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쇼핑! 럭셔리 or 가성비?

“중간만 하면 돼”는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니다. 뷰티 업계의 N극화 소비와 이를 뒤쫓을 브랜드의 N극화 마케팅에 대하여.

당신도 앰비슈머인가요?

백화점 매장에서 10만원 상당의 립스틱을 선뜻 사 들고는, 다이소로 가 3000원짜리 앰풀이 입고됐는지 하염없이 둘러본다. 독특하고 신기한 소비 패턴이지만, 뷰티에 진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요즘 쇼핑 루틴’이기도 하다. 최근 뷰티 시장의 소비 패턴이 점점 극단적 ‘N극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 하이엔드 뷰티 소비 후 감성적 만족을 얻는 소비자와 ‘가격이 낮아도 제품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가성비에 집중하는 소비자가 공존하고 있다.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앰비슈머(Ambisumer)’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흥하는 럭셔리, 통하는 가성비

지난달 론칭한 ‘프라다 뷰티’는 많은 이들에게 화제를 일으키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팝업스토어에 하루 평균 약 1200명, 총 2만1000명이 다녀갔고, 그 인기에 힘입어 정규 매장까지 오픈했다. 프라다 뷰티의 아이 팔레트는 13만원, 립스틱은 6만원을 호가하지만 ‘스몰 럭셔리’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너나없이 지갑을 연다. 돌체앤가바나 뷰티도 얼마 전 처음 문을 연 백화점 단독 매장에서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오픈 직후 열흘간 브랜드 전체 매출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 가장 크게 기여한 제품은 10만원 상당의 아이 & 치크 팔레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돌체앤가바나 뷰티팀 최소윤은 “돌체앤가바나의 아이코닉한 패키지와 팔레트를 액세서리처럼 사용하도록 만든 체인이 소유욕을 자극한 것 같아요. 발색도 강력하고, 타 브랜드에서는 보지 못한 독보적 글리터가 섞여 있죠”라며 그에 상응하는 제품력을 짐작하게 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올 1~8월에 럭셔리 뷰티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15.3% 성장했다. 연말에 가까울수록 백화점 화장품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매출 증가 폭이 더 올라갈 거라는 전망이다. 한편, 가성비 뷰티의 활약도 심상치 않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다이소의 올 상반기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23% 신장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믿을 만한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인데도 5000원을 넘지 않는 가격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가성비 뷰티계의 떠오르는 강자, 편의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까지 편의점 4사 모두 전년 대비 올해 화장품 매출이 20% 이상 급증했다. 예전에는 클렌징 티슈, 치약 & 칫솔 세트 등 급하게 필요한 여행용 화장품의 수요가 컸지만, 이제 수분 크림, 마스크팩 등 매일 사용하는 제품의 매출도 서서히 오르는 중이다. 편의점만의 대체 불가한 접근성을 필두로 ‘소용량’ ‘초저가’에 주목한 덕이다. 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기존 제품 대비 양을 줄이고 가격도 내려 선보인 ‘편의점 전용 제품’이 통했다. 화장품 쇼핑을 위해 백화점에 가거나 다이소,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럭셔리와 가성비로 나뉜 ‘모래시계형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지속될 거라고 예상한다.

N극화에 맞춘 N극화 전략

양분화된 뷰티 시장을 선점하려는 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하다. 극단적 소비 성향을 고려해 ‘이중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다양한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대표적 예다.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뷰티 수요에 맞춰 대표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을 ‘에이피 뷰티’로 전면 리브랜딩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주름 개선, 피부 회복 성분을 다량 함유해 ‘고효능 하이엔드 스킨케어’ 브랜드로의 변신을 꾀했다. 반대로 가성비 뷰티 수요를 겨냥해서는 마몽드의 세컨드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선보였다. 3000~5000원대의 토너, 앰풀, 수분 크림, 모공 패드 등으로 구성해 다이소에 입점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론칭 직후 다이소몰 판매 랭킹 상위에 올랐고, ‘로지-히알론 리퀴드 마스크’는 매장에 진열하기 무섭게 품절되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 마몽드팀 최지희는 “뷰티 업계에서 초저가 시장의 성장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그에 대한 전략을 모색했어요. ‘미모 바이 마몽드’는 미니멀 클린뷰티 브랜드로, 초저가 시장 타깃인 잘파세대의 피부 고민에 특화되었죠. 다이소에 우선 진출해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는 중이에요. 향후 시장 확대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3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일회용 파우치에 소포장해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LG생활건강도 비슷하다. 자사 럭셔리 뷰티 브랜드 ‘더후’의 제품 효능과 효과를 강화해 리브랜딩함과 동시에 가성비 뷰티 브랜드 ‘CNP 바이 오디-티디’를 론칭해 다이소 전용 라인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반된 수요에 맞춰 극과 극을 달리는 뷰티 브랜드의 전략이 흥미롭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이상 획일적 마케팅으로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어렵다는 거다. 안전한 전략은 없다. ‘더 고급스럽게, 더 저렴하게’ 소비 N극화에 최적화한 마케팅 N극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현경준
    도움말
    최소윤(신세계인터내셔날 돌체앤가바나 뷰티팀), 최지희(아모레퍼시픽 마몽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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