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과 ‘위고비’ 사이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명약일까? 당뇨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뜨겁게 주목받는 위고비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위고비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위고비를 먼저 사용한 미국 사회의 변화와 우려를 주목할 때다.
“제 몸은 오젬픽으로 만든 것이 아니랍니다.” 2024년 에미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등장한 배우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의 이 농담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2021년 다발성 경화증(MS) 진단을 받은 애플케이트는 공개적으로 투병 생활을 했는데, 이 말은 오젬픽이 얼마나 미국에서 상용화되었는지를 뜻하기도 한다. 체중이 갑작스럽게 줄어든 사람을 보면 으레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저 사람, 오젬픽을 맞았군!’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 대체 뭘까?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개발한 내분비계에 작용하는 주사형 전문 의약품이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같은 성분이지만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은 건 오젬픽,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건 위고비라는 상표명으로 불린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다가 체중 감소 등 부가 효과가 밝혀져 미국에서는 위고비보다 오젬픽으로, 출시를 앞둔 한국에서는 위고비로 통용되는 편이다.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매진해온 노보 노디스크의 전작으로는 ‘삭센다(Saxenda)’가 있다. 삭센다와 오젬픽의 성공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일약 덴마크를 대표하는 회사로 떠올랐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에 따르면 ‘위고비(위고비프리필드펜)’는 10월 중순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관심을 의식한 듯 “신중히 사용할 것”을 당부하기도.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포도당 의존적인 인슐린 분비 증가와 글루카곤 분비 저해, 허기 지연 및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성분 치료제를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30kg/m2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kg/m2 이상 30kg/m2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질환을 하나 이상 가진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한다. 기준이 엄격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 지미 키멜이 오젬픽을 언급했고, 오프라 윈프리가“오젬픽과 유사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더 이상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고백한 것도 한 예다. 우리보다 먼저 오젬픽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오젬픽이 식탁에 미치는 영향
위고비와 마운자로(Mounjaro), 삭센다, 젭바운드(Zepbound). 모두 오젬픽과 효과가 유사한 체중 감량 약물이다. 누가 이 약물을 사용하는지는 항상 관심거리다. 어느 유명인이 이를 투약하는지, 이 약이 우리 몸과 건강 그리고 문화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2022년 말까지 세마글루티드 계열 약물을 약 900만 명에게 처방했고, 2023년 말 기준 미국인의 약 1.7%가 이 약을 투여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마글루티드의 체중 감량 효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료 관련 규제를 우회해 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신생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오젬픽과 마운자로는 대부분의 건강보험에서 당뇨병 치료제로만 보장되며, 위고비나 젭바운드는 일부 보험에서 체중 감량용으로만 지원된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오젬픽을 구매할 수 있는데, 가격은 월 900달러(약 120만원)에서 1300달러(약 175만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이 금액이면 미국에서 오젬픽을 ‘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당뇨병을 앓는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이 약은 마법 같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그야말로 열풍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약 10년 후에는 미국인의 약 7%에 해당하는 2400만 명이 이 약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처방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아직은 발견되지 않은 만큼 이 약의 인기는 앞으로도 높을 게 확실시된다. 소비문화의 첨병 같은 미국에서 이 약이 과소비되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최근 틱톡을 주도하는 트렌드 중 하나는 음식이다. ‘걸 디너(Girl Dinners)’부터 ‘더티 파스타 워터 마티니(Dirty Pasta Water Martinis)’ 그리고 해시브라운 맥플러리 샌드위치의 틱톡 레시피까지 터무니없는 음식 트렌드가 가득하다. 음식과 소비는 효과적으로 결합된다. 음식과 패션, 음식과 셀럽 같은 협업을 보라. 래퍼인 아이스 스파이스와 협업한 던킨도너츠의 아이스 스파이스 먼치킨, 카디비와 맥도날드, 스눕독과 잭인더박스 그리고 음식과 음식의 협업은 또 어떤가. 치즈잇 퍼프, 킷캣 추로스, 오레오 케이크스터, 러키 참모어까지 거부할 수가 없고, 즐기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진다고 여긴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누리면서 동시에 날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고기를 덜 먹고, 하지만 가끔은 고기를 더 먹어야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술을 덜 마시고, 해초를 먹고,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고, 유기농 채소를 사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젬픽이 욕구에 미치는 영향
세마글루티드는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활성화해 포만감을 빨리 느끼고 식욕이 감소해 환자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던 식사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음식이나 술, 담배뿐 아니라 소비에 대한 전반적 욕구를 조절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체중 관리는 물론 우리의 소비에 대한 불안감까지 해소하는 특효약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과소비와 그로 인한 잠재적 결과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연구가 속속 등장한다. 거주 지역, 유전적 소인, 스트레스 수치, 경제적 여유 같은 환경적 요인의 산물이며, 대부분은 우리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오젬픽은 이 관점을 뒤집는다. 이 약으로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이상적인 외모뿐 아니라 원하는 직업, 항상 꿈꿔온 비싼 옷, 마음에 드는 연인까지 손에 넣을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현재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에 상관없이 실현 가능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가능성 앞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인 약간의 변비나 메스꺼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오젬픽은 이미 미국에서는 ‘트렌드’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디톡스, 테니스와 러닝 등 최신 웰니스 트렌드와도 유사하다. 지방을 얼려 없애는 쿨스컬프팅, 볼 지방 제거와 보톡스 같은 새로운 신체 성형 기술과도 마찬가지다. 오젬픽은 혁신적이지만, 이 또한 오젬픽을 소비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젬픽만 있으면 유지 불가능한 신체 기준과 동시에 식단 및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필수품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더욱 거세지는 소비와 다이어트 문화 속에서 두드러진다. 한 친구가 오젬픽으로 인해 식욕이 사라져 명절을 망쳤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그가 잃은 확실한 한 가지는 바로 미식의 즐거움이었다.
