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오는 길이에요?
촬영 스케줄이 없어서 근처 문화센터에 수영을 다녀왔어요. 오늘 처음 가봤어요. 화보를 잘 찍고 싶어 자유 수영을 했죠.
마침 이번 주 재미있는 뉴스가 있더라고요. 전국 아마추어 배드민턴 대회에 남자 복식, 그것도 ‘왕초심’ 종목에 세븐틴 부승관 씨와 함께 출전해 3위를 차지했어요. 혹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인가요?
하하, 아니에요. 그런 소망은 있지만요. 재미로 나간 거예요.
오늘 수영한 것처럼? 왜요?
생활체육을 좋아해요. 대회는 처음 나갔는데 너무 재밌어요. 첫 대회였는데 3등 했으니까 정말 기뻤어요. 3위니까 동메달! 왕초심 종목은 말 그대로 제일 밑에 있는 그룹이지만, 전국대회여서 수준이 되게 높거든요.
원래 배드민턴 좀 치는 사람들이 배드민턴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하면 좀 화내잖아요.
혹시 치시나요? 맞아요. 저희도 치열하게 다섯 번 경기해서 올라갔거든요. 32팀이 나왔는데 한 조당 세 팀이 있어요. 근데 거기서 2승 0패를 해야 무조건 올라가는 거예요. 다 이겨야 해요. 4강에서 떨어졌어요, 아쉽게도.
아이돌과 배우인 두 분이 스케줄을 맞춘 것도 대단하네요. 그나저나 팀명이 정말 ‘예선 탈락’인가요?
제가 지었어요. 조금 욕심을 줄이자. 둘 다 너무 진심이니까 힘을 좀 빼고 싶어서, 우리는 예선 탈락할 실력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저희를 만만히 보면 좋겠어서 그렇게 지은 것도 있어요. 잘 지은 것 같아요. 경기장 내에서 진행자분이 마이크로 “예선 탈락. 예선 탈락. 문상민, 부승관 6번 코트로 와주세요. 예선 탈락.” 이렇게 불러주시니까 진짜 예선 탈락한 것 같더라고요.
멋있게 얘기하면 배수의 진을 쳤다. 어차피 우리는 잃을 게 없다, 이 자세로 나간 거 같네요. 안 그래도 요즘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이 높잖아요.
저는 정확히 그 마인드였습니다! 올림픽 경기는 다 봤어요. 영상은 현장의 반의반도 담지 못하거든요. 실제로 저기서 직관을 한다면 얼마나 빠르고 치열할까? 안세영 선수 직관을 꼭 가보고 싶더라고요. 실제로 보면 셔틀콕도 빠르고 정말 격정적이에요.
복식조로서 각각 플레이의 어떤 강점이 있나요?
저는 전위에서 공을 걷어내는 걸 해요. 저는 앞에서 커트하고 승관이 형이 발이 빠르니까 뒤에서 커버하고. 이번 대회에서는 승관이 형이 되게 잘했어요. 형이 미리 그랬거든요. “대회 나가면 너의 실력 반의반도 안 나와.”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어요. 긴장을 너무 많이 했는데, 그게 실력이겠죠. 형이 잘 쳐줘서 형 때문에 올라갔어요.
이제 예선 통과했으니 팀 명도 바뀌나요?
‘예선은 통과?’ 아니면 ‘사진은 안 됩니다’ 이런 거 어떨까요? 아무래도 경기에 집중해야 하니 사진 찍어드리는 건 어렵더라고요. 아니면 ‘사인은 됩니다?’
‘사진은 나중에’ 어때요? 그 나중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사진은 나중에’ 좋은데요? 하지만 저희한테 아무도 관심 없으실 수도….(웃음)
청춘답고 보기 좋네요. 또 대회에 나갈 건가요?
생각은 있어요. 수영도 계속하고 싶고요. 오늘 수영하는데 너무 상쾌한 거예요. 근력운동 빼면 운동은 다 좋아해요.
데뷔 후 <마이 네임> <방과 후 전쟁활동> <슈룹>, 사랑받은 작품에 연이어 나왔죠. 오늘 수영처럼 연기도 처음부터 상쾌하고 너무 재미있었나요?
오히려 반대예요. 다 안 해본 거니까 하나 하면서 ‘이건 뭐지?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어려움이 제일 컸어요. 아직도 그렇고요. 그래서 더 고민하는 것 같고. 계속 더 감독님께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 같아요.
뭘 가장 많이 물어봐요?
인물의 감정요. 감정이 엄청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감정도 있겠지만 연출자가 생각하는 감정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의 생각을 사전에 파악해두어야 감독님이랑 딱 촬영 시간에 시너지를, 딱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분장 받고 대기하는 시간에,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슈룹>으로 작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연기상을 받았죠. 신인상은 모든 분야에서 아주 특별한 상인데, 그땐 어땠어요?
짜릿했어요. 후보에 올랐을 때도 되게 짜릿했는데, 제가 말을 너무 못한 거예요. 무대에 올라가니 선배님들 얼굴이 얼마나 크게 보이던지, 표정 하나하나가 보이고 너무 떨렸어요. “안녕하세요, 문상민입니다” 하는데, 제 이름 문상민에서부터 버벅거렸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위축되어 머리가 더욱 하얘졌죠.
