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난 시술 고수들

흔한 시술도 고수가 하면 다르다. ‘장인’이라 부르고 싶은 그들의 리스트를 특별히 공개한다.

칼을 대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아니라면 궁금한 시술은 뭐든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 올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시술을 시도했다. 그중 고수의 손길과 확실한 효과까지 거둔 3곳을 소개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 협찬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심지어 나만 알고 싶은 리스트로 남겨두고 싶을 정도. 개인차가 있으므로 나처럼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다르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을 거다.

LENTIGO
흑자 빼기가 이렇게 쉬웠나요?

압구정 ‘라움성형외과’의 명성은 업계에서 이미 자자하다. 관건은 예약 성공 여부다. 예약은 병원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고, 3개월 전 월초에 오픈한다. 미리 알람을 맞춰두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일쑤고, 30분만 늦어도 가능한 날짜가 거의 없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예약 성공! 내 경우, 타 병원에서는 색이 더 짙어질 수 있다고 치료를 꺼리는 ‘흑자(흑색점)’였다. 예약 시간에 도착해도 원장님 알현까지 1시간 30분, 또 상담 실장님과 만나는 데 30분, 시술을 기다리는 데 2시간. 4시 예약이었는데, 병원을 나온 시각이 무려 밤 9시였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이 정도 흑자는 새끼손가락으로 시술하면 된다는 듯한 원장님의 담담함을 보는 순간 신뢰가 솟아났고, 시술한 지 일주일 후 말끔하게 사라지는 검은 색소를 보니 병원의 인기가 수긍되었다. 웬만한 색소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하고 대학병원에서도 빼기 어렵다는 잡티에도 당황하지 않으니, 전국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곳으로 달려올 수밖에. 단, 이곳에서는 다른 병원의 살가운 서비스는 기대하지 말 것! 마취 크림은 혼자 닦는 것이 룰이니까. 시술 후 쥐여준 주의할 점이 적혀 있는 종이에 ‘2년 동안은 해수욕장이나 스키장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문구에 빵 터졌지만, ‘뭐 어때? 흑자가 또 생기면 열심히 예약하면 되지’ 싶다. 

EYEBROW
눈썹 문신, 다신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이브로 유행은 계속 변한다. 한창 일자 눈썹이 유행할 때 받은 두 번의 눈썹 문신 시술은 이후 큰 골칫덩이가 되어 눈썹 탈모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문신이 문제가 아니라 이 문신을 지우려고 받은 레이저 때문에 생긴 탈모였다. 주사와 약으로 사라진 눈썹을 되돌리려고 애를 썼지만, 한계가 있어 다시 눈썹 문신으로 채워넣어야 했다. 이번엔 평생 유지하고 싶을 만큼 내 눈썹처럼 보이는 시술이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알게된 곳이 ‘아뜰리에 H’. 숍 대표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희영 원장은 여배우 한효주 촬영에서 만난 적이 있다. 현재 내로라하는 여배우와 아이돌을 담당하는 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여기에서 눈썹 문신을 받는다니, 더욱 솔깃했다. 사실 예약을 시도했다가 지울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나 포기하기도 했다.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알기에.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 한참 후에 방문했는데, 다행히 심사숙고한 결과는 대만족. 시술 도구보다는 과정이 달랐다. 한마디로 화보 메이크업을 받는 느낌? 촬영장에서 아티스트들이 메이크업할 때 끊임없이 거울을 응시하며 터치 한 번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서희영 원장의 시술 과정이 그랬다. 이제 눈썹 문신이 조심스러운 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고수를 찾은 거다. 조만간 엄마를 모시고 들를 예정! 

EYELINE
여배우가 일러준 문신 제거 숍 

<얼루어> 인터뷰 중 눈꼬리를 길게 뺀 강한 아이라인으로 유명한 여배우가 스킨케어 촬영을 위해 아이라인을 지웠다고 했다. 나 역시 2008년 시술한 아이라인 문신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터라 그곳이 어디인지를 물었고, 강남역에 ‘수아미’라는 숍을 추천받았다. 3년 전쯤 문신 제거로 유명한 병원에서 두 차례나 문신 제거 레이저를 받았지만 문신은 아직 건재했다. 한 번 시술만으로도 거의 다 지워졌다는 그의 말에 기대감이 생겼지만, 두려움도 컸다. 해본 사람은 알 거다. 아이라인 문신 제거는 통증과 공포 면에서 난도가 아주 높다는 것을. 시술에 겁이 없고 통증도 잘 참는 나도 그 고통과 공포는 피해갈 수 없었다. 마취약을 바르고 30분간 절대 눈을 뜨면 안 되는 것부터, 안구 보호 렌즈의 뻑뻑함, 타닥타닥 예민한 내 점막을 때리는 레이저까지 모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양쪽 3번씩 할 거예요.” “많이 지워졌어요~” “이제 마지막 5번씩!”을 외치는 노련한 원장님의 손길과 시술 속도만이 모든 걸 참아내는 원동력. 시술 직후 부기와 멍은 거의 쌍꺼풀 수술급! 하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말끔히 지워지지는 않았어도 리터칭 1회면 2008년 이후 볼 수 없던 잃어버린 내 모습, 그토록 바라던 어릴 적 말간 눈매와 재회할 수 있을 것 같다.

    포토그래퍼
    신새벽
    모델
    RUZA
    메이크업
    유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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