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에 이어 <수상한 그녀>로 만나네요. 사람들은 하나와 하빈이가 같은 배우이라는 걸 알까요?
감사합니다! 촬영 순서로 놓고 보면 <수상한 그녀>를 먼저 끝냈어요. <수상한 그녀>를 찍는 동안 <이친자>에 캐스팅됐고요. 여전히 두 작품의 따듯했던 현장 온도가 생생해요.
<이친자>는 분당 최고 시청률 10.8%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죠. 그 중심에는 한석규라는 대선배에게 밀리지 않는 채원빈의 열연이 있었고요. <이친자>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돼요?
저 자신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었어요. 여전히 작품에 관한 키워드나 제작진, 선배님들의 성함을 기사에서 보면 마음이 묘해요. 연기 인생에서 새로운 변곡점이 하나 생긴 것 같아요. 아주 뜨거운 성장통을 겪었고요.
혹독한 성장통 후에 어떤 수확을 거두었나요?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단단하게 버티는 방법을 배웠어요. 지금까지는 촬영 전 인물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조금씩 수정을 거쳤다면, 이번에는 현장에서 캐릭터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쌓았어요.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꿨어요?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용기를 내기보다는 스스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집중했어요.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고 집중하려고 했고요. 힘든 과정이었는데 악과 깡으로 버텼어요.
악과 깡으로 버텨서 결국은 해냈어요. 그것도 완벽하게.
어떤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결국은 해낸다, 할 수 있다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요. 생각의 힘을 믿거든요. 바짝 쫄기도 하지만, 현장에는 도움을 주는 분이 많으셔서 감사하죠.
메이킹 영상을 보니 한석규 씨와 실제 부녀처럼 다정하더라고요. 현장에서도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겠죠?
물론이죠. 늘 저부터 먼저 생각해주셨어요. 그 배려가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물어보시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면 그 점을 포착해서 함께 수정하려고 애써주셨어요. 선배님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말하자”라는 말을 스스로 자주 되뇌셨는데, 어느 순간 저도 그 말을 가슴에 품게 되더라고요.
보고, 듣고, 말하자. 단순한 것 같지만 그걸 정확히 해내는 건 너무 어렵지 않아요?
맞아요. 연기에 기본이 되는 행위인데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요. 하빈이의 경우, 계산적으로 하는 순간 캐릭터가 망가진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선배님의 이 말을 더 실감했어요.
종영 이후 여러 찬사가 쏟아졌어요. 어떤 말이 가장 뿌듯했어요?
방송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저를 “하빈아”라고 불러주는 분이 많아요. 이름 대신 캐릭터로 불리는 건 처음 겪는 일인데, 제가 표현한 하빈이가 시청자분들에게 그만큼 긴밀히 와닿았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연기를 처음 생각한 건 언제였어요? 예고 패션모델과를 졸업했더라고요.
막연한 관심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건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고 난 후예요. 해보니 너무 즐겁더라고요.
당시 대표님께서 ‘신비함을 지닌 소녀’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요. 어떤 점이 유독 즐거웠어요?
저와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상황을 느끼고 이해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돌아보면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보고 그런 상상을 해온 것 같아요. 무대 위의 가수를 보고 ‘저 사람은 지금 어떤 감정으로 왜 이런 노래를 하고 있을까?’ 궁금했거든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대감이 증폭되는 배우요!
2025년 배우 채원빈에게 기대되는 일은 뭔가요?
어떤 작품,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지 두근거려요. 어떤 메시지가 담길지, 시대적 배경이 언제일지, 어떤 성향을 지녔을지, 나와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일지 전부 궁금해요.
새해에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요?
계획을 세워도 지키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잘 안 세우게 되더라고요. 그냥 흘러가게 둬요.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계획을 세울 뿐이죠. 일하지 않을 때는 그날그날 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느슨하게 있어요. 계획한 걸 못 지켜도 ‘오늘 내가 조금 피곤했나 보다’ 하고요.
연기의 순간을 위해 연료를 한껏 채워놓는 걸까요?
맞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내가 어떻게 불태울 수 있을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임하고 싶어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가득 채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더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계속해서 찾고 있어요. 취미를 가져볼까 했는데, 또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라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청소할 때도 방 하나로 시작해 집안 대청소로 끝나는 편이라.(웃음) 요즘은 늘어져 있을 때 책 읽는 재미에 빠졌는데, 양귀자 선생님의 <모순>을 읽고 있어요.
늘어져 있으면서도 지키는 루틴이 있어요?
감사 일기를 써요. 매일 감사한 점 세 가지를 적는데 정말 사소한 것도 다 기록해요.
요즘은 어떤 것에 감사해요?
여전히 <이친자>를 경험한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커요. 작품을 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한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꼈거든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어요. 어떤 날에는 걸어 다닐 수 있음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느껴질 때 알게 되는 찰나의 기쁨이 있어요.
지금 당장 무조건 이뤄지는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어떤 걸 얘기할 거예요?
먹방 속 푸짐한 한 상을 눈앞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할 거예요! 그런 초능력을 갖고 싶어요. 먹는 걸 사랑해서 웬만한 먹방 유튜브 채널을 다 구독하고, 새벽이면 새로운 영상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요.
소소한 행복을 위한 소원이네요! 미식가와 대식가, 어느 쪽에 가까워요?
식탐이 많은데 입이 짧아요. 굳이 따지자면 미식가예요. 그렇다고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아서 웬만한 건 다 맛있게 먹어요.(웃음) 제 취미가 끼니마다 먹고 싶은 메뉴 고르는 거에요. 지칠 때면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받아요.
소울 푸드는 뭔가요?
마라가 들어간 건 뭐든! 요즘은 쌀국수에 꽂혔어요.
하빈이보다는 명료하고 심플하게 사네요?
저 되게 단순해요. 겁이 많은 편인데 겁먹은 채로 그냥 해요. 다행히 경험이 늘수록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는 능력은 길러진 것 같아요.
떨린다, 두렵다 해도 전혀 티가 안 나요. 결국은 해낼 것 같은 용맹함이 느껴진달까요.
굉장히 긴장하고 떨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잘 모르시더라고요. <이친자> 송연화 감독님도 미팅 중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여러 선배님들과 하게 됐어. 그래도 네가 긴장하는 편은 아니지 않아?” 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을 듣자마자 책상 밑에서 손톱 뜯고 호달달 떨고 있었는데.(웃음) 그래도 마법의 문장이 있어 괜찮아요. ‘결국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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