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문학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올해 두 가지 색으로 새로운 오디언스를 만난다. 한창 상영 중인 영화, 그리고 곧 공개될 드라마다. 영화가 원작 소설 중 ‘재희’편에 집중했다면, 드라마는 원작 소설의 전반을 그려내며 원작자 박상영이 직접 대본에 참여했다. “소설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를 있는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대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날것 그대로의 퀴어의 모습을 온전히 재현하려고 공을 많이 들였고, 시청자가 각 챕터마다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각자 다른, 섬세한 감정의 결을 의도했다.” 박상영의 말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주인공인 고영은‘타고난 발랄함으로 존재의 슬픔을 가리고 있는 사람. 삶의 미숙함을 있는 그대로 껴안아 결국 아름다워져버린, 사랑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학자’다. 이 영을 배우 남윤수가 맡았고, 유수의 영화제를 종횡무진해온 영화감독 허진호,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이 각자 두 에피소드를 연출하며 총 8부작의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화보 촬영장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배우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에 이런 드라마는 없었지만, 이건 꼭 존재해야 할 드라마라고. 한 시절을 빌려 서로를 뜨겁게 사랑한 네 배우를 <얼루어 코리아>가 만났다.
| 남윤수 |
안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네요. 드라마 촬영이 끝나자마자 가족에게 신장을 이식하고 ‘생명나눔 홍보대사’까지 하게 되었죠. 아무도 몰랐다면서요?
체중이 좀 줄었지만 건강히 잘 지냅니다. 그렇게 관심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2회씩 에피소드별로 촬영하다 보니 윤수 씨를 제외한 배우들은 여기서 처음 만난거라고요?
맞아요. 그래서 조금 어색한 분위기?(웃음) 지금 서로 인사하고 나이 묻고 있어요. 오늘 함께한 권혁, 나현우 씨는 저랑 한 달씩 만났고, 호은이는 한 석 달?
하하, 그렇게 남윤수의 남자들이 다 모였군요. ‘고영’의 남자들이라고 해야 하나요?
남윤수의 남자들, 좋다.(웃음) 실제로 내용이 그렇죠. 이 남자들하고 다 한 거죠, 제가.
<대도시의 사랑법>, 어떻게 참여하게 된 작품인가요?
제게는 이 작품이 어려운 결정도, 어려운 작품도 아니었어요. 어릴 때부터 퀴어 친구들이 있었고, 처음부터 마음이 열려 있거든요. 대본대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다 할 수 있겠다. 저는 영이도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사람처럼 그냥 사랑하고 밥 먹고 자고. 신기한 건요, 캐스팅이 알려진 다음에 DM이 엄청 왔어요. 고맙다고요. 그게 진짜 신기했어요.
하하, 지금까지 어떤 작품에서도 받아보지 못했을 DM이네요.
이 작품에 참여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다양한 국적의 분들에게. 물론 욕도 왔지만 고맙다는 내용이 훨씬 많아요. 댓글에서도 막 싸우고 그래요. 저는 가만히 있는데.
박상영 작가가 말하길, “나에게 배우 남윤수는 운명 같았다. 이 사람이 고영이 되겠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이거? 감사합니다.(웃음)
오늘을 위해 직접 가져온 코멘트입니다.(웃음) 들어보니,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압축된 시간에 많은 사랑을 경험했겠군요?
사랑을 찾느라고 그랬죠. 저도 소설 읽고 드라마로도 진짜 재밌겠다.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만 주인공 보정인가요? 소설에서 고영은 ‘뚱뚱한 고양이’라고 해서 별명이 ‘뚱고’로 나오는데.
크크, 맞아요. 다 기억하시네요. 원작보다 제 키가 더 크고 말랐죠. 그래서 저희 작품에선 ‘뚱고’가 ‘뚱한 고양이’가 됩니다.
윤수 씨만 감독 네 명과 모두 작업한 셈인데, 감독마다 연출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랐어요?
촬영 기법도 그렇고, 촬영팀과 스태프 자체가 완전히 달라요.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었죠. 허진호, 김세인 감독님은 롱테이크를 즐겨 찍으시는데 그 안에서도 좀 달라요. 홍지영 감독님은 처음부터 “나는 한두 번밖에 안 찍을 텐데 컷이 좀 많다”고 말씀하셨어요. 또 손태겸 감독님은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찍고 끝내시죠. 계속 좋다고만 하셔서 더 헷갈렸어요. 워낙 다들 스타일이 다 다르시다 보니 최종본이 어떻게 담겼는지 저도 궁금해요. 편집본을 못 봤거든요. 이제 보여주시려나?
