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FULL OF LOVE / 김민하

김민하의 빛은 사랑을 연료로 가득 채워져 있다. <조명가게>를 용감하게 밝힐 또 한 줄기의 빛.

볼륨 핏 톱은 H&M. 이어커프는 톰우드(Tom Wood).

구슬 장식의 크로커스 드레스는 제이든 초(Jaden Cho).

러플 디테일의 셔츠, 컷아웃 플리티드 스커트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레더 힐 펌프스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조개껍데기 모티프의 이어링은 메종알트(Maisonalt).

볼륨 핏 톱은 H&M. 이어커프는 톰우드.

컷아웃 재킷은 비뮈에트(Bmuet(TE)). 비대칭 디테일의 스커트는 준야 와타나베 (Junya Watanabe). 메탈릭 앵클 부츠 힐은 찰스앤키스(Charles & Keith).

프린지 장식의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프린지 장식의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

촬영한 사진을 보니 왜 <조명가게> 속 ‘선해’가 되었는지 알 것 같아요.
정말요? 어떤 얼굴을 보셨을지 궁금해요. 저도 아직 작품을 못 봐서 지금 무척 떨리거든요. 

2개의 에피소드를 미리 봤는데, 민하 씨의 얼굴이 낯설었어요. 연출자로 나선 배우 김희원의 안목이 탁월했다 싶더군요.
희원 선배님과는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처음 인연이 닿았어요. 이후 먼저 연락을 주셨는데, 작품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전화로 “무조건 할래요!”를 외쳤어요. 고등학생 때 강풀 작가님의 원작을 읽은 터라 역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거든요. 

김희원 감독은 선해를 보고 왜 민하 씨를 떠올렸을까요?
아, 그거 정말 한번 여쭤봐야 하는데! 감정에 솔직하고 날 선 선해의 모습이 저와 겹쳐 보이지 않으셨을까 추측해봐요.  

배우 출신 감독의 연출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나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배우를 잘 알아요. 가끔은 몰랐으면 싶은 것도 다 들통나버리죠. 덕분에 더 예리한 디렉션을 받을 수 있었어요. <조명가게>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배우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감독님의 얼굴이 7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갈수록 앙상해졌는데, 힘든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셨어요. 

배우에게 그런 현장은 참 큰 복이죠?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어요?
“민하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웃음)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했고, 적재적소에 일타 강사 뺨치는 피드백이 무척 의지가 됐어요. 배우가 감독을 100% 신뢰하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현장이 얼마나 큰 복인지 다시 한번 느꼈죠.  

작품과 캐릭터와 관련해 아직 많은 것이 공개되지 않았어요. 선해는 어떤 사람인가요?
연기를 하면서 ‘이 친구 좀 외롭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주변 사람에게 틱틱거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진 말도 내뱉지만, 마음으로는 따뜻함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싶어 하거든요. 선해의 행동을 보면 이 친구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알게 돼요. 개인적으로 촬영을 하면서 보고 싶은 사람이 더 그리워졌어요. 그래서 더 자주 연락해야겠다는 마음이 닿았어요.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 ‘잘 지내?’라는 연락을 남길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조명가게>에는 다양한 인물과 여러 이야기가 등장해요.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나요?
딱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데, (이)정은 선배님이 연기한 유희의 이야기가 가슴에 오래 머물렀어요. 아름다운 동시에 그 자체로 비교할 수 없는 무적의 용기가 담긴 이야기라고 느껴졌어요.  

한 인터뷰에서 ‘인물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말을 했어요. 선해가 남긴 건 무엇인가요?
선해는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을 잘 알아요. 그런 사람이 흔치 않잖아요. 나를 지탱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을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신념에 따라 과감하게 행동하죠. 똑똑하면서도 용감한 모습을 닮고 싶었어요. 