오젬픽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도 오젬픽으로 인한 변화에 관심이 높다. 오젬픽을 비롯한 GLP-1을 투여한 약 1550만 명 중 상당수가 체중 감량으로 발생하는 늘어진 피부 같은 변화를 해결하려고 부분적 혹은 전신 성형수술을 받는다. 베벌리힐스의 성형외과 전문의 제이슨 다이아몬드(Jason Diamond)는 자신의 환자 중 10~15%가 체중 감량을 위해 오젬픽 같은 세마글루티드를 사용한 환자라고 밝혔다. 성형외과 전문의는 이들의 피부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는 동시에 피부의 겉과 속을 진료하기에 각자 경험과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치의나 체중 감량 전문의가 볼 수 없는 변화를 살펴보는 독보적인 입장에 있는데, 시술뿐만 아니라 피부 조직을 당기고, 모양을 다듬고, 재배치하는 수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성형외과 전문의 중 한 명인 베벌리힐스의 성형외과 전문의 줄리어스 퓨(Julius Few)는 “투약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피부에서 큰 차이를 발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얼루어 USA>는 몇 달에 걸쳐 미국 전역의 성형외과 전문의와 피부과 전문의 15명에게 ‘오젬픽으로 인해 피부와 얼굴의 다른 층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에 따라 피부가 더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오젬픽과 위고비 같은GLP-1에 대해 아직 알아볼 것이 많지만, 오젬픽을 사용한 환자를 수술하는 동안 퓨는 오젬픽을 투약한 사람의 피부 상태가 ‘오래되고 늘어난 고무줄’과 같았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와 라호야(La Jolla)의 성형외과 전문의 마크 모피드(Mark Mofid)도 비슷한 비유를 들었다. “시간이 지나 늘어난 속옷의 고무줄 같더군요.” 얼굴 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그는 오젬픽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의 스마스층(SMAS)이 얇고 약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근육 사이의 얇은 근막층인 ‘스마스층’ 은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하는데, ‘피하근건막층’이 정식 명칭이다.
미용외과 전문 학술지 <미용 수술 저널 오픈 포럼(Aesthetic Surgery Journal Open Forum)>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스마스층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얇아져 볼 처짐 같은 얼굴 노화의 주원인이 될 수 있다. 스마스층이 약해지면 안면거상술을 고려하게 된다. 오젬픽을 사용한 환자가 안면거상술을 받을 예정이라면 자연스러운 결과를 위해 스마스층의 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안면거상술의 성공 여부는 근육층의 강도에 크게 달렸습니다. 피부를 당겨 리프팅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근육층이 얇으면 안면거상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다이아몬드가 설명했다.
“현재 제 환자 중 25~30%가 오젬픽을 사용하죠. 그들의 피부에서 이전과 같은 탄력이 느껴지지 않고 나이 든 피부처럼 노화하고 턱선이 처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식이요법이나 위 우회술 같은 다른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한 환자에서는 보지 못한 현상이기에 오젬픽 사용으로 인한 고유한 특징일 수 있습니다.” 퓨가 말했다.
