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에게로 깊이 빠져드는 순간
저물녘 어스름한 시간, 산하에게로 깊이 빠져드는 순간.
8월은 그야말로 윤산하의 달이네요. 6일에는 첫 솔로 앨범 <DUSK>가 공개되고, 10일에는 JTBC 드라마 <가족×멜로>가 방영된다고요.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세상에 나오는데 기분이 어때요?
작업한 걸 처음 공개할 때는 늘 설레고 긴장되는 것 같아요.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에게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잖아요. 반응이 너무 궁금하고, 준비하는 시간 내내 즐거웠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데뷔 8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이에요. 그룹 활동이나 유닛 활동과는 또 다른 마음일 것 같은데, 어떤 점이 가장 달랐어요?
허전함을 많이 느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저 혼자더라고요. 그동안은 형들이 옆에 있어서 힘들 때는 서로 기대고 기쁨도 함께 나눴는데, 이번에는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했어요. 처음부터 솔로로 활동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아스트로로 데뷔한 저는 외롭더라고요. 먼저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은우 형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혼자라서 좋은 점은 뭐였어요?
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던 건 확실해요. 그러다 보니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솔로 앨범을 준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던 시기에 회사의 제안으로 커버곡 콘텐츠 ‘SANiGHT’를 진행하게 됐어요. 그 후 열었던 소극장 콘서트 <YOON SAN-HA : SANiGHT Project #1 – 바램>을 준비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고요. 공연을 많이 해서 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죠.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황혼(DUSK)’이에요.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했어요?
아스트로 막내 산하로서의 정체성과 솔로 아티스트 윤산하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스럽던 제 마음을 해가 지고 깊은 어둠이 찾아오는 황혼의 과정에 빗대어 표현했어요. 솔로 앨범이 처음이다 보니 앨범 스토리를 먼저 구성해보려고 했죠. 그 스토리가 앨범을 완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어요.
그 혼란 속에서 산하는 답을 찾았나요?
저는 원래 걱정이 앞서는 스타일이라 한창 <DUSK>를 준비할 때만 해도 불안하고 의심스러웠어요. ‘이 콘셉트가 나랑 맞을까?’ ‘팬들이 좋아해주실까?’ 그런데 지금은 ‘그냥 하면 되지’ ‘안 되면 어때’ 하는 마인드를 장착하게 된 거 같아요. 이번 앨범이 저한테 용기를 줬어요.
앨범이 ‘Dusk’와 ‘Dawn’의 두 버전으로 구성된 것도 흥미로워요.
상반된 이미지를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예요. ‘Dusk’ 버전에는 앨범 첫 회의 때 느낀 걱정스러움을 담으려고 앨범 재킷 촬영 때도 최대한 적은 움직임과 표정으로 감정선을 유지했고요. ‘Dawn’ 버전에는 요즘 제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생동감 있는 포즈와 표정을 지었어요. 아직 긴가민가하지만 기대되는 그 감정, 아시죠?
춤을 잘 추는 걸로 유명하던데, 이번에는 퍼포먼스가 적더군요.
회사에 퍼포먼스는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무대에서 춤을 추면서 공연하고 싶었거든요. 유일한 퍼포먼스 곡 ‘BLEEDING’을 무대에서 보여드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는데요? 아쉬움 없습니다! 타이틀곡 ‘Dive’도 퍼포먼스 곡이 아니지만 어떻게 편곡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춤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곡이든 그 곡에 맞춰 후회 없이 춤추고 즐길래요.
지난 솔로곡 ‘바람’에 이어 이번 앨범 1번 트랙 ‘여우별’을 직접 작사·작곡했어요.
우연히 ‘여우별’의 의미를 알게 됐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저 작은 별도 찰나의 반짝임을 위해 궂은날 자기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면서 열심히 사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바탕을 이룬 곡인 만큼 이 노래를 듣는 분들이 힘든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내셨으면 해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곡도 ‘여우별’인가요?
타이틀곡으로 하겠습니다.(웃음) 앨범을 발매하면 타이틀이 기준이 되고, 가장 많이 들어주시기 때문에 선택하기까지 많이 고민했어요. 저한테 주어진 선택지 중 이번 앨범과 가장 잘 어울리고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장르의 곡이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골랐어요. 도전하고 싶더라고요.
연기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잖아요. 윤산하에게 연기는 뭐예요?
연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연기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는 재미있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고, 저도 모르던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죠. 매번 다른 캐릭터에 이입하면서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가치관을 배울 때도 있어요. 지금은 연기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가족×멜로>가 연기로는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인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뭐였어요?
제가 맡은 ‘현재’라는 캐릭터는 가족 중 유일하게 다시 돌아온 아빠를 반겨요. 어디서든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이미지가 강해서 연기하는 내내 텐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속상한 일이 있어도 금세 잊고요. 철없어 보여도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집안의 평화를 지키려는 따듯한 마음의 소유자죠.
실제로 삼형제 중 막내인데 집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어요?
사랑둥이? 하하. 장난도 많이 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부모님께서 ‘애교 있는 아들이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하셨어요. ‘현재’도 애교가 많은 캐릭터라 그런 면에서는 저랑 많이 닮은 것 같네요. 저보다 텐션이 조금 더 높은 것 말고는요.
사랑둥이 막내가 어느덧 한국 나이로 25세가 됐어요.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요?
‘건강하게 살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몸이 아프면 소용없는 것 같아요. 힘들면 울고, 행복하면 그 행복을 만끽하고, 또 일할 때는 온 신경을 쏟고, 놀 때는 열정적으로 놀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에요.
쉴 시간이 주어지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어요?
연기를 계속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몇 개월을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살다가 다시 제 삶으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편히 쉬면서 제 리듬을 회복하는 일. 중간중간 다양한 장르의 연극이나 뮤지컬도 보고 싶어요.
10대 때와 비교했을 때 윤산하의 20대는 어떻게 흘러가는 것 같나요?
그때 꿈꾸던 모습과 지금의 저는 정말 달라요. 누구나 그렇듯 그 시절에는 너무 잘되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에 그 기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그런 꿈을 꾼 제가 있기에 지금 제 인생이 멋지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10년 뒤에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제 인생이 잘 흘러간다고 자신 있게 말할 거라는 걸 장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