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기식

형태도, 맛도, 성분도 새롭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 중인 요즘 건기식.

한창 마감 중인 <얼루어> 사무실, 후배가 앰풀 형태로 된 콜라겐을 툭 건네고 간다. <얼루어>에서는 흔한 풍경. 내 주변만 해도 미처 먹지 못한, 또는 언제든 손을 뻗으면 먹을 수 있는 비타민과 영양제, 건강보조식품이 가득하고 때로 좋아하는 아이템을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으로 분류되는 세계는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새로운 제품, 콘셉트, 형태까지 말이다.

쫀득쫀득한 영양제

“알약을 잘 못 삼키거든요. 그래서 저는 비타민을 구미 형태로 먹어요.” 후배 A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미국에 가면 손톱과 헤어에 좋다는 비타민 구미를 구매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제품이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구미 제형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천지양의 ‘튼튼쑥쑥 비타구미’도 그런 배경에서 개발했죠.” 헬스발란스 천지양 신소현 과장의 말이다. 구미 형태는 아이들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뜻의 ‘텐포켓’ 마켓을 저격할 뿐 아니라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실제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 결과 ‘자녀 건강관리 지출 비용’이 ‘본인 건강관리 지출 비용’을 초과하기도 했다.

본래 구미는 원료의 대부분이 젤라틴인데, 이 부분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동물 유래 원료인 젤라틴이 아닌 감귤, 사과 등에서 추출한 식물 유래 원료 펙틴을 사용해 채식주의자와 종교 등을 이유로 동물성 원료를 제한하는 이들도 접근 가능하다. 이 펙틴은 젤라틴에 비해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고 부드럽다. 튼튼쑥쑥 비타구미는 6년근 홍삼으로 만든 홍삼 농축액을 비롯해 비타민 B군을 비롯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꼼꼼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맛은 간식용 포도젤리랑 다를 바가 없다. 이렇듯 건기식계에는 비타민 구미 외에 다양한 구미가 등장 중. 푸드올로지의 ‘콜레올로지 컷팅 젤리’는 식후 혈당 상승과 탄수화물 지방 합성을 억제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제품인데, 최근 ‘콜레올로지 쾌변 젤리’도 나왔다. 배변량 증가가 확인된 폴리덱스트로스 성분 등을 함유해 다이어트 시 발생하는 주요 고충 중 하나인 불규칙적인 배변 활동 고민을 해소한다고.

먹는 재미, 헬시플레저

같은 것도 다르게, 요즘 건기식이 주력하는 건 먹는 방법이다. 똑같은 제품도 즐겁고 재미있게 먹자는 것. 바이탈뷰티에서 내놓은 ‘슈퍼콜라겐 올인원 부스터 앰플’도 그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과 피부과 전문의가 공동 설계한 이 앰플은 한동안 선풍적 인기를 끈 비타민 오쏘몰과 비슷한 형태다. 캔 위 뚜껑을 따고 정제 캡슐을 꺼낸 뒤, 캡슐과 액상을 같이 섭취하는 방식. 액상과 함께 섭취해 별도의 물이 필요 없고, 액상 기술이 체내 흡수를 돕는다. 콜라겐, 히알루론산, 엘라스틴, 세라마이드와 함께 비타민, 미네랄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깨끗한 흰색 패키지를 채택해 언뜻 보면 먹는 제품이 아니라 바르는 제품 같다. 활력과 생기, 아름다움을 위한 핵심 영양 성분을 담은 ‘뷰티영양앰플’로 시선을 끈다.

스키니랩의 ‘멀티비타민 비타톡’은 먹는 재미는 물론 휴대성도 챙기는 제품이다. 가벼운 마개형 제품 내부에 비타민이 숨어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의 마개를 열고 비타톡을 돌려 끼운 뒤 ‘팝’ 터트리면 투명한 생수가 노란색 비타민물로 예쁘게 번져간다. 인퓨전 캡, 팝 캡(Pop Cap)이라 불리는 형태의 제품으로, 발포력을 위한 탄산나트륨을 덜어내고, 필요한 영양소와 물만 섭취할 수 있는 클린한 제형. 가볍고 작아 휴대성이 뛰어나 운동, 운전, 여행 등 다양한 상황에서 편리하게 맛볼 수 있고, 아이들 음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중 마개로 아웃도어 활동 시 유용하다. 터트리는 재미에 수분까지 섭취할 수 있어 셀럽에게 사랑받는 중.

새로운 건기식

틱톡에서 한동안 ‘태닝 알약’이 인기였다는 걸 기억하는지. 이 ‘태닝 알약’은 리코펜과 아스타잔틴 보충제로, 태닝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소문이 나며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현재까지 태닝 알약 중 FDA(미국식품의약국)의 정식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고, 애초에 태닝 알약으로 개발되지도 않은 제품이지만, 수요가 확인된 만큼 조만간 안전하고 효과적인 태닝 보조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며 유산균, 오메가3, 관절 영양제 등 ‘반려견 건기식’이 성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반려견에도 대부분 필요하다.
대웅제약의 대표 비타민 임팩타민이 ‘임팩타민펫 강아지’와 ‘임팩타민펫 고양이’를 출시했을 정도다. 운동 부족으로 비실비실한 20~30대의 관절 건강을 위해 콜라겐이 새삼 주목받는 등 건기식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즉시 반영한다. 현대 지구인들이 불면에 시달리자 수면 보조제 시장도 확대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미국 수면 보조제 시장은 연평균 6.0% 성장해 2025년 21억229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코로나19 역시 수면 보조제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OECD 국가 가운데 근무 시간, 출퇴근 소요 시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 역시 불면 국가다. 우리나라의 수면 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질환별 진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는 사람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2020년 이후 국내 수면 건기식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수면을 유도하는 항히스타민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과 천연 성분인 멜라토닌이 대표적 수면 유도 성분이지만, 제각기 흥미로운 대안을 내놓는다. ‘베스처 코코하랑’은 예부터 잠을 불러온다고 알려진 ‘상추’에 주목했다. 상추의 락투신 성분은 숙면과 긴장 완화,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다만 잠이 올 때까지 상추를 먹는다면 한 박스는 먹어야 할 거다.
“베스처 코코하랑은 국내산 토종 품종인 흑하랑 상추로 만듭니다. 품종보호등록된 특허 품종으로, 숙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락투신 성분이 일반 상추 대비 124배나 높죠. 락투신 성분은 상추의 잎과 줄기에서 나오는 우윳빛 유액 성분으로 쓴맛이 강해요. 이를 섭취하기 쉬운 알약 형태로 만들어 식물성 멜라토닌을 함유한 피스타치오 추출물을 더했습니다.” 헬스발란스 베스처 정선임 상품실장의 말이다. 쓰디쓴 상추 한 박스를 먹는 대신 1.5cm의 작은 알약으로 잠들 수 있다니. 물과 함께 알약 두 개를 삼킨 후, 내 침대 옆 서랍에 박스를 고이 넣어두었다.

포토그래퍼
정원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