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NESS

마음 가는 대로! ‘르퐁’의 김덕연과 이선화가 꾸리는 건강한 삶

2024.12.02이재윤

보틀숍이자 와인 바 ‘르퐁’을 운영하는 김덕연과 이선화는 언제나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렇게 쌓인 이들의 취향은 어떤 것보다 건강하고 견고하다.

르퐁의 시그너처 메뉴 카치오페페와 디저트. 오렌지 와인인 테르핀 야콧과 합이 좋다.
평소 러닝을 즐길 때 애용하는 이선화의 러닝화와 헤드 밴드, 러닝 벨트 그리고 김덕연의 고글.

2021년 4월 르퐁을 오픈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했나?
선화 나는 애주가다. 특히 와인을 좋아했다. 덕연과 함께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보틀숍과 와인 바를 섭렵하고, 여행을 갈 때도 와인을 챙겨 다녔다. 애정을 쏟다 보니 자연스레 르퐁을 열게 됐다.

전 세계의 수많은 와인 중 르퐁에서 소개하는 와인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나?
덕연 직관적인 맛과 그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 퀄리티가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대중적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누구든 한 모금 머금었을 때 맛있다고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거기에 와인 한 병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곁들이면 더 빛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입에 맛있을 것.(웃음)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픈 초기 르퐁에서 취급하는 와인은 생산 지역이나 품종이 한정적이었다. 프랑스에서 생산한 섬세하고 가벼운 와인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훨씬 다양한 지역과 품종의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의미 있는 스토리 덕을 본 와인은 뭐가 있을까?
덕연 보졸레에서 과학자 쥘 쇼베(Jules Chauvet)와 함께 내추럴 방식의 과학적 토대를 만든 마르셀 라피에르(Marcel Lapierre)가 만든 와인. 내추럴 와인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권하면 모두 만족한다. 내추럴 와인의 역사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생명력과 기본기를 느낄 수 있을 거다.

깊이 있는 탐구 없이는 알기 힘든 지식인 거 같은데.
선화 와인을 섭렵하기 위해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맛을 볼 때마다 메모하고, 보틀에 붙은 라벨도 다 사진으로 남겼다. 비비노나 와인서쳐 같은 와인 관련 앱에 마셨던 와인을 등록하고 관련 있는 와이너리나 와인까지 함께 살폈다.
덕연 와인은 역사와 깊이가 남다르다. 품종도 다양하고 빈티지마다 맛도 천차만별이라 공부할 게 넘쳐난다. 와인을 마실 때 그 자리에서 생산자와 품종을 찾아보는 게 큰 도움이 됐다. 맛을 보면서 특징을 바로 확인하니까 기억에 훨씬 오래 남더라. 관련된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십분 활용했다.

와인의 종류는 많아도 너무 많다. 내 입에 잘 맞는 와인을 찾는 팁이 있나?
덕연 맛있게 마신 와인 사진을 꼭 저장하시길. 맛은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산미 있고 달지 않고 프루티한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카이빙을 통해 내 취향의 기준을 만드는 거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다면 생산지와 품종을 말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부라타치즈, 잠봉 플레이트, 카치오페페, 떡볶이까지. 르퐁을 와인 바로 이용할 때 곁들일 수 있는 음식 메뉴는 기교 없이 간결하다.
덕연 르퐁은 와인이 메인이 되는 곳이기에 와인의 맛에 최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메뉴로 구성하려 했다. 서로 너무 부딪치지만 않는다면 어떤 메뉴든 맛있는 와인과 만났을 때 좋은 시너지를 낸다. 요리를 전문으로 배운 건 아니라서 주변 셰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인지 4년 내내 셰프 또는 식음 브랜드와의 흥미로운 협업이 끊이질 않았다. 어떤 계기였나?
덕연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내추럴 와인 바 ‘얼리 준(Early June)’의 운영 방식에서 착안했다.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셰프들에게 지원을 받아 일정한 주기로 업장을 맡기는 식인데, 음식이 매번 달라지는 콘셉트다. 와인은 우리가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으니 셰프들과 협업해 다양한 페어링을 시도하려 했다. 오픈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 팝업을 지속했다.
선화 셰프뿐 아니라 평소 르퐁을 자주 찾던 일반 손님과 협업하기도 했다. 타코, 스프, 디저트를 모조리 멕시칸 스타일로 선보인 멕시칸 팝업과 모든 식재료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이탈리아 음식 팝업, 전채 요리 앙트레(Entre′e)에 담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누리는 ‘프롬 앙트레 투 앙트레’ 팝업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협업의 범위가 음식을 넘어 액티비티로 확장하고 있다. 러닝 세션 후 와인을 마시거나, 제주에서 요가와 서핑을 와인과 함께 즐긴다. 각종 액티비티를 와인과 연결하는 이유는?
선화 평소 취미로 요가나 등산, 백패킹, 러닝을 한다. 열심히 운동하고 마시는 와인 한 잔이 어찌나 달던지. 그 맛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스틸 기반 제품을 만드는 롬버스랩과 협업해 아웃도어용 칠링백과 캠핑 의자를 만든 걸 시작으로 음식 외 분야와도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
덕연 와인은 부스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고강도 액티비티는 즐겁기도 하지만 정말 힘든데, 내가 안 마셔본 와인이나 좋아하는 와인을 가져가면 동기 부여가 되고 기대감도 엄청나다. 빨리 도착해서 이거 먹어야 되는데. 아, 얼마나 맛있을까!(웃음) 꼭 와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준비해놓고 액티비티를 하면 훨씬 더 재미있고 힘도 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특히 러닝에 진심을 다하는데, 어떤 부분에 매료됐나?
선화 러닝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계속 뛰다 보니 요가랑 비슷한 점이 많았다. SNS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 휴대폰을 자주 보는데, 뛸 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내 몸과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그걸 깨닫고 알아차린 순간부터 러닝에 깊게 빠졌다.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
덕연 색다른 감각. 직장을 다니든 매장을 운영하든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준비하고 일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건 굉장히 다른 감각을 느끼게 한다. 러닝은 동적 명상이라는 말이 딱이다. 화가 나거나 잡생각이 많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밖에 나가서 뛰면 기분이 좋아지고 맑아진다. 러너스 하이가 왔다는 건 아니지만.(웃음)

