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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리에서 혼자 / 엄태구

새로운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엄태구가 가벼운 마음으로 밤을 걷는다.

톱과 팬츠는 구찌(Gucci).

코트, 베스트, 팬츠는 모두 디올 맨(Dior Men). 슬리브리스, 슈즈,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슬리브리스, 팬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니트와 팬츠, 장갑은 모두 제냐(Zegna). 안경은 돌체앤가바나 바이 에실로룩소티카 (Dolce & Gabbana by EssilorLuxottica).

블루종과 티셔츠, 트라우저는 모두 페라가모(Ferragamo). 네크리스는 까르띠에 (Cartier).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와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버버리(Burberry).

오늘 이 화보를 두고 일주일이나 고민했다고요?
그렇게 오래 고민했는지는 몰랐어요. 제가 조금 생각이 많아서….(웃음)

어떤 부분을 그렇게 고민했나요?
화보는 너무 좋죠. 어떤 제안을 받으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어도, 일단 언제까지 말씀드리면 될까요? 여쭤보고 생각을 한 번 더 하는 편이에요. 충동적으로 결정했을 때,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볼걸’ 그런 경우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너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걸 좋아해요. 이게 딱 자고 일어났을 때 느낌이 다르고, 저녁에 들었을 때 느낌이 달라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한번 숨을 고르는 거군요.
그래도 후회할 수는 있지만, 조금 더 덜 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는 얼마나 고민했어요?
2년 전에 결정한 작품이라 정확히는 생각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때도 엄청 신중하게 생각했어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번 주 드디어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는데, 숙고의 과정이 있었겠네요.
‘어떻게 해야지’란 생각보다는 일단 시작했어요. 한분 한분을 뵙지는 못하지만 저를 응원해주시는 마음은 느껴지거든요. 보답하고 싶은데, 팬분들이 인스타그램을 원하신다고 알고 있거든요. 해외 팬분들이 한글로 ‘인스타 만들어주세요’라고 쓴 편지를 주셨는데, 이제는 진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NS를 잘 아는 건 아니라서 잘 아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겠지만요.

역사적인 첫 피드로 반려견 엄지가 등장했어요.
제 사진을 올리기가 좀 쑥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엄지가 제일 좋았고. 엄지 사진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그 사진을 보면 제가 무표정하게 있다가도 웃게 돼요.

정말이지 지금도 흐뭇한 표정이네요.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됩니다.

여러 연예 매체와 함께한 라운딩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반응이 흥미롭더라고요. 역대급으로 기자가 더 많이 말했다고. 어쩌면 오늘도?
말하면서 좀 정리가 되더라고요.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서 최대한 진솔하게, 길게 대답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오늘은,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진솔하지 않은 대답은 못하실 것 같은데요. 지어내는 게 더 힘든 사람처럼 보여서요.
그렇게는 아마 못할 것 같아요. 연기로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없는 거를 있는 것처럼 말하라고는? 정말 못할 것 같아요.

줄곧 배우 화제성 1위를 달렸죠. 그런 소식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예전엔 그런 게 없었는데 갑자기 생겼어요. 예전에는 없었던 거 맞죠? 사실 그런 걸 잘 몰랐어요. 일단 너무 놀랐죠. 눈뜨면 축하한다는 문자가 와 있고, 그래서 들어가 보면 화제성이 높다는 기사가 있고 그랬어요. <놀아주는 여자> 선택이 모험이었고, 촬영하면서도 모험이었죠. 그 모험을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그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요. 지금은 이런 마음이 가장 커요.

실제로는 작품 모니터링도 그렇고 대부분을 혼자 하는 걸 즐긴다면서요? 어제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모니터링을 집에서 혼자 했다고 들었고요. 계속 안 해본 거에 도전하는 여름이네요.
네, 그렇게 됐어요. 흘러가는 대로 좀 두는 편인데 이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디로 갈진 모르겠지만. <유퀴즈> 출연은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어머니의 소원이셨고요. 어제도 혼자 보고 부모님과 통화를 했는데, 엄마가 “고맙다, 소원 들어줘서”라고 말씀해주셨죠. 제가 가서 특별히 한 게 없는데, 편집을 너무 잘해주셔서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고요. 전에 <바퀴 달린 집> 때도 그랬어요. 드라마도 마찬가지고요.

대본이나 편집도 훌륭했지만, <놀아주는 여자>는 특히 주연 배우분들이 지닌 고유의 매력이 주요한 드라마였습니다. 배우 엄태구 씨의 순수함과 한선화 씨의 사랑스러움이 그랬죠.
감사합니다. 일단은 대본이 너무 좋았고, 저희도 열심히 했지만 너무 잘 편집해주셨고, 후반 작업과 보정도요. 편집 기사님을 꼭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못 뵀어요. 연기에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요. 작품이 잘된다는 건, 좀 기적 같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런 기적이 또 계속 오지 않을까요?
자주 오진 않은 것 같아요.(웃음) 근데 뭐 잘 안 된 게 기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당분간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인데, 칩거할 예정인가요?
원래 운동도 안 했는데 시작하고 보니 좋더라고요. 엄지가 본가에 있거든요. 그래서 스케줄이 없을 때는 본가에 가 있어요. 그러면 이제 매일 하는 게 엄지랑 산책하고, 그 강아지 유모차 끌고 다니죠. 엄지가 유모차를 정말 좋아해요.

