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시 추천 4

여름의 끝자락, 아쉬움을 달래줄 전시 4곳.

작은 것들을 위하여

이안리, ‘Milk Dream’, 2024, 캔버스에 혼합재료, 145.5×112.1cm.

한여름 밤, 숲속에서 잠든 남녀의 눈에 몰래 팬지 꽃즙을 떨어뜨려 사랑에 빠지게 하는 요정 ‘퍼크(Puck)’.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퍼크는 전시 <퍼크와 밤의 그림들>의 중심 모티프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작고 고요한 것을 관찰하고 탐구하길 즐기는 이안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복잡미묘한 인간관계를 살핀다. 작가의 신작에는 수많은 관계에서 파생하는 상황과 감정이 담겼다. 공개되는 신작은 모래를 주재료로 삼았으며, 새로운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캔버스에 물감을 툭툭 흩뿌려 표현하기도 하고, 어긋난 관계를 즉흥적인 선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그의 천진한 태도는 다채로운 표현법을 통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8월 18일까지, 원앤제이 갤러리

INVISIBLE LANDSCAPE

상하이에서 올리비에 드브레, 1998. ⓒ Marc Deville

 “나는 풍경화가이기를 거부한다. 나는 풍경이 아니라 풍경 앞에 서 있는 내 안의 감정을 그린다.” 유럽의 서정 추상을 대표하는 올리비에 드브레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올리비에 드브레: 마인드스케이프>는 60여 년간 이어진 작가의 방대한 작품 활동을 아우른다. 올리비에 드브레 현대창작센터(CCC OD) 컬렉션과 유족 소장품으로 꾸린 이번 전시에는 회화, 드로잉, 영상 등 작가의 대표작 70여 점이 공개된다. 추상을 처음 만나는 시작점부터 여러 작가와 소통하며 회화적 행위와 색채의 범위를 확장하고 독창적 표현법을 구축하던 전성기를 지나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풍경을 그리기까지. 그가 그린 풍경의 형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면화된 공간과 정서만이 캔버스를 감돈다. 10월 20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MONOHA WAVE

아키오 이가라시, ‘Drawing by Drawing’, Pencil on Paper, 427x142cm. © Akio Igarashi

1960년대 말 태동한 ‘모노하’는 작가 이우환이 주도한 일본의 예술 운동으로, 자연 재료와 공업 재료의 일상적 만남을 탐구한다. 2005년부터 꾸준히 모노하를 소개한 갤러리 신라는 2024년 새로운 프로젝트로 기획전 <모노하 탐구>를 준비했다. 3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6월 마에다 노부아키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아키오 이가라시, 키시오 스가가 차례로 바통을 넘겨 받는다. 2부를 책임지는 아키오 이가라시는 기하학적 추상회화와 미니멀회화를 선보인다. 캔버스 표면을 깎고 갈아내 독특한 질감을 묘사하는 그는 작품의 색을 모노톤으로 제한해 관람자로 하여금 단단하고 매끈한 건축적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8월 16일까지, 갤러리 신라

필력의 가속도

조르주 마티유, ‘Heliopolis’, 1979, Oil on Canvas, 80x100cm, ©Comite Georges Mathieu / ADAGP, Paris, 2024.

오사카 다이마루 백화점 옥상에서 작업 중인 조르주 마티유, 1957. ©Comite Georges Mathieu / ADAGP, Paris, 2024.

작가의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심으로 심화한 서정 추상. 그 중심에 섰던 조르주 마티유는 힘찬 움직임을 강조한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조르주 마티유: 1960-1970>은 작가가 국제적 명성을 얻은 시기에 탄생한 작품에 집중한다. 평면 위에 손가락이나 천, 물감 튜브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선을 그리는 작가의 방법론은 ‘튜비즘’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예의 핵심인 속도와 과감함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Siranday’(1967) 속 직선, 십자, 고리, 얼룩 모양을 포함한 다중의 기호로 이뤄진 과감한 제스처의 교차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제3의 형상을 창조한다. 8월 28일부터는 상하이 롱 뮤지엄에서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릴 예정. 8월 24일까지, 페로탕 서울

포토그래퍼
COURTESY OF PERROTIN SEOUL, GALLERY SHILLA, SUMA, ONEANDJ.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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