오젬픽의 목적
<얼루어 USA>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제조사인 노보 노디스크에 몇몇 성형외과 전문의가 주목한 사항을 문의했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저희 회사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긴밀히 협력해 자사 의약품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습니다. 세마글루티드가 얼굴 지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 연구 결과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위고비나 오젬픽을 사용하는 동안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는 담당 의료진에게 문의할 것을 권장합니다. 위고비와 오젬픽 두 의약품 모두 세마글루티드를 함유하고 있지만, 이는 각각 다른 제품으로 용도, 용량, 처방 정보, 주기와 투약 방식이 다릅니다. 이 제품들은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며 승인받은 용도 외에는 사용이 금지됩니다. 저희는 자사 의약품의 올바른 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세마글루티드 의약품의 옳은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semaglutide.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승인된 용도에 대해 그들은 이와 같이 설명했다. “위고비 2.4mg은 열량 제한 식이요법 및 운동과 함께 성인의 심혈관 질환의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위험을 낮추고 비만 또는 과체중인 성인 및 12세 이상의 비만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식이요법 및 운동과 함께 혈당을 조절하고, 제2형 당뇨병 및 심장 질환이 있는 성인의 심장마비, 뇌졸중, 사망 같은 주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으나 만성 체중 관리용으로는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오젬픽 페이스의 등장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움푹 파인 얼굴을 일컫는 ‘오젬픽 페이스’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른바 ‘해골’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다시 찾게 된다. 뉴욕의 성형외과 전문의 엄바린 마무드(Umbareen Mahmood)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GLP-1으로 체중 감량한 환자의 급격한 노화, 잔주름, 처진 턱선, 움푹 파인 눈가, 얇고 주름진 피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런 피부 변화는 팔, 가슴, 허벅지, 다리 복부에서도 나타난다. 몸의 피부 탄력 역시 현저하게 떨어지며, 그에 대한 대안을 새롭게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오젬픽 등을 사용해 체중을 급격하게 감량한 환자들에게 보형물을 이용한 가슴 성형 및 가슴 거상수술 시 ‘이너 브라’라는 갈라 플렉스(GalaFLEX)의 그물 모양 보형물을 사용하고 있다. “피부 탄력이 약해져 보형물을 지지하거나 새로운 모양을 유지하려면 추가 보형물이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오젬픽을 투약한 환자가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을 촉진하기위해 비수술적 콜라겐 활성화 요법인 고주파 미세침 같은 시술을 희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환자의 피부에서 탄력 감소와 주름 같은 노화가 가속화한 징후가 나타납니다.” 극단적 체중 감량 후 필요에 따라 시술되는 성형술을 요청하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모피드는 ‘극적으로 체중을 감량’하며 피부가 늘어진 환자에게 하체 리프팅, 팔 리프팅, 허벅지 안쪽 리프팅 같은 시술을 권장하지만, 오젬픽 같은 GLP-1으로 단기간 9~22kg을 감량해 피부가 처진 환자에게 어떤 시술이 적합한지는 한 번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체 리프팅, 허벅지 안쪽 리프팅 성형술 같은 흉터가 남지 않는 시술이 좋을까요, 아니면 지방 흡입을 한 후 보디 타이트(Body Tight)나 모피어스(Morpheus) 같은 고주파 시술을 받는 것이 좋을까요?” 오젬픽, 즉 GLP-1으로 인해 15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환자가 생겼고, 여기에 맞춰 시술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거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날까?
GLP-1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기전은 잘 알려졌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 피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까? 피부는 콜라겐, 엘라스틴, 지방 등 수백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체중이 서서히 줄어들면 피부가 적절하게 수축하지만, 극단적인 식이요법과 운동, 수술이나GLP-1 약물을 통해 체중이 급감하면 피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피부의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가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피부가 처집니다. 체중을 극단적으로 감량한 환자의 피부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가 손상되면서 얇아져 전반적으로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라고 마무드가 말했다. 시카고의 성형외과 전문의 스티븐 데이언(Steven Dayan)에 따르면, GLP-1이 피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예비 연구들이 있었다. 그는 최근 <미용외과 저널(Journal of Aesthetic Surgery)>에 발표된 ‘GLP-1과 얼굴 및 피부 노화 촉진에 관한 데이터’ 논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데이언은 GLP-1이 피부의 상부 진피층에 있는 지방 유래 줄기세포를 비활성화한다고 주장했다. 이 줄기세포는 섬유아세포에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같은 피부에 좋은 구성 요소를 생성하도록 하는 신호 전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GLP-1을 투약하는 환자는 피부를 건강하고 젊어 보이게 하며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는 스위치를 꺼버리는 셈이다. 지방 감소로 인해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폐경 후 피부가 급속히 노화한 경향도 덧붙였다. “에스트로겐은 피부를 건강하고 젊어 보이게 하기 때문이죠. 또 오젬픽을 투약하는 모든 연령대 환자의 진피와 얼굴의 피하지방층에서 지방 손실이 발생하는 걸 보았습니다.”