꼭 지키는 운동 루틴도 있나?
선화 르퐁 일도 돕지만,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며 IT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평일 퇴근 후 3~4일은 요가를 한다. 조금 무리한다 싶으면 요가 끝나고 러닝도 하고, 회사 점심시간에는 사내 헬스장에서 유산소와 근력, 스트레칭을 한다. 운동을 좀 줄이면 몸이 굳고 아픈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운동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덕연 밤에 러닝을 하기로 마음 먹은 날에는 출근할 때 옷 안에 러닝복을 입고 나온다. 그렇지만 선화처럼 바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존경심과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체력과 정신력이 대단하다.

르퐁을 운영하거나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 액티비티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선화 기본적인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 관리가 가능함은 물론, 일을 함에 있어 부스터로도 기능한다. 퇴근 후 요가를 하기 위해 최대한 야근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마시려고 더 열심히 운동하는 것도 있다. 이 모든 게 자연스레 어우러져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거 아닐까.
덕연 나는 일과 삶을 굳이 분리하지 않는다. 되레 이 공간이 가장 편하다. 겨울에 러닝하기 전 준비운동도 이곳에서 하고, 친구들과 모임도 여기서 곧잘 한다. 일과 삶을 구분하려고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고민할 시간에 밖으로 나가자!

건강한 삶을 꾸리는 두 사람이 정의하는 웰니스적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선화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채로 쭉 유지되는 것. 그걸 유지하려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와인만큼 차도 좋아해서 다도를 하거나 격불을 할 때가 많다. 차, 요가, 러닝 모두 비슷하다. 그 행위를 하는 것에서 얻어지는 게 진짜 웰니스라고 생각한다.
덕연 균형.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 러닝을 한다고 해도 그게 마라톤이 되면 웰니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라톤을 하려면 엄청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내 삶을 챙길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생긴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전시를 보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균형까지 챙기는 게 진짜 웰니스 같다. 이 모든 건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끌려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행복감도 많이 느낄 것 같다. 행복한 삶을 꾸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덕연 단순히 유행을 좇고 있어 보이기 위한 것 말고, 다양한 걸 직접 경험하고 나의 호불호를 하나씩 탐색하고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행복이나 웰니스라는 카테고리를 먼저 만들고 그 안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보자.
선화 원하는 걸 하고 맛있는 걸 먹고 마시면 가장 행복하지 않나.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행복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 뭐든 일단 해보면 좋겠다.

르퐁 추천 와인이 인기던데, <얼루어> 오디언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다면?
덕연 카치오페페와 페어링한 테르핀 야콧.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에서 탄생한 오렌지 와인으로, 홍차 같은 은은한 티 뉘앙스와 과실의 달콤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쉽게 마시기 좋고, 오픈하고 시간이 좀 지나도 맛의 변화가 크지 않아 혼자 두고 먹기에도 편리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선화 항상 좋아하는 걸 일로 연결해왔기 때문에 장기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편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바빠서 미뤄뒀던 의류 브랜드 운영을 재개하고 싶다.
덕연 와인을 좀 더 저렴하고 쉽게 즐기는 숍을 꾸리고 싶다. 선화가 얘기한 대로 계획을 탄탄하게 세우는 편이 아니라서 제3의 것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 확인 요망. Coming Soon!

    포토그래퍼
    오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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