‘용기’라는 단어는 배우로서 민하 씨의 행보와도 어울려요. 그 용기에 뿌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랑요. 무언가에 파묻힐 듯 힘든 때, 미치도록 가볍게 들떴을 때 이 땅에 발을 꾹 붙일 수 있게 한 건 사랑이었어요. 나 자신을 차갑게 볼 수 있는 용기, 채찍질할 힘,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도 깨쳤어요. 꽤 자주 ‘연인, 가족, 친구, 동물, 자연을 사랑과 에너지가 없었다면 어떻게 존재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촬영을 앞두고 업계 사람에게 민하 씨에 대해 물었는데, “사랑스럽다”는 이야기가 압도적이었어요.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 같았죠. 받은 만큼 마음껏 뿜어내기에 가능한 일 같아요.
마음 표현을 아끼지 않는 편이에요. 무뚝뚝한 면이 있어 어려울 때도 있지만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스스럼없이 표현해요. 불과 몇 년 전에 깨달은 사실인데 ‘내가 이 사람을 참 좋아한다’라는 생각만 하다가 말하지 못했을 때 후회가 너무 크더라고요. ‘있을 때 잘해’라는 말도 있잖아요. 

끊어진 인연에 대해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럼요. 미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럴수록 지금,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해요. 

나 자신과의 관계도 건강한 듯 보여요. 비결이 있나요?
요즘은 비우는 것에 집중해요. 채우는 것만큼 비우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가득 채워져 있는데 어지러운 창고처럼 방치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리하고, 쌓인 먼지도 치우고, 비울 건 깨끗이 비워내면서 공간을 더 넓히고 싶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비워내나요?
오랫동안 명상을 하면서 터득한 방법이 있어요. 명상을 하면 이성을 잠시 빼고 제 몸이 집중하게 돼요. 감각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버릴 것과 정리할 것이 점점 분리, 수거돼요. 

탐구의 연속이네요. 그런 면에서 민하 씨에게 배우는 천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직업을 너무 사랑해요. 늘 저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부분이 있는데 그 여정이 재미있어요. 너무 짜릿하고 흥미로워서 그 작업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고요. 

계속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해가지만, 그럼에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모습도 있어요?
저를 잃지 않는 것요.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깨어 있으려 해요.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그 이유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하고 싶어요. 

최근에 새롭게 깨달은 ‘나’는 어떤가요?
이제는 온앤오프가 자유자재로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올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거예요. 올해 제가 딱 서른이 되었는데 오랫동안 이 나이를 꿈꿔왔어요. 

서른을 꿈꾼 이유가 있어요?
20대가 무겁고 혹독했거든요. 나름대로 우여곡절도 겪었고, 연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도 많았어요. 그 시간을 지나고 비로소 올해 조금은 안정적인 상태에 들어선 것 같아요. 행복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감각도 촘촘해져서 더 자주 행복을 느꼈어요. 특정 상황에서 제 반응을 지켜보며 저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고요. 

40대도 더 기대되죠?
나이 드는 게 좀, 좋아요. 너무 좋아요. 재미있어요. 

아직 10월이지만 12월호 촬영을 했어요. 12라는 달력의 숫자가 믿어지나요?
벌써! 그런데 올해 진짜 재미있는 한 해였어요. 일도 많이 하고 여행도 자주 갔어요. <폭로: 눈을 감은 아이>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는데, 작품과 함께한 건 처음이라 의미가 깊었고, <파친코> 시즌2가 나왔고 <조명가게>도 공개를 앞두고 있죠.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돌이켜보면 순간순간의 모든 게 다 기억나요. 조카도 생겼고, 가족과도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거든요. 올해를 정말 잘 보낸 것 같아요. 

조카의 탄생! 새로운 세상이 열렸나요?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에요. 처음 느끼는 감정인데, 이 무해한 아이에게 무조건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요. 치아가 2개 정도 났는데 진짜 너무 예쁘고 귀여워요! 대기 시간에는 아기와 반려견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새해가 밝으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어요?
반려견 뭉크의 수명 연장! 뭉크가 사람만큼 살면 좋겠어요. 제 동생과 다름없는데 나이를 먹어 요즘 많이 아프거든요. 그걸 보는 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요. 최근에 덴마크 합작 영화 <하나 코리아> 촬영이 끝나서 최대한 옆에 있으려고 해요. 이 일상이 한동안 유지되면 좋겠어요. 뭉크를 돌보고 밀린 잠을 자고 책도 잔뜩 읽고 있어요.

어떤 책을 읽었어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요. 바로 어제 끝냈어요!

    포토그래퍼
    LES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