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하루키의 기억을 따라 걷고, 불이 꺼지지 않는 황홀한 밤거리에 취하고, 아날로그를 고집하며 한껏 낭만을 부리기까지… 번쩍이는 전광판과 오래된 상점이 겹겹이 쌓인 신주쿠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른다. 새롭게 문을 연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을 구경하기 위해 나선 날도 그랬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걷고 또 걸었지만 신주쿠의 매력은 오히려 몸집을 키웠다.
신주쿠를 품은 유니클로
도쿄 곳곳에서 유니클로 매장을 목격할 수 있지만, 이곳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은 더 특별하다. ‘본점’이란 뜻을 가진 ‘혼텐’이 이름에 붙은 만큼 전 세계 2,500여 개 매장 중 1등이 되겠다는 야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12년 유니클로가 일본 전자제품 매장인 빅카메라(Bic Camera)와 협업해 론칭한 ‘빅클로(Bicqlo)’ 스토어가 지난 2022년 10여 년 만에 문을 닫고 그 부지에 들어선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은 지상 1층부터 3층, 약 3,967㎡(1,200평)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명실상부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다. 유니클로 마케팅 임원 엔도 마사히로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신주쿠의 거리 문화를 세계로 널리 뻗치고자 ‘본점(혼텐)’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유니클로가 10월 25일 신주쿠 가부키초(歌舞伎町)에 새 매장을 오픈하며 지역 가이드북 ‘신주쿠 백화가(街)’를 발행한 까닭도 이 때문. 마치 백화점처럼 패션, 음악, 미식, 문학, 아트, 팝 컬처까지 수많은 장르를 아우르며 한 세기 넘게 명맥을 이어오는 상점, 인기 DJ가 소개하는 핫스팟 등 주요 볼거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역 특산 ‘티셔츠’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이곳저곳 관광을 한 후에 들러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스토어에 방문하기 전 일단 배를 든든히 채워야 했기에 매장과 몇 걸음 사이 위치한 어느 카레집을 먼저 방문했다. 이름하여 일본 카레의 원조이자 1901년에 개업해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신주쿠 나카무라야(中村屋)’. 크림 빵으로 승승장구하던 창업자가 인도인을 사위로 맞이하고 자연스레 맛본 인도 ‘커리’를 일본식 ‘카레’로 변신시켰다는 흥미로운 일화를 가졌다. 세월이 묻은 경양식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앤틱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과 긴 역사를 상징하는 사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기농 닭고기에 야채를 푹 고아 걸쭉함을 내고 버터, 요구르트, 20여 종의 스파이스로 진한 카레 맛을 자랑한다. 밥보다 소스를 싹 긁어먹으며 ‘냠냠’ 순식간에 흡입했다. 일본 드라마 <내일의 키타요시오>에서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이가 죽기 전에 이 곳 나카무라야 카레를 먹고 싶다고 대사한다. 현지인들에게 이토록 상징적인 ‘맛집’이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과 인연을 맺은 이유는 뭘까?
원조 카레 맛에 흡족한 뒤 느긋이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으로 향했는데, 가장 먼저 ‘유티미(UTme!)’ 코너가 있는 3층을 둘러보기로 했다. 유티미는 매장에 비치한 아이패드를 사용해 800여 가지 심벌 중 자기 취향으로 고른 이미지를 요리조리 배치한 티셔츠, 백을 만드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다. 최근 리뉴얼한 유니클로 월드타워점에서도 유티미 서비스를 시작해 서울에서도 물론 만나볼 수 있지만, 각 매장의 특색을 살려 아이코닉한 심벌을 제공하는 만큼 곧 ‘오픈런’의 성지가 될 따끈따끈 신상 매장에는 어떤 심벌을 준비했을지 기대를 모았다.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의 유티미는 로컬 문화를 흡수한 매장 특수성에 따라 신주쿠에 뿌리를 둔 상점 및 기업과 협업한 재치만점 티셔츠를 소개한다. 매장에 오기 전 먹은 나카무라야 카레집 UT도 있어서 더 반가웠던. 이와 함께 1960년대부터 신주쿠·시부야 일대의 가요 문화를 주도한 ‘유니온 레코드’ LP 판매점, 깜짝 놀란 모나리자가 방문객을 반기는 ‘세카이도’ 화방, 커팅에 따라 과일의 맛이 달라진다는 신념으로 이색적인 프룻 바(Fruits Bar)를 운영하는 ‘타카노 후르츠파라’ 과일 전문점 등 총 여덟 곳의 지역 대표 상점이 유티미 서비스에 동참한다. 더불어 이곳에는 신주쿠 지역 명소인 토호 시네마 빌딩의 고질라를 담아낸 ‘고질라 70주년 UT’도 단독 판매 중이다.
꽃을 든 유니클로
아직 국내에 도입되기 전인 유니클로의 특별 코너를 신주쿠 여행 중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메리트다. 1층 입구를 장식한 ‘유니클로 플라워(Uniqlo Flower)’는 사람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 ‘라이프웨어(LifeWear)’과 같이 하루를 향기롭게 채우는 꽃을 판매한다. 계절에 맞춰 탐스러운 꽃 만을 엄선해 제공하는데 꼭 꽃을 사지 않더라도 입구를 통할 때 코 끝에 스치는 기분 좋은 향만큼은 무료. 색색의 니트웨어가 천정까지 진열된 1층을 구경한 뒤 2층으로 오를 때 즈음이면 커피 향이 감돌기 시작한다. 신주쿠 나카무라야 지역 특산품을 맛볼 수 있는 2층의 ‘유니클로 커피(Uniqlo Coffee)’에서 잠시 쉬어 가며 넓은 창을 통해 신주쿠 패피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그뿐 아니라 미국, 유럽 마켓에서 출시하여 일본에서도 오로지 혼텐점에만 소개하는 ‘신주쿠 혼텐점 스페셜 컬렉션’ 그리고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 Co., Ltd.) 그룹 산하의 ‘PLST’, ‘꼼뜨와 데 꼬또니에’, ‘프린세스 탐탐’ 브랜드 매장도 폭넓게 둘러보길. 기존의 유니클로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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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