 그 나라를 경험할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늘 아쉬웠다. 웹 서칭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의 요가 룸 사진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높은 천장과 커다란 통창, 밖으로 보이는 푸릇푸릇한 식물, 사이사이 비치는 눈부신 햇살. 여행사를 운영 중인 남편과 요가 강사인 나라면 이곳에서 아쉬움 없이 만족스러운 요가 리트리트를 꾸릴 수 있지 않을까. 패키지 여행의 관광적 요소와 요가 리트리트의 쉼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 ‘푸꾸옥 요가 리트리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푸꾸옥은 휴식에 적합한 곳이다. 습한 날씨와 강렬한 햇살, 동남아 특유의 정취. 베트남의 몰디브라 할 만하다. 패키지 여행인 만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 20명을 시간표에 맞춰 인솔했다. 이른 아침, 푸꾸옥에 도착하자마자 여독을 풀기 위해 계획한 90분간의 전신 마사지를 받으러 시내에 위치한 스파로 향했다. 시원하게 마사지를 끝내고 이어진 일정은 쌀국수 조식과 킹콩마트 쇼핑. 따듯한 쌀국수 국물로 속을 달래고 킹콩마트에 들러 푸꾸옥에서 유명한 후추와 땅콩, 베트남 필수템인 젤리와 건망고까지 알차게 담았다. 다 함께 버스를 타고 긴 시간 이동해 도착한 리조트는 사진 속 모습보다 더 아름다웠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리트리트 장소로 이곳을 택하길 잘했다 싶었다. 리조트 규모가 커서 동과 동 사이를 오갈 때마다 버기카를 타야 했다. 목적지를 말하면 데려다 주는 식.

풀 빌라 리조트라 방마다 수영장이 딸려 있어 원하면 언제든 편히 수영할 수 있었다. 몇 시간의 자유 시간을 만끽하고 이번 여행의 주목적인 요가 세션을 위해 리조트 스윙 바 옆 웨스트 비치로 향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 몸을 감싸는 시원한 바람, 붉은 석양과 함께 첫 호흡을 나눴다. 안내자인 나와 수련자인 그들은 어느새 몸과 마음을 자연의 흐름에 고스란히 맡기고 있었다. 왠지 해방감이 느껴졌다. 바쁜 일상에서 쌓인 수많은 무의식과 감정을 마주하고, 내쉬는 숨에 마음속 응어리를 잘 흘려보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길고 깊은 호흡이 마무리될 즈음, 하늘은 신비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 순간을 감상하고 기록했다. 벅찬 마음을 끌어안고 저녁 식사를 위해 베트남의 노포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남부 야시장에 가서 곳곳을 둘러보고 싱싱한 해산물과 랍스터를 마음껏 먹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이 여정의 시작이었던 바로 그 요가 룸에 모여 2시간씩 집중 수련을 했다. 짧은 명상과 함께 방대한 종류의 아사나를 반복했다. 참가자 모두가 잘 따라준 덕에 수업을 수월하게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각자 푸꾸옥에서 하고 싶은 걸 하며 자유롭게 보냈다. 한 참가자는 리조트 앞 바닷속에 뛰어들기도 했고, 리조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수상택시 서비스를 이용해 남부 번화가인 선셋타운 투어와 혼똔섬 케이블카 탑승에도 나섰다. 내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니 안도감이 들었다. 마지막 날, 하타 요가 수업으로 새벽을 열고 또 한 번의 스파를 받으며 푸꾸옥 요가 리트리트는 끝났다.
3박 5일의 일정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 여행을 마음 놓고 즐겼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인 데다 인솔자로 참여한 터라 긴장감은 두 배였다. 하지만 요가와 쉼, 참가자 20명과 함께 나눈 시간과 대화, 틈틈이 살펴본 푸꾸옥의 풍경까지. 여행 내내 느낀 사람들의 배려와 선한 마음은 나까지 편하게 해줬다. 요가라는 하나의 매개로 모인 이들이 이 여행에서 건강하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에너지를 듬뿍 얻었으면 한다. 유연함과 지혜, 순수를 알려준 요가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