듣기만 해도 평화롭네요. 사는 데 많은 게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느낌?
뭐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뭐가 가장 필요한가요?
그냥 조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제일 중요한 게 조용한 것.

<놀아주는 여자>의 서지환도 그런 사람이었는데, 술을 마시거나 하면 달라집니다. 놀이터 장면 같은 경우가 그렇죠.
극 중 목마른 사슴 회사와 놀이터가 분당에 있거든요. 저희 집에서는 좀 멀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신나게 탔어요. 저희는 ‘뺑뺑이’라고 했는데, 어릴 적에 진짜 재밌게 논 기억이 나더군요. 그네도 타다가 뒤로 돌아서 착지하고. 지금 생각하니 위험했네요.

하하, 마침 올림픽 시즌인데 체조에 재능이 있었을지도요. 그런 경우 있잖아요. 배역 때문에 좀 배워봤는데, 나 좀 재능이 있었네.
있었어요, 저도. <판소리 복서> 때 복싱을 배웠는데 저랑 정말 잘 맞았고 너무 재밌었죠. 그리고 또 많이 늘었고요. 단기간에 잘 코치해주셨거든요. 어깨가 아파서 계속 못했는데 그때 너무 재미있어서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하고 싶어요.

하반기는 어떻게 보낼 예정이에요? 디즈니플러스의 강풀 원작 <조명가게>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인데 언제 볼 수 있나요?
저도 <조명가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해진 건 그거밖에 없고. 또 어떤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놀아주는 여자> 끝나고 바로 시작해서 4월까지 촬영했어요. 일단 대본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대본이라. 저도 바로 하게 됐습니다.

원작이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이 교차하는 얘기죠. 배우 엄태구의 초기작인 <기담>도 생각나네요. 한국 명작 공포 영화로 손꼽히는 거 아세요?
<기담>요? 내용이 잘 생각이 안 나요. 다시 보고 싶은데, 제가 무서운 걸 못 봐서.

<기담>, 정말 무섭지 않은 영화인데….
그게 더 무서운 거 같아요.(웃음) 그런 느낌이 더 무서워요.

출연 작품인 <구해줘2> <홈타운>도 모두 무서운 얘기 아닌가요?
<홈타운>은 특히 모니터링할 때 소리가 너무 무서웠어요. 소리를 끄고 보기도 하고.

하하, 소리를 끄고 보더라도 모니터는 반드시 마쳐야 하는군요? 그렇다면 <놀아주는 여자>의 모니터링 과정은 어땠어요?
반드시. 일이니까. 제가 연기하는 걸 제가 모르니까요. 일을 한 게 이렇게 됐구나. 그걸 알아야 공부가 되니까 무조건 모니터링합니다. <놀아주는 여자>는 눈을 가린 순간이 많았죠. 일단 첫 번째는 잘 못 봐요. 항상 두 번 보는데요. 저만 보이는 걸 수도 있는데, 저만의 그 아쉬움 때문에 잘 못 보죠. 연기가 괜찮은 것 같은데 웃긴 거면 그래도 괜찮아요. 그런 건 오히려 다행이에요. 연기가 아쉬운 걸 제일 못 보겠어요. 잘 분석해야 하는데, 저는 기억이 다 나니까 그 순간순간이. 아, 왜 저기서 그랬을까. 저렇게 됐네. 그런 것들.

두 번을, 지금처럼 이렇게 바르게 앉아서 무릎에 손을 가지런히 두고 보나요? 시청자인 저희는 소파에 누워서 보거든요.
저는 대부분 의자에 바르게 앉아서 보긴 해요. 이번에는 두 번째 모니터링할 때 서서 봤어요. 서서 집중해서 보려고요. 사실 제가 모니터링하는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웃음) 그래서 항상 혼자 보죠.

이런 화보 촬영은 어떤가요?
제가 일하는 것 중 가장 편한 마음으로 하는 게 화보예요. 언제부터 그렇게 됐어요. 화보도 너무 민망했는데 처음에는. 아, 맞아요. 매번 편한 건 아닙니다.(웃음) 이게 제가 직업이 모델이 아니어서 그런지, 화보는 좀 못해도 되지 않을까. 연기하는 것처럼 한 테이크 가고, 또 다시 가는 게 아니라 아예 여러 장 찍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부담감이 크지는 않아요.

화보는 모니터링 안 하고요? 오늘은 밤의 골목으로 나가보려 해요.
화보도 다 봐요. 습관인지 지금 성격인지 모르겠는데 뭐 하고 나면 일단 모니터를 꼭 봐요. 직업병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밖에 나간다니 너무 좋네요. 비도 안 오고, 오늘은 별로 덥지도 않네요. 아, 더워도 괜찮습니다.

포토그래퍼
최문혁
스타일리스트
박태일
헤어
이혜영
메이크업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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