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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CLOSER / 김민주

무대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스크린에서는 이만큼 더 가까워진, 배우 김민주의 얼굴.

카키 더블 코트와 카키 니트, 카키 타이츠는 모두 페라가모(Ferragamo).

블랙 플레어 실루엣 미니 드레스는 케이트(Khaite). 블랙 부츠는 펜디(Fendi).

테일러드 스웨터와 테이퍼드 트라우저, 첼시 앵클 부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카키 더블 코트와 카키 니트, 카키 콜랑, 카키 스틸레토 힐 모두 페라가모.

‘배우 김민주’로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영화 <청설>이 드디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될 예정이죠.
하하, 아직 어색해서. 맞아요. 떨립니다. 설렘 반, 떨림 반.

아이즈원 활동하면서 큰 무대란 무대는 다 서봤는데도 좀 달라요?
오래되기도 했고요.(웃음) 예전과 가장 다른 건 아무래도 대부분의 스케줄을 멤버들 없이 혼자 한다는 거? 그게 좀 많이 큰 것 같아요. 부산에서의 ‘GV’도 너무 긴장돼요. 어떤 분위기일까? 검색해봐도 어떤 느낌일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홍경 오빠랑 윤서(노윤서) 언니랑 같이하니까 다행이에요.

올봄에 홍경 씨를 인터뷰했는데, <청설> 자랑을 잔뜩 늘어놨죠. 너무 좋은 작품이고 순수한 작품이라고. 사랑을 받은 대만 영화의 리메이크작이고요.
정말 그래요. 그래서 원작 영화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 영화도 좋아해주시면 좋겠어요.     

<청설>에서는 자매의 관계도 중요한 축이에요. 좋지 않아요 동생?
살아보니 동생이 좋은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는 오빠와 여동생이 있어요. 어릴 때는 좀 억울했는데 지금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언니를 꿈꿨는데, 윤서 언니와 연기하면서 친언니가 있으면 진짜 이런 기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도 지금은 여동생이 있는 게 너무 좋고요.

어색하다지만 연예인으로 첫 데뷔는 배우가 먼저였죠.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로 데뷔했으니까요.
어쩌다 보니 촬영을 했는데 첫 연기였어요. 너무 어리기도 했고, 뭔가 스스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 작품도 기억에 소중하게 남아 있어요.

그 당시 엄청난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따낸 역할이잖아요? <파묘>의 김재철부터 윤찬영, 손상연, 이은샘 등 함께한 배우들이 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요. 당시에 감독님의 선구안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들 드라마 보면 나오고 있고! 신기해요. 그때는 그냥 열심히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바로 아이즈원으로 데뷔를! 그래서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영화배우 데뷔가 먼저였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웃음)

민주 씨의 인생은 다 예기치 못하게 흘러가는 면이 있네요.
주어진 걸 열심히 하고 있으면 그게 잘 흘러가는 것 같아요. 아이즈원도 될지 몰랐고요. 그 시기에 정말 좋은 분을 많이 만났어요.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옆에서 같이 열심히 도와주는 친구들 보면서 그냥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좀 예스럽게 표현하면 인복이 많다는 건데, 인복을 유지하는 건 또 민주 씨의 몫이잖아요?
인복이 많아요. 전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저를 좋게 봐주셨을 때 책임감이 생겨요.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요.  

<청설>도 그런 마음이었나요? ‘가을’은 청각장애를 가진 수영 선수 역이고, 신인 배우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 같거든요.
맞아요. 언니와 동생이 바뀐 것처럼 설정이 조금 변화한 건 있지만 원작의 좋은 점은 다 있거든요. <청설>도 오디션을 열심히 봤어요. 저를 믿고 캐스팅해주신 거니까. 수어든 수영이든 일단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제 시간이 지나서 좋은 기억만 남았지만 오디션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웃음) 수어도 처음 해보고, 수영도 준비할 게 굉장히 많았고요. 수어 같은 것도 이게 동작도 동작이지만, 어쨌든 그 문화를 알아야 표현할 수 있는 게 다 다르니까 많이 찾고 공부했어요. 제가 원래 물을 좀 무서워하는데, <청설> 찍으면서 수영도 극복했습니다.

관객에게 가을이 선수라는 걸 납득시켜야 하니까요.
실제 수영 선수 출신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선수가 된 것 같은 루틴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가을이 종목은 자유형이어서 진짜 선수처럼 연습하려고 노력했죠.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제가 수영을 아예 못했는데, 처음부터 시작했어요. 이제 자유형은 할 수 있어요.(웃음) 체력이 좋은 편인데 수영은 다르더라고요.수영 배우고 연기하는 동안 잠이 정말 잘 오고 건강해진 것 같아요.

