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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UIT OF BLUE / 김영대

“다사다난했지만 또 이렇게 여기 있잖아요.” 김영대는 인생의 청사진을 위해 버티고 또 버틴다.

블랙 스팽글 재킷과 팬츠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블랙 셔츠는 지방시(Givenchy).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이어커프는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실버 링은 모두 톰우드(Tom Wood).

화이트 슈트와 브라운 슈즈는 맥퀸 바이 션 맥기르(McQueen by Sean McGirr). 골드 네크리스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드 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

블랙 재킷은 지방시.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드 네크리스와 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

레오퍼드 코트는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에나멜 팬츠는 꾸레쥬(Courreges). 이어커프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셔츠와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셔츠와 블랙 팬츠, 타이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

브라운 레더 터틀넥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니트 톱은 구찌(Gucci).

그레이 코트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손해 보기 싫어서> 마지막 회는 어떻게 봤어요?
다시 보기로 혼자 봤어요. 6회까지는 본방송을 사수했는데, 최근 <친애하는 X> 촬영이 시작돼서 퇴근하고 돌아와 다시 보기로 챙겨 봤죠. 

모니터링을 성실히 하는 편인가 봐요?
맞아요. 아쉽고 또 아쉬운 것만 보이지만, 늘 챙기는 편이에요. 

어떤 부분이 그렇게 아쉽고 또 아쉬워요?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것과 캐릭터를 다시 만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인물을 통해 삶을 배워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이번 작품으로 만난 지욱이를 통해 깨달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차분함요. 삶이 바다라면 그 안에는 수많은 파도가 있잖아요. 김영대라는 사람은 그 파도에 흔들림이 큰 일희일비 스타일인데, 지욱이는 묵묵해요. 늘 한결같고요. 어린 시절부터 겪은 풍파에도 상처를 받을지언정 표면적으로는 삶을 차분하게 유지해간다는 점을 배우고 싶었어요. 

일희일비한다는 건 그만큼 기쁨의 순간도 잦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맞아요. 정말 단순해요. 스케줄 하나 바뀌어서 쉬는 날이 생기면 기쁘고, 어려운 신이 있는 날에는 부담을 팍팍 느끼고요. 칭찬 한 번에 하늘을 날 듯 기뻐하다가 누군가의 지적에 슬퍼해요. 

선택 앞에서 극 중 ‘손님’처럼 손익을 따지는 편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아직까지는 마음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해온 것 같아요. 

무모한 한편, 낭만적인 걸요.
아직 나 하나는 내가 책임질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렇게 하고 맨날 뒤돌아봐요.(웃음) 막 쿨해지고 싶은데 안 돼요. 후회하고, 아쉬워하고, 속으로 남 탓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일단 저를 내던질 수 있는 용기는 성향 덕도 있는 것 같고요. 

어떤 성향인데 그래요? 
마음에 품기보다 빨리 잊고 털어내는 편이에요. 당시에는 고통받고, 아프고, 슬퍼하다가 며칠 지나면 감사할 것이 보이고 기뻐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일비’한 만큼 ‘일희’의 기회가 생겨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맞다는 걸 점점 느껴요. 

연기가 주는 촘촘한 기쁨은 뭔가요?
연기를 하다가 제 역량이 커졌다는 느낌이 확 몰려올 때가 있어요. 잘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쩔쩔맬 때는 죽어도 안 되던 게 제 일부가 되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 온전히 기뻐요. 피하지 않고 경험하고 닦아온 시간에 대한 보상이 참 달콤해요. 

그간의 시행착오와 아픔, 속상함이 쌓여 빛을 내는 찰나의 순간이네요.
맞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에요. 한때는 그 과정이 버거워 쉬어볼까도 싶었는데 퇴보하는 건 또 싫더라고요. 제가 멈춘 동안 누군가는 자신을 돌보고 보완하며 나아갈 테니까요. 매번 아픔과 슬픔을 겪어야 한다는 걸 인정하자, 그냥 나아가자 싶어요. 

그 결과 2017년 데뷔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어요. 뿌듯한가요? 
경험만큼 확실한 건 없잖아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머뭇거리거나 거절하지 않았거든요. 20대는 경험을 쌓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강하기도 했고요. 