연출자가 계속 바뀌는 경험이 연기하는 입장에선 어땠어요?
많이 배울 수 있었죠, 다만 한 감독님 방식에 몸이 적응했는데, 바로 바뀌는 건 좀 힘들었어요. 연기하다가 제 몸이 당황하고 멈추더라고요. 환경이, 공기가 확 달라져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한 달이면 딱 서로 친해질 시기거든요. 이제 친해졌는데 바로 헤어지니 서운해요. 시청자분들도 감독님이 바뀌었다는 걸 바로바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만큼 다릅니다.
다들 궁금해하는 작품이죠. <대도시의 사랑법> 원작이 ‘아주 평범한 퀴어의 이야기’잖아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성적 지향에 따라 다를 이유가 없지만, 여전히 파격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어요.
똑같은 사랑 이야기예요. 일상이 흘러가고 오직 성별 차이일 뿐이죠. 그래서 있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고영이 게이라서 그렇구나가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모습으로요. 그런데 저희가 OTT로만 공개되는 걸 보면 아직 한국 사회가 좀 그렇긴 한가 봐요. 편집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수위가 센 장면도 많으니까 지상파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극 중에서 바텀이거든요. 나중에는 둘 다 하긴 하는데. 정확히 행동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암시되는 것도 있지만 수위가 높죠.
지금까지 한국에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없었죠, 지금까지. 사람들이 제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지 않으냐고 할 때마다 저는 그래요. 그런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앞으로도 안 할 생각이에요. 그런 ‘이미지’까지 고려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런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거. 제가 하고 싶은 게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거니까.
내 마음 이끌리는 대로? 심플하고 좋네요.
그렇게 살아왔어요. 모델 할 때도, 연기로 넘어올 때도. 그냥 모든 걸 받아들이면서 좋다, 싫다만 생각해요.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작품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러고 싶고요. 이번 작품도 저는 그냥 재미나게 찍었습니다.
실제로 연애할 때는 어떤 사람이 되나요?
특별할 게 없어요. 영이처럼 만나고 밥 먹고 똑같아요. 자주 안 만나는 거?(웃음) 일할 땐 연락 잘 안 되는 거. 저도 오래 만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뜨겁게 올랐다가 뜨겁게 식는 편. 사실 그런 스타일.
나쁜 남자잖아요, 그러면.
착해요, 마음은.(웃음)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요. 그렇지만 연애 잘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아까도 현우 형이 카톡 언제쯤 읽을 거냐고….(웃음)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서울도 또 다른 주인공이죠. 여기저기 많이 다녔나요?
실제로 가서 찍은 곳이 많아요. 원작에 나온 클럽도 직접 가서 찍었어요. 실제 게이 클럽인데, 한번도 촬영을 허락해본 적이 없대요. 감독님이 특별히 부탁해서 받아주셨대요. 클럽에서 함께 촬영할 엑스트라를 구하는 공고도 냈고, 그걸 보고 도와주러 오신 분들도 있어요.
윤수 씨에게 서울의 표상 같은 동네는 어딘가요?
저는 남양주 사람인데, 제가 처음 자취한 왕십리. 청계천요. 전 나중에도 압구정 절대 안 살 거예요. 술집 많고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청계천 이후에는 도원동, 그다음 용산, 마포에 살았는데, 아파트가 너무 많아서 다른 데로 가려고요.
그럼 어떤 동네에서 살아야 해요?
평창동. 이번에 이사 갑니다. 월세로.
대도시 서울에서 살아가는 건 마음에 들어요?
서울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인간’이 너무 많아. 몰려 있어 너무. 그거 안 좋아해요.
그 많은 사람 중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도시인이 외롭죠.
그렇죠. 그래서 저는 안 나가요. 지금도 저는 그냥 산에 가요. 캠핑 의자 둘러메고 가서 혼자 도시락 먹고 내려와요.
포스터도 그런 분위기를 담았더군요. 함께 있는데 외로운.