하하. 수영이 평생 스포츠죠. 할머니들도 하시고. 수영장 터줏대감인 할머니들과도 친해졌나요?
그냥 샴푸 빌려 쓰시고.(웃음) 옆 레인에서 할머님들이 한 30바퀴는 도시는 것 같은 거예요. 감탄이 절로 나와서 내내 서서 지켜본 적이 있어요. <청설> 덕분에 저도 수영하면서 노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수어로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이게 언어다 보니 저희가 쓰는 한글과 같아요. 수어 동작과 다 연결돼 있더라고요. 실제로 감정에 따라 동작이 좀 바뀌고요. 화가 나면 커지기도 하고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힘이 없으면 힘이 빠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가을이는 천진난만하고 주어진 거 열심히 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하지만 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감정 변화를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겠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저도 가을이를 응원하고 싶었어요. 꿈을 좇는 모습, 포기 안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욕심이 났고요. 

지금 민주 씨의 꿈은 뭔가요?
거창하지 않아요. 제 할 일 열심히 하고, 좋은 연기 보여드리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사는 거. 그게 꿈이에요. 차기작 열심히 찍기?

한 해를 바쁘게 보내고 있군요.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커넥션>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도 전미도 씨의 학생 시절을 연기했죠.
진짜요? 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작가님이 성격도 되게 따뜻하고 섬세하세요. 현장 자체도 너무 훈훈하고요. 저는 과거 분량만 찍으니까 현시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본방 보니까 진짜 장난 아닌 거예요. 이게 같은 현장에서 나온 드라마라니. <커넥션>도 오디션을 통해 하게 되었고, 열심히 준비해서 찍은 작품입니다.

필모그래피를 잘 쌓고 있네요.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가면 좋겠어요?
차근차근 잘 나아가고 싶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데, 예상할 수 없지만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자.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앞만 보고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아이즈원 시절과는 일상이 많이 달라졌죠?
아이돌 시절에는 예능 출연도, 무대도 자주 했어요. 활동기에는 매일 ‘음방’ 있고, 3시에 ‘음방’ 있으면 6시에 ‘자컨’이 뜨고, 그리고 8시에 ‘팬사’를 해요. 하루 종일 팬들과 같이하는 스케줄인데, 아무래도 지금은 예전보다 직접 만날 일이 줄어서 팬들한테 미안해요. 지금은 1년에 한두 번 보면 많이 만나는 거라서 죄송한 마음이 한동안 컸어요. 제 팬 입장에서 보면 자주 보다가 못 보는 기간이 길어진 셈이니까요. 아이돌 시절에는 무대도 콘텐츠도 훨씬 많았죠. 

마음을 잘 아네요. 원래 배우 팬들은 좋아하는 배우의 소식이 없어서, 팬들이 쓰는 은어로는 ‘떡밥’이 없어서 굶어 죽는다고 하거든요.
저희 팬분들도 많이 굶주렸을 거예요.(웃음) 저도 지금 버블을 하거든요. 아침에 눈뜨면 하는 루틴에 버블이 포함돼 있어요. 보면 저보다 빨라요. “민주야, 오늘 포스터가 떴다!” 진짜 팬분들이 저를 많이 기다려주시는구나. 그래서 올해 안에 팬 미팅도 준비하고 있어요. 혼자라서 떨리지만,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팬 미팅은 설레는 마음이 더 커요. 이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니까, 그런 부분은 기대되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아이즈원 경험이 배우 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적응력이 좋다는 것. 많은 것에 익숙하고요. 일정이 아무리 바빠도, 하루 1시간 자고 촬영장에서 꾸벅꾸벅 졸고 하는 건 아니니까 힘든지 모르겠어요.(웃음) 가끔 외로울 때는 있어요. 쉬는 시간에 같이 놀거나, 자거나, 이런 인터뷰도 함께 얘기하면서 재미있는 얘기가 나오곤 했는데 지금 혼자 하니까. 조금씩 적응하고 있어요. 

배우는 본래 외로운 거 아니겠어요.
그런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도, 혼자 생각해서 해야 하는 것도 많고.

그런데 혼자도 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사실 혼자 있는 걸 좋아합니다. 현장에서 충분히 많은 분들을 만나니까,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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