30대에 펼쳐질 연기 인생을 기대하나요?
저는 그런데, 다들 별거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감정의 진폭을 줄이고 여유를 가지면 좋겠어요. 일희일비는 충분했다 싶거든요. 제가 그리는 인생의 청사진이 있는데, 언젠가 이걸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눈빛을 보면,  그리는 청사진이 굉장히 소중할 것 같아요.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고 있어요. 너무 소중한 꿈이라서 우스워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을 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그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해요. 

극 중 손해영(신민아 분)의 대사가 생각나네요. “나는 나의 하나뿐인 왕이고 백성이야. 그러니까 나의 왕이 불편하지 않게 극진히 모시고, 또 나의 백성이 굶주리지 않게 굽어살펴야 해”.
나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아직도 저 자신에게 질 때가 많은데, 좋은 것을 먹고 아름다운 걸 보면 좀 위로받는 것 같아요. 상황과 여건을 따지지 않고,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저 자신을 대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어떤 방법을 해봤어요?
패스트푸드를 끊었어요. 햄버거와 떡볶이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데, 두 달 남짓 안 먹고 있어요. 그걸 먹는다고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몸을 쓰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걸 잘 가꿔야 자존감이 올라가겠다 싶더라고요. 패스트푸드를 끊으니 밥이 그렇게 맛있어요. 요즘은 밥, 나물류의 반찬과 함께 간단히 먹어요.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흘러가는 대로 둘 때보다 ‘생각’이라는 걸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와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졌고요. 신기한 건 대면할수록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그동안 왜 그리 조급하게 스스로를 탓하면서 슬퍼했는지 모를 정도로요. 

견디는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됐네요. 목표한 바가 있으면 눈에 띄는 곳에 메모를 붙인다고 했는데, 여전한가요?
그럼요. 책상 옆에 메모를 핀으로 꽂을 수 있는 보드가 있어요. 

최근에는 어떤 메모를 붙였어요?
대본이나 책에서 발견한 좋은 글귀요. 고등학생 때 대학 입시 시절부터 붙여놓은 스티커와 목표를 빼면 수시로 바뀌어요. 

가장 오래된 메모에는 뭐라고 쓰여 있어요?
비밀이에요.(웃음) 현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꿈 많은 시기의 기록이거든요. 당시 쓴 메모 중 하나가 ‘슈퍼스타가 될 거다’라는 목표도 있었어요. 그것도 여전히 붙어 있어요, 웃기죠?

작품에서도, 현실에서도 진짜 되었잖아요. 슈퍼스타! 
당시 꿈꾸던 슈퍼스타가 연예인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어요. 어떤 일을 하든 그 분야의 아이콘이 되자는 의미였죠. 누군가에게 자극을 줄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저 역시 그분들을 보며 자극받고 열심히 공부했고요. 인생에서 그때만큼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한 적은 없어요. 지금도 늘 그 시기를 최선의 기준으로 삼아요. 

연기를 하며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때는 언제예요?
칭찬받을 때요. 연기는 대중을 만났을 때 완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 제 연기를 보면서 공감하거나 어떤 자극을 얻을 때 ‘잘했다’ 조건이 충족돼요. 그래서 김영대보다 김지욱, 주석훈, 오남주, 공태성으로 기억하고 불릴 때 좋아요. 

촬영 중인 작품 <친애하는 X>에서는 ‘윤준서’를 연기하죠?
백아진(김유정 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요. 준서는 백아진을 거친 많은 남자 중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인물이에요. 이응복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는데, 기존 드라마와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다채로운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올 초에는 어떤 목표를 세웠어요?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다.

이루었나요?
해낸 것 같아요. 다사다난했지만 결국에는 또 이렇게 버젓이 건재하잖아요. 

‘건재하다.’ 좋은 말 같아요. 위로가 돼요.
결국 버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실력을 키우고 치고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어렵거든요. 나아지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인데 퇴보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전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웃음) 그런 욕심은 있어요. 

이 순간도 일희일비 과정인가요? 올해 더 해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독서를 좀 열심히 하고 싶어요. 마음과 정신에 디톡스가 필요해요. 20대 초만 해도 좋아해서 자주 손이 갔는데, 점점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에 릴스만 보고 있더라고요. 이 도파민도 일희일비의 원인일 거야. 맞죠? 

2025년의 목표는요?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 싹 다 버리고 싶어요. 늦잠, 릴스 보기, 과식하기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해로운 선택을 하려는 욕구를 통제하고 싶어요.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으니 해낼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그동안 많이 타협하며 살았으니 이제는 좀 해내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열심히 해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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