실제로 저희 촬영 장면이에요. 하나는 태국 클럽, 하나는 제가 호은이한테 기대고 있는 장면이죠.
오늘 모인 남자 세 명과 어떤 사랑을 한 것 같아요?
1, 2화에서 남규와 만났을 때는 학생들이 사귀듯이. 잠깐 좋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되겠다 그냥 헤어졌던 것 같아요. 3, 4화의 영수는, 어릴 땐 연상들이 좋잖아요. 나중에 후회하지만. 그다음에는 5, 6화에서 친구 같은 규호를 만나게 되죠.
이 남자들은 영이를 왜 사랑했을까요?
다 제가 들이댔으니까요.(웃음) 먼저 키스한 것도 저고, 먼저 다가간 것도 저니까. 이 사람을 어떻게 꼬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8화에서 하비비까지 만나보니 후회되죠? 그래도 규호랑 계속 만날걸.
후회해요. 마음 아프지만 티를 안 내죠.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거예요.
연기로 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이입돼서 감정이 올라온 적 있어요? 오늘 인터뷰는 다들 극 중 인물이 되어 답을 하네요. 흥미롭습니다.
저는 그렇게 다 했어요. 매번요. 실제로도 우는 신을 할 때도 감정이 너무 올라와요. 다른 형들도, 호은이도 그렇게 하더라고요. 다 느껴지더라고요.
오늘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갑겠습니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들.
딱 보면 떠오릅니다.(웃음) 이렇게 했지, 저렇게 했지.
이 작품은 어떻게 남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는 이제 이런 드라마 작품이 없을 것 같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그러니까 꼭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권 혁 |
<대도시의 사랑법>은 남규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원작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인물이죠. 드라마 고유 캐릭터에 가장 가까워요. 어떤 사람인가요?
베일에 가려 있군요, 남규.(웃음) 겉보기에는 얌전하고 고지식할 수도 있고, 답답하게 볼 수도 있는데. 마음속에는 불 같은 사랑을 담고 있는 인물이죠. 고영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자기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전달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헤어졌나요?
되게 답답하고 고지식해요. 제가 남규를 연기하면서 느낀 고영의 바이브는 요즘 세대, MZ 같은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남규는 직업은 포토그래퍼지만 정말 아저씨 취향이에요. 영이는 클럽도 가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인데, 이 친구는 운전을 해도 60km를 지키죠. 영이가 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촬영 전 박상영 작가에게 각 인물에 대해 물어봤어요, 남규에 대해선 이런 답을 해줍니다. 집착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랑에 미숙한 남자.
연애에 능숙하고 미숙한 게 있다면 미숙한 쪽이죠. 누군가에게 집착해본 경험,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자꾸 내가 좋은 것만 강요했던 경험이 미숙한 시절에는 다 있을 거 같아요. 저도 그랬을지도 모르고요.
<대도시의 사랑법>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저는 1, 2화를 연출하신 손태겸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저도 감독님의 <아기와 나> 작품을 좋아했는데 개인적인 친분은 없던 터라 좀 놀랐죠.
평소 흠모해온 감독이 어느 날 연락해온 거군요?
맞아요. 남규라는 캐릭터를 제안하고 싶다고 하셨죠. 제가 나온 작품을 거의 다 보셨고, 벌써 남규를 연기하는 제가 그려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든 걸 명쾌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이런 작품이고, 연출의 방향성은 이렇다. 너무 확신을 갖고 말씀해주셔서 감독님을 믿고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대본을 손에 넣어 읽어보니?
되게 재밌고, 키스신 있고 했는데 그게 어렵거나 부담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이 임무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게 저한테는 과제였어요. 남규랑 저는 정말 다르거든요. 제 어떤 모습을 보시고 남규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싶어요.
직접 물어본 적 없어요?
그렇네요. 그거에 대해서 질문한 적은 없었구나.(웃음) 워낙 다르니까 보는 분들이 즐겁게 저 인물을 바라볼 수 있을까? 이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했죠. 원작에도 희미하게 나와 있는 인물이다 보니 만들어가야 하는 지점이 많이 있었거든요. 감독님이 제가 해석한 인물을 잘 받아주셨어요. 남규는 말도 특이하게 하는 사람이거든요. 이상한 단어들을 쓰고. ‘훌륭합니다’ 같은 단어들. 보통 좋다고 하지, 훌륭합니다. 그런 말 잘 안 하잖아요.
