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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S 패션위크 현장, 그곳에선 무슨 일이? – 밀란편

2024.10.19김지은, 최정윤, 이유림

‘패션인’들의 열기가 들끓었던 그곳. 2025 S/S 패션위크 현장으로 초대한다.

SINCE 1925

2025년, 역사적인 100주년을 앞둔 펜디의 쇼는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았고, 한 세기를 집약한 쇼는 오히려 차분했다. 마지막 모델이 모습을 감춘 후에는 잠시 어둠이 깔렸다가, 곧바로 쇼장 내부에 우뚝 서 있던 정체 모를 큐브가 반으로 갈라지며 탄성을 자아냈다. 서서히 빛이 새어 나오며 그 속에는 펜디 우먼들이 비범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펜디가 이룩할 새 시대를 펼쳐 보이는 것처럼.


MOSCHINO
DISEL
MM6 MAISON MARGIELA

THINK, WEAR, CARE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버려지는 일상의 오브제를 재치 있게 활용한 스타일이 눈길을 사로잡은 시즌. 신발 끈을 모아 파카로, 짜투리 데님은 왕관으로 변신시킨 모스키노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아껴 입자. 어때!(Think Twice, Wear And Care, What’s Up!)’란 재치 있는 메시지를 런웨이에 띄웠다. 또 MM6 메종 마르지엘라는 옷과 부츠에 흰 물감을 페인팅해 집에서 특별한 아이템을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고, 디젤은 1만4800kg의 데님 자투리로 꾸민 쇼 스페이스에서 반다나 프린트를 재작업한 룩으로 순환성, 즉 재료를 재사용할 수 있는 시너지를 강조했다. 1만4800kg의 데님 자투리로 꾸민 디젤의 쇼 스페이스.


KITON
PALM ANGELS
EMPORIO ARMANI
PRADA

NIGHT IN MILAN

밀란의 밤은 쉴 틈이 없었다. 새 소식으로 들뜬 브랜드들이 글로벌 패션 피플을 불러 모아 매일매일 뜨거운 파티를 벌였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쇼 공개를 자축하는 의미로 프라다는 관람객들을 불러모아 애프터 파티를 즐겼고, 11월 포토북 발매를 앞둔 팜 엔젤스는 사진전과 함께, 같은 날 두 번의 쇼를 끝마친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아르마니 왕국이라 불리는 밀란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오픈 파티를 주최했다. 한편 친인척 다섯 명이 경영하는 키톤은 온 가족이 모여 파티를 열었고 한곳에서 곧바로 미니 패션쇼도 선보였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파티로 이어져 곳곳에 마련된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었는데, 엄청 큰 냄비로 면을 볶는 묘기와 함께 셰프들이 즉석에서 완성한 파스타는 언젠가 또 먹고 싶다.


THE QUEEN

긴 베일을 쓴 여성이 쇼장에 들어섰을 때 관중은 일제히 환호했다. 수군대는 소리를 전해 들었을 때 그가 마돈나란 사실을 알아챘고, 나선형 계단에서 그의 전설적 ‘콘 브라’를 입은 모델이 요염한 자태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돌체앤가바나는 그렇게 수십 년에 걸쳐 시네마를 통해 표현한 여성상을 예찬했다. 쇼가 끝난 뒤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디자이너 듀오는 레드카펫으로 달려나왔고, 객석으로 다가가 마돈나와 존경의 키스를 나눴다.


밀란은 ‘남돌’ 시대

그칠 줄 모르는 함성이 터지는 곳에는 항상 K-팝 아티스트가 있었다. 이번 밀란 패션위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셀러브리티 15명 중 12명이 한국의 아이돌. BTS 진이 참석한 구찌, 엔하이픈과 함께한 프라다, 현진이 다녀간 베르사체는 대중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디자이너 브랜드 3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직도 구찌 쇼장 내부로 사라져가는 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던 금발 소녀가 눈에 밟힌다.


WOW ENERGY

보테가 베네타 쇼 스페이스에 들어선 순간, 입가에 고이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황금빛 햇살이 쏟아지는 어린아이의 방에 놓은 동물 인형처럼 앙증맞은 동물 의자가 방문객을 맞이했기 때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유쾌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보테가 베네타 아카이브 속 가방과 1968년 ‘자노타 사코’ 체어에서 영감 받은 장난기 가득한 ‘디아크(The Ark)’ 가죽 체어를 특별 제작했다. 사람들이 어디서든 ‘와우’의 힘을 얻길 원한다는 디자이너의 소망과 함께 디아크 체어는 쇼 다음 날인 9월 22일부터 브랜드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판매되었다. 모든 동물 형상의 체어는 6개월에 걸쳐 두 마리씩 출시하고, 오는 12월 1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또 한 번 만날 수 있다.

    아트 디자이너
    이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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