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LLENGER / 효연

세 번째 미주 투어에 나선 효연은 무대 위에서 디제잉을 한다. 한 시절의 추억으로 스며든 효연의 더 큰 형세. 

니트 톱은 블루마린(Blumarine).

퍼 베스트와 데님 팬츠, 슈즈는 모두 웰던(We11done).

비치웨어와 트라우저, 샌들 힐은 모두 펜디(Fendi).

‘디제이 효(DJ Hyo)’로서 미주 투어에 한창이에요. 지난해 첫 투어를 시작하고 벌써 세 번째죠?
감사하게도 반응이 점점 커지고, 불러주는 무대가 있었어요. 아직 무대를 100% 즐기는 건 힘들지만, “효(Hyo) 무대 진짜 재미있었어. 우리 저 친구 오면 또 가자!” 할 정도로 신나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디제잉에 빠진 계기가 있어요?
팝핑, 락킹 같은 장르가 하우스 음악을 기반으로 몸을 움직여요. 리스너이자 퍼포머로서 그 음악을 즐겼는데, 디제이가 음악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이는 거예요. 3분이 아닌 1시간 동안 관객의 텐션을 올렸다 내렸다 이끄는 일이잖아요.

무대 위 역할이 달라지면 느끼는 감각도 다른가요?
너무 다르죠. 10년이 훌쩍 넘는 무대 경험을 했지만 그건 가수로서의 경험이잖아요. 실수해도 유연하게 넘길 수 있지만 디제잉은 기기와 함께 오롯이 혼자 호흡을 끌어가야 해요. 벌써 5년이 다 되었는데도 긴장을 바짝 하고 올라요. 아직 무대를 완벽하게 즐기지는 못해요. 언젠가 경험이 쌓이면 즐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세트리스트를 짤 때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요?
우선 음악을 트는 제가 신나야 해요.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게 커머셜한 곡을 많이 넣으려고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딥 하우스나 테크 하우스 같은 장르도 좋아하는데,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무드로 꽉 채운 공연을 하고 싶어요.

말씀하신 ‘네임 밸류’가 어떤 분야든 확실히 있잖아요. 아이돌로서 이미 어떤 궤도에 오른 뒤 디제이신에 뛰어든 건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오래전부터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룹을 했으니 솔로 가수가 하고 싶었고요. 좋아하는 분야를 찾다 보니 춤, 페스티벌로 방향이 정해지더라고요. 디제이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찾아보니 아이돌 출신의 여성 디제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그래서 훌쩍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요.

밑바닥부터 오르는 과정에서 조급함은 없었어요?
경쟁자가 없으니 누구를 이겨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길은 내가 만들면 되는 거더라고요. 오히려 재미있게 했어요. 물론 주변의 기대와 염려를 동시에 받았죠. 회사와 의견 차이도 있었고요. 제가 생각하는 디제이는 반소매 티에 트레이닝바지 입고 노래만 잘 틀면 되는 건데, 아이돌, 가수다 보니 콘셉추얼하게 접근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 모든 우려와 걱정에 어떻게 대처했나요?
일단 믿어달라고 해요. 갈등과 충돌을 겪었지만 제가 자주 듣고 즐겨 보는 사람들을 롤 모델로 삼고 공부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하우스는 메인 스테이지가 아니라 서브 스테이지의 음악이기에 커머셜한 음악을 선정했고, 메인 스테이지로 나아가려고 빅룸을 시작했어요. 전 좀 시끄럽게 느껴서 쉽지 않았는데, 오히려 음악적인 공부를 더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항상 연습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올라가는데, 내려올 때면 한없이 부족함을 느껴요. 소녀시대나 솔로 활동을 할 때 자다가도 춤과 노래를 시키면 할 수 있었는데, 역시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죠.

뭐든 한번 하기로 하면 제대로 나아가려고 하나 봐요?
일단 부딪쳐보는 거죠. 모르면 물어보고 레슨을 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난감한 상황에서 원래 더 빨리 늘잖아요.