피하지방층의 볼륨이 감소하면 얼굴이 나이 들어 보이거나 푹 꺼진 것처럼 보이기 쉬운데, 이것이 ‘오젬픽 페이스’로 불리는 모습이다. 때로는 피하지방의 손실이 너무 커서 환자에게 주사 시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콜라겐을 자극하는 필러든, 히알루론산 필러든 많은 양의 필러를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퓨는 이렇게 설명하며 한 환자의 예를 들었다. “이 환자는 오젬픽 투여 이후 아래 볼과 턱에서 모든 피하지방이 빠져 근육 위에 피부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생체 자극 필러를 주입하면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거나 덩어리가 생기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피부가 너무 얇아 실리프팅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환자에게는 시술하기 전 체중을 조금 늘리는 것을 권했습니다.”
비만 전문의의 시각은 어떨까? LA의 비만 의학 전문의 이고르 사포즈니코프(Igor Sapozhnikov)는 “GLP-1 자체보다 환자가 얼마나 체중을 빨리 감량하는지가 피부에 더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말했다. 6개월 동안 이 약물을 투여한 환자가 체중의 10~15%를 감량하는 걸 지켜보았고, 그중 일부는 식욕이 사라져 음식과 물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오젬픽이나 이와 유사한 약물을 투여하면 거의 기아 상태가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음식을 먹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물조차 마시고 싶지 않아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또 통상적인 식이요법과 운동 대신 약물로 체중을 감량할 때 신체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부분의 신진대사 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는 피부 조직과 근육의 질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줄어들며, 이로 인해 피부가 늘어질 수 있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기본적으로 자신의 근육을 분해하는 셈이죠. 급격한 체중의 증가와 감소는 피부의 고유한 특성을 변화시켜 안면 및 신체 윤곽 시술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급감하면 피부의 콜라겐 구조나 틀, 엘라스틴 생성, 림프관 장애를 일으키거나, 이로 인해 피부의 탄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변화
미국에서 오젬픽은 2017년에 제2형 당뇨병 성인을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았지만, 비만 치료제로는 승인되지 않았다. 위고비는 2021년에 비만 치료제로 승인되었지만,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피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퓨가 말했다.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가 영구적인지도 미지수이며, 체중이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25kg을 감량하는 것과 10kg을 감량하는 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전문의가 GLP-1을 투약하는 환자의 피부 상태 변화를 감지한 건 아니다. “많은 체중 감량 환자를 수술하지만 특별한 차이는 없었습니다”라고 말한 건 LA의 성형외과 전문의 스티븐 테이텔바움(Steven Teitelbaum)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약물이 가져올 변화를 궁금해했다. “투약을 중단해 체중이 다시 증가하면 피부 상태는 어떻게 변할까요? 아주 흥미롭습니다.” 의료진의 전망도 엇갈린다. 데이언은 “약을 중단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반면, 퓨는 “시간이 지나도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례를 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오젬픽의 양상과 가장 비슷한 과거의 사례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위 우회술과 위 소매 절제술을 들 수 있다. 이 수술들은 위 크기를 영구적으로 줄여 1년 안에 체중의 약 50%를 감량하도록 했다. 그 당시 이 수술들은 초고도비만 환자에게 시행했으며, 정상 체중에서 25kg 정도 초과한 과체중인 사람에게는 권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GLP-1과 위 우회술은 체중 감량 치료로서 차이점이 있다. GLP-1이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반면, 위 우회술은 위의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20년 전 퓨는 위 우회술 후 불필요한 피부를 제거하고 리프팅하는 복부 성형, 팔과 다리 그리고 가슴 리프팅 수술이 급증하는 것을 체험했고, GLP-1으로 인해 이 수술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당시에도 이 같은 수술이 유행했지만, GLP-1 이후 발생할 수요에 비하면 미미할 것입니다.” 의사들은 여러 변화에 주목하고 흥미를 갖지만, 아직 참고할 만한 공식적인 임상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약이 개발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시류에 편승하기를 주저하는데, 약의 장기적 효과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 세대가 지나기 전까지는 약물의 진정한 속성을 알기 어렵습니다.” 모피드가 설명했다. 그는 이 피부가 합병증을 더 많이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수술 시 나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지? 이에 대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지? 같은 질문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의 약물과 마찬가지로 GLP-1 역시 부작용을 감당해야 한다. 환자는 체중 감량과 함께 피부가 노화하고 탄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할까? 향후 성형수술을 고려할 경우, 수술이 더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을까? 오젬픽 사용자의 피부 조직을 관찰한 전문의는 아직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의 새 시대를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죠. 시간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많은 전문의들이 이렇게 말했다.
- 글
- SAMHITA MUKHOPADHYAY, KARA NESVIG
- 사진 출처
- COURTESY OF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