그 모습이 유튜브에 영원히 박제되고…. 다시 봤어요?
한 번은 봤어요. 어우, 두 번은 못 보겠더라고요..
이제 겨우 스물네 살. 중학교 졸업하고 배우를 꿈꾸며 청주를 떠나 한림예고에 진학했죠. 혼자 상경해 10년도 안 돼서 신인상을 받고 어엿한 주연 배우가 됐습니다. 집 떠나올 때 마음 기억해요?
너무요. 울었어요, 서울 가는 버스에서. 부모님이 항상 터미널에 나와주셨거든요. 고등학생 때도 웬만하면 주말에는 집에 갔어요. 인사할 때는 웃다가 버스 타면 그때 눈물이 나요. 터미널에서 많이 울었어요. 저희 한림예고에는 저처럼 지방 출신이 많았어요. 거의 반반. 저 같은 친구가 많아서 서로 공감대를 나눌 수 있었어요.
곧 드라마 <새벽 2시의 신데렐라>가 시작되고, 남자 주인공인 서주원을 맡았죠. 이번엔 어떤 게 가장 어려웠나요?
재벌을 표현하는 것. 주변에 재벌도 없고요. 선배님들 하신 거를 많이 봤어요. 이준호 선배님, 저희 회사 박서준 선배님 보면서 감탄했죠.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는 건 자정인데, 왜 새벽 2시인가요? 오늘은 새벽 2시의 문상민을 화보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평소 깨어 있는 편이에요?
과연 신데렐라는 12시에 집으로 와서 새벽 2시까지 뭐 했을까? 어떤 감정이었을까? 12시부터 2시까지 뭘 했을까? 약간 궁금증을 자아내는 게 저희 드라마의 포인트고. 그 2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한 얘기거든요. 사실 저는 일찍 잡니다.
그러니까 이제 신현빈 씨가 신데렐라.
저는 왕자님.(웃음)
왕자 역할이 처음은 아니에요. 과거의 왕자와 현대의 왕자 격인 재벌 아들. 비교해보면 현대 왕자가 그래도 자유롭죠?
<슈룹>에서도 성남대군, 두 번째 왕자였죠.(웃음) 그래도 현대의 왕자가 좋죠. 말도 안 타도 되고요. 도포도 덥지만 말이 진짜 진짜 뜨거운 동물이거든요.
이번 서주원은 좀 의젓한 ‘연하 재벌남’이라면서요? 전작과는 또 다른 성격의 인물 아닐지?
<웨딩 임파서블>도 도전이었지만 그 도전을 통해서 시행착오도 겪고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이번에는 좀 침착한 연하남. 그래서 서주원이 조금은 실제 제 모습에 가깝지 않나? 제 욕심이지만, 드라마를 보시고 이야기에 몰입해주시면 좋겠어요. 인물 각자 사정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봐주시면 좋겠어요. 극 중에서 저희 어머니도 연상이라고 엄청 반대하시거든요. 연상 완전 좋은데.
어머니도 참, 차남 정도는 봐주죠. 사랑에 나이가 뭐가 중요합니까?
서주원도 차남, 저도 실제로 차남이에요. 저희 드라마는 되게 클리셰적이지만, 이를 비트는 부분이 많아요. 같은 회사에서 이뤄지다 보니 사내에서 복사기 앞이나 메일로 몰래 연애하는 그런 지점도 있죠. 그게 정말 재미있거든요.
로코는 멋있음을 연기해야 하는데, 어떤 남자가 멋있는 것 같아요?
근데 멋있음을 내려고 하는 순간 너무 안 멋있는 것 같아서. 그게 요즘 저는 ‘너드미’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약간 관심 있어요.
지금 또 영화 <파반느> 촬영 중이죠? 영화로는 첫 작품이고, <탈주> 이종필 감독의 멜로 영화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맞습니다. 촬영은 거의 막바지예요. 아마 내년에 나올 것 같아요. 영화는 처음인데, 촬영 기간만큼 감독님과 준비 기간을 가졌거든요. 그 기간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시사회 하면 꼭 와주세요. 정말 절절한 멜로예요. 저와 좀 많이 닮은 친구입니다.
올해는 <뮤직뱅크> MC도 시작했죠. 연기 외에 이런 활동은 어때요?
제게는 도전이죠. 기회가 되면 뭔가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 시작했는데, 역시 도전이에요. 덕분에 K-팝을 엄청 듣게 됐어요.
요즘은 뭘 제일 많이 들어요?
라이즈 노래! ‘Boom Boom Bass’도, ‘Impossible’도 완전 좋아요.
MC를 하면서 다양한 K-팝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고 있으니, 곧 챌린지로도 볼 수 있겠네요.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제안이 아예 없어요. 왜 없는 걸까요? 대기실 앞에 챌린지 가능하다고 붙여놓을까요?. ‘챌린지 환영’이라고요. 열심히 연습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