벌써 세 번째 월드 투어를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인정받았다는 방증 아닐까요?
얼마 전 ‘서머페스트(Summerfest)’ 무대에 올랐는데, 제 팬보다 현지에 사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관객이 더 많았어요. 무대에 올랐을 때 객석이 반 정도 찼는데 음악을 트니까 사람들이 점점 몰리더라고요. 가수로서 늘 객석이 채워진 무대에 올랐던 것과 달리 디제이 음악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관객끼리 제 이름을 묻고, 매니저님에게 인스타가 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브라운 레더 재킷과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부츠는 지미추(Jimmy Choo). 이너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셔츠, 레오퍼드 레더 스커트, 트라우저와 펌프스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보디슈트와 스트라이프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

소녀시대 효연, 디제이 효가 공존하는 짜릿함이란! 디제이로서 꿈꾸는 모습이 있어요?
직접 만든 곡으로 세트리스트의 반을 채워 공연을 하는 일이요. 신곡을 발매할 때도 ‘Sober’와 같이 리믹스 가능한 노래를 중심으로 선정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예요.

계속해서 더 나아지고 싶은 동기는 뭔가요?
워낙 쉬지 않고 활동한 터라 일종의 직업병이 생긴 것 같아요. 팬들과 저를 응원하는 주변 사람의 영향도 크고요. 어디서부터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아요. 제가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또 있거든요.

어떤 모습인가요?
새로운 곡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처럼 ‘뭔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요. 자꾸 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고 해요. 스스로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 역시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작일까요?
주변의 권유가 많았는데 유튜브의 ‘날것’이 익숙하지 않았어요. 평소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내려놔야 할지 어렵더라고요. 완벽을 따지다 보니 혼자서는 시작하기 어려웠는데, 막상 해보니 진작할 걸 싶었어요. 뭘 그렇게 따졌는지.(웃음)

실제로도 유튜브를 즐겨 봐요?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최강야구>예요. 진심입니다.

<효연의 레벨업>과 <최강야구> 모두 ‘성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성장 과정을 겪거나 지켜보는 걸 좋아하나 봐요.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사소한 것까지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렇게 재미있고 뭔가를 많이 배웠던 시절이 또 없더라고요. 저 친구가 쓴 화장품이 예쁘면 그걸 써보기도 하고, 가치관을 공유하며 자극이 됐어요. 멤버 한명 한명이 다 달라서 배울 게 넘쳤거든요. 스포츠도 그렇잖아요. 노력하는 시간이 있어야 성과가 드러나요. <최강야구>를 보고 김성근 감독님을 존경하게 됐는데, 몇 마디 하지 않지만 말과 행동 하나에서도 상대를 면밀히 관찰하고 파악한 애정과 관심이 보여요. 팀 속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하게 서포트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그 시간 속에서 죽을 때까지 붙잡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소녀시대 활동 기간 전부요. 원래는 연습생 기간에 큰 의미 부여를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체 활동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짙어져요. 가장 바빴고, 가장 예뻤고, 가장 치열하게 살며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다 느끼고, 이룰 수 있는 모든 걸 성취해본 시절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무엇보다 모든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의미가 크고요.

여전히 멤버들과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다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시너지가 있어요. 일단 엄청 자랑스럽고요!

여전히 지금 효연의 삶에서 큰 화두도 성장일까요?
연습은 늘 하는 거고요. 요즘은 한 사람으로서 하루하루 뭘 하고 사는지에 의미를 두려고 해요. 누구를 만나고 뭘 먹는지 일상에서 평범을 찾으려는 거죠. 그간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고 살았는데 저 자신에게 집중을 좀 하려고 해요. 마음껏 게을러져 보기도 하고요.

    에디터
    김정현
    포토그래퍼
    CHAE DAE HAN
    스타일리스트
    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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