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올해 끝

머리맡에 쌓아둔 책의 탑만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 12월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더 킬러스 각본집> 

배우 심은경의 시네마 앤솔로지 <더 킬러스>는 이명세 감독을 주축으로 장항준, 김종관, 노덕, 윤유경, 조성환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여섯 감독은 헤밍웨이의 1927년 단편 <살인자들>을 새롭게 해석한 시나리오 6편을 직접 썼다. 주인공은 흡혈귀로, 인질로, 모델로 모습을 계속 바꾼다. 마지막에는 원작이 실려 있어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심은경, 이명세 외 지음, 미메시스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닉네임 ‘굉여’로,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에 많은 팬을 가진 전성진의 첫 산문집. 베를린에 거주 중인 작가의 삶은 인스타그램 속 낭만적 베를린과는 거리가 멀다. 인종차별에 불쑥 화가 치밀지만, 그저 삶의 파도에 몸을 맡길 뿐이다. 플랫메이트인 요나스 아저씨는 그 파도에서 흥겨운 서핑메이트가 되어준다. 낯선 도시에서의 삶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전성진 지음, 안온북스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무라야마 유카의 대표작을 다시 만난다. 1999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른바 ‘역주행’ 중인 이유가 있다. 성정체성의 문제로 혼란을 겪는 에리와 투병 중인 아버지를 둔 미쓰히데, 두 주인공의 방황과 성장을 날카롭게 그린다. 겨울이 된 지금, 여름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무라야마 유카 지음, 놀

<기묘한 이야기들> 

맨부커상에 이어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여성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국내 첫 단편집이다. <방랑자들> <낮의 집 밤의 집> 등의 긴 호흡이 부담스러운 ‘요즘 독자’에게는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 ‘기묘함’을 주제로 중단편 10편이 실려 있지만, 따로인 듯 했던 각각의 이야기가 새롭게 연결되는 묘미가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민음사 

<제로의 늦여름>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하지만, 이와이 슌지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신작 <제로의 늦여름>은 ‘사신(死神)’이라 불리며 도시 전설의 주인공이 된 천재 복면 화가의 이야기를 좇는 아트 미스터리다. 일본 내에서 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의 표지는 작가가 실제로 소설을 집필하는 데 모티프가 된 일본 아티스트 미에노 케이의 작품이다. 이와이 슌지 지음, 비채 

<충청의 말들> 

빨리 가자는 손님에게 충청도 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어제 오지 그랬슈.” 느슨하고 점잖은 듯하지만 언중유골을 잊지 않는, 장르로 따지면 블랙코미디의 1인자일 충청도 사투리와 정신을 전국 독자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충청도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나연만이 사투리 문장을 골라 ‘충청도식’ 단상을 덧붙였다. 나연만 지음, 유유 

<빛과 멜로디> 

영화 <로기완>의 원작자이자 <여름을 지나가다>의 작가 조해진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문학동네> 연재작으로 어른의 보호를 받지 못한 열두 살 권은이 갖게 된 카메라에서 비롯한 <빛의 호위>의 4부를 새로 고쳐 썼고, 이 작품이 <빛과 멜로디>로 나왔다. 사람이 결국 사람을 살린다는 것과 그의 위대함을 말한다. 조해진 지음, 문학동네 

    포토그래퍼
    윤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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