손태겸 감독은 어떤 연출자인가요?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 촬영 현장이 너무 재밌고 행복했고, 배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시도하게 해주시고, 저도 어떤 인물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입장에서 그런 것들이 되게 감사하거든요.
어떤 의견을 내곤 했어요?
지금 생각나는 거는 보통 이름이 김남규라고 하면, “안녕하세요 김남규입니다” 이렇게 할 거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남규는 “김, 남규입니다” 이렇게 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남규가 되었군요. 남규는 왜 영에게 끌렸을까요?
모든 사랑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끌림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어요. 나와는 정말 다른 모습의, 이 친구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그런 모습에 끌리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고, 실제로 윤수와 저도 진짜 많이 달라요.(웃음) 그래서 윤수를 보며 평소에도 되게 영이 같다, 그런 생각.
남규를 위해 변호해본다면?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분들도 처음에는 “저 사람 왜 저래?” 하실 수 있지만, 이 남규라는 인물의 입장에서 끝까지 보시면 남규에 대한 연민이 들 거예요. ‘어 그럴 수도 있지. 그래, 많이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누군가를 많이 좋아하면 저렇게 집착과 사랑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 거예요.
아까 영이가 말하길, 오늘 여기 모인 남규, 영수, 규호 모두 내가 꼬여내어 사귄 거다.
그렇게 말하던가요? 저 친구는 그때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때라.(웃음)
그럼 남규가 유혹했나요?
그럼요. 남규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고, 영이랑은 의류 화보를 촬영하면서 처음 만나게 되죠. 처음 해보는데도, 이 친구의 눈이나 이런 것들이 느낌이 있는 거죠. 사진에서 딱 뭔가 에너지를 받아서 그렇게 첫 만남이 시작되거든요.
남규는 헤어지고 영이 생각을 할까요?
너무 빠져들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답답해하는 영이 때문에 과속도 하고 그래요. 스스로를 바꾸려는 시도도 하고, 영을 지금도 많이 좋아하지 않을까?
고영을 맡은 윤수 씨와는 호흡이 어땠어요?
제가 느끼는 윤수는 너무나 영이 같았어요. 촬영할 때도, 안 할 때도. 원래 저런 친구인가, 아니면 작품을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영이를 연기하는 건가 했는데 원래 그렇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항상 즐거웠고 재미있었어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서울도 또 다른 주인공이죠. 많이 다녔나요?
이태원에서도 많이 찍고 나름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저기 남산도 갔고 또 종로도 갔고 서울 근방을 돌면서 촬영했죠.
권혁 씨에게 서울의 표상 같은 동네는 어딘가요?
남산타워를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보고 있으면 항상 저기 올라가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남산에 자주 갔는데, 올 초에 남산타워가 보이는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용산 좋아해요. 서울의 중심이기도 하고.
사랑은 모든 이들의 염원이자 숙제죠. 남규의 사랑을 표현하는 대사도 있나요?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하나는 내레이션일 거예요, 아마.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또 하나는 ‘먹어 이거 대단히 맛있는 거야’라는 대사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거를 영이한테 주는데 영이는 싫다고 하죠. 이 대사 두 개가 남규라는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연애할 때는 어떤 사람이 돼요?
상대방을 절대 터치하지 않거든요. 그냥 있는 그대로 놔두고 저도 그 모습을 좀 좋아해주려고 하는 스타일이고 바꾸려 하지 않고. 언젠가 결혼하는 게 꿈입니다.
이 대도시를 낭만 있게 살기 위해 뭐가 필요한 것 같아요?
역시 사랑이죠. 마음껏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누군가 사랑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이 드라마는 어떻게 남을까요?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저희는 진짜 추웠거든요. 12월에 찍었어요.
남규의 사랑은 아주 추웠군요.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찍을 때는 진짜 살을 엔다는 표현이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영하 20℃였어요. 얼굴도 잘 안 움직였는데, 그럼에도 재밌고 행복했던 기억이 많이 나요. 이 드라마가 세상에 어떻게 남을지는 모르지만 제 인생에는 아주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그리고 이 드라마를 결단하고 지지해준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모두에게 도전이 아니었을까요? 